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책방 i] 동네책방 추억의 레시피 프로젝트에 작가로 참여한 후 스토리와 시로 재구성했습니다.
<감자채 볶음>
여리디 여리게 생긴 여자분이 작게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할까 말까 주춤거렸습니다. 어렵게 연 입에서 나온 것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추억의 요리였죠. 감자채 볶음이 뭐 별거겠냐고 특별한 요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했어요. 감자채 볶음이 흔하다고 하찮은 음식은 아니잖아요. 누구에게나 금방 볶아낸 감자채 요리의 구수한 냄새에 대한 기억이 있으니까요. 용기를 내고 감자채 볶음 뒤에 숨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엄마는요 요리를 참 못했어요. 가족이 모여 맛난 밥상을 먹은 기억이 별로 없거든요. 일하는 여성이셨어요. 그러니 더욱 손맛 없는 사람에게 요리할 기회도 적어 엄마의 솜씨는 늘지 않았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서 제 일을 한다고 집을 떠나 있다 보니 제 한 몸 돌보기도 어렵더라고요.
최근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많이 가라앉았는데 집밥이 생각나더라고요. 좋은 영양제나 보약보다 엄마가 해주시는 감자채 볶음이 생각나서 몇 번이나 집에 내려갔어요. 솜씨 없는 엄마지만 제가 가면 항상 감자를 썰어 금방 볶아내 오셨어요. 다른 조미료를 넣지 않은 밋밋하고 구수한 맛이 얼마나 좋던지요. 밥에 감자를 넣어 고추장으로 쓱쓱 비벼먹으며 가라앉던 몸이 거뜬해지는 걸 느꼈어요.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음식에 담긴 정이 더 중요한가 봐요. 엄마의 챙김이 성인이 된 저에게도 좋은 기운을 미치니까요.
가장 몸이 안 좋던 그때 자주 먹었던 감자가 보약이 되어 저를 다시 일으켜주었고 지금은 아주 건강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