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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Nov 08. 2019

한 분야를 깊이 파고 싶다면

한 분야 집중 비결을 카페라테에서 발견했다

하나를 해도 진득하지 못하던 필자는 좋아하는 일을 발견한 후 하나를 진득하게 파게 되었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인지 따라와 보세요.


하나를 해도 진득하게 못하는 성격. 그것이 나의 예전 모습이었다. 하나를 오래 파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지겨움이라고는 모르는 그들의 집요함에 입만 벌리고 감상할 때가 많았다. 나의 책상은 접점 없는 장르의 소품들과 각종 공예 부자재로 가득했다. 관심사가 다양한 성격에 충실해서였다. 취미는 3개월마다 바뀌었고 몇 개월 만에 만나는 지인은 항상 눈이 동그래지곤 했다. 뭘 그리 많이 변하며 끊임없이 배우냐 타박했다. 습득 속도가 빠르기도 했지만 원리를 조금 알게 되면 이내 해갈되어 더 이상 파고 싶지 않게 되었다. (그 종류는 앞으로 글에 써볼 생각이다.)


"카푸치노 레귤러, 원샷에 시럽 한 번요" 

나의 주문이 떨어지기 전 직원이 눈이 동그래진다. 문을 열면 항상 먼저 주문부터 알아서 찍었던 그가 잠시 멈칫했다. 우리의 암묵적 루틴이 깨진 부자연스러운 느낌적 느낌. 1년이 다되도록 똑같은 메뉴가 오늘은 아니었다.


익숙지 않은 계핏가루 향이 코에 닿자 정신이 번쩍거렸다. 커피 뚜껑을 열었다. 평소의 루틴을 스스로 깬 것이다. 밤새 가을이 너무 가까워져 바닥에 낙엽과 둘러싼 동네 산자락 색이 울긋불긋했다.

' 우유 거품이 더 풍성하고 계핏가루 향이 진한 카푸치노로'

내가 이전과 다르게 주문한 속마음이 기억이 났다. 무의식적으로 다른 주문을 했지만, 이전까지는 매번 똑같은 커피를 주문하는 나였다는 사실. 나도 하나만 파는 사람이 된 것일까?


나에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습관적 일이 많아졌다. 먼저 브런치 입성 10개월 동안 200개가 넘는 글을 썼다. 삼일에 두 개의 글을 올린 셈이다. (발행하지 않은 작가의 서랍 글까지 헤아리면 매일 하나씩 썼다.) 브런치 덕에 엉덩이의 힘을 많이 길렀다. 작가로 이끌어 주는 브런치에 박수!!! 브런치 입성과 엇비슷하게 공방을 차렸고 8개월이 지나는 동안 아팠던 며칠 빼고 매일 아침 9시 이전 출근했다. 출근부 싸인도 안 하는데 도시락 두 개를 들고 문을 열고 환기를 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공기청정을 눌렀다.


오늘의 일정을 살피고 교재를 만들거나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누구에게는 취미인 것이 나에게 돈까지 벌어다 주는 메인 잡이라니. 매일 감사의 기도를 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하교 소리는 음악소리보다 아름다웠다. 그 소리에 흥이 돋아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줬다. 아이들이 기웃거리면 물을 마시고 가라고, 에어컨에 땀을 식히라고 불러들였다. 공강 시간 중간중간 책을 읽고 더 여유가 있으면  글을 다. 때론 아이들의 글을 읽어다.


이상한 일이다. 3개월이 멀다 하고 취미를 바꾸거나 겹쳐 배우던 내가 이렇게 변한 이유가 참말로 이상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 수 없다는 사람들의 믿음과 달리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입시 영역에 일을 했다면 훨씬 많은 수익을 창출하겠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


부모님을 상담하는 일도 흥이 나는 일중 하나다. 아이들의 목덜미를 틀어잡고 방향을 지시해야 아이가 곧게 간다고 믿는 부모님들을 가끔 만난다. 일찍부터 학습의 장에 아이들을 단련시키던 부모님들의 방향을 재고해보시라 말해줄 수 있어 무겁지만 신이 난다.


비슷한 교육관으로 서열화 입시 중심 교육에 물들지 않으려 혼자 고군분투하는 학부모를 만날 때면 전투력이 상승하고 연대의식이 투철해진다. 아이들의 교육담당자와 교육비를 주고 맡기는 관계 이상의 라포가 형성된다. 그렇게 하루가 쌓여 여기까지 왔다. 이상하게 지겹지가 않다. 그 이유가 참말로 궁금하다.

커피라곤 봉지커피만 즐기던 내가 카페에 들러 라테를 주문하곤 했다. 카푸치노를 부지불식간에 시켜보고야 알았다. 내가 매번 똑같은 것만 먹고 주문한다는 사실. 하나만 줄기차게 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1년이 채 못된 시간을 올곧게 채우며 하나만 파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진득한 친구들을 입 벌리고 부러워하던 내가 말이다.

뒤늦게 발견한 가치 있는데 좋아하는 일이 지겹지 않다.
그것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
다른 것에 몰두할 여력이 없다.

이제 '나'라는 사람은
내일도 한 분야만 파며 하루를 쌓아가겠지.
내일도 "라테 레귤러, 원샷에 시럽 한번"을 주문하겠지.
가끔 카푸치노와 함께




-꿈꾸는 글공방 운영

-[만만한 글쓰기] 성인모임 운영

-[시가되는 레시피]프로젝트 작가참여(동네책방-책방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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