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신애 Dec 17. 2019

꿀꿀한 날씨엔 아이들도 예민해져요.

비오기전 신경통은 아이들에게도 있나봐요.

오늘따라 아이들이 이상하다. 아침부터 뿌연 하늘. 심상치 않았다. 1시부터 수업 시작. 개그를 일삼지 않는 모범 아이는 난데없이 개그본능을 발휘하여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는다. 평소 사이가 좋은 여자아이 둘은 내게 들리지 않는 말로 토닥거리며 삐쳐서는 씩씩거린다. 초긍정 남학생은 친구의 한마디에 눈물을 흘렸다. 수업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되는 아이가 갑자가 말이 빨라지고 처음 차분하더니 유난히 날뛴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학생은 의자에서 들썩거리며 좌불안석이다. 발표를 잘하던 아이가 안 하고 안 하던 아이가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왜 그러지?


오후 3시경 비가 온다는 예보에 아이들은 우산을 들고 나타났고 뿌옇게 곧 눈이 올 것만 같은 하늘은 오후가 지나갈 동안 어떤 것도 뿌리지 않았다. 여기까지였다면 오늘이 달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른 학원에서 혼이 난 이야기를 하니 옆에 아이들도 비슷한 경험을 말한다.


"평소에 혼날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피아노를 너무 못 친다고 원장님한테 혼났어요. 정말 피아노 가기 싫어요"

"너만 혼났어?"

"아니요. 오늘 애들 다 혼났어요. 저는 못 쳐서 혼나고 나머지 아이들은 엎드려 있다가 혼났어요"

"애들이 피아노 연습하다 잘 엎드리곤 해?"

"아뇨? 오늘 처음 그랬는데 다 혼났지 뭐예요."


다른 학원에 아이들도 이상하고 공방을 찾은 아이들도 이상했다. 저기압인데 결국 비는 오지 않으니 아이들은 입이 툭 튀어나온 채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피아노를 못 친 아이의 이유는 오늘따라 유난히 집중이 안되고 노곤해서였기 때문이었다.


아이도 어른도 꿀꿀한 날씨에 영향을 받나 보다. 저기압에 관절이 늘어지는 어른은 욱신거리는 무릎을 여러 번 주무른다. 아이들은 피부에서 호흡기까지 날카로운 것이 찌르는 듯 표정이 어둡다. 날씨가 이럴 땐 서로의 날 선 기분에 맞춰 작은 일도 수용하고 일부러 더 배려하지 않으면 감정이 상할 수 있다.


유난히 붕 떠있는 아이들을 가라앉추고 칭찬 한 마디씩 해줬다. 집에 돌아가면 7시 반이라는 1학년 남학생의 축 쳐진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한 시간 수업할 동안 즐거운 놀이 종류를 알아보는데 '학원 줄여주세요'를 반복적으로 쓴 아이다. 많이 지치는 아이를 도와줄 수 없어 안쓰러웠다. 날씨 마음도 너도 모두 꿀꿀한 날. 조금만 더 힘내 보자꾸나.


매거진의 이전글 한 분야를 깊이 파고 싶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