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순대에 박장대소
우리 동네 INTERVIEW #4
*이 글은 [책방i]동네책방 추억의레시피 프로젝트에 작가로 참여한 후 스토리와 시로 재구성했습니다.
<오징어순대>
수줍게 웃으며 큰 눈망울을 아이처럼 반짝이는 장*정님의 순서가 되었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인양 들으시며 큰 눈에서 눈물도 여러 번 비쳤다. 이름을 소개하며 유명 연예인과 같아서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웃었다. 노래를 잘하지 못하는데 노래를 불러보라는 주문은 정말 부끄럽다며 살포시 자신의 추억을 꺼냈다.
우리 집은 가난했어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촌으로 이사를 갔죠. 농사를 짓지는 않았고 아버지는 날품팔이를 했는지 벌이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관광객이 많은 식당촌에서 자라나 요리 솜씨가 있었어요. 시골밥상이 아닌 도시의 세련된 요리류를 하실 줄 알았죠. 하지만 풍족하지 않다 보니 늘 부족한 재료로 이리저리 최선을 다했어요. 어린 우리는 어머니의 음식이 늘 맛났고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아요.
어느 날 아버지가 돈을 조금 더 들고 와 어머니에게 건네었나 봐요. 어머니는 장에 나가 제일 싱싱하고 큰 오징어 몇 마리를 사 오셨어요. 각종 채소와 고기들을 다지며 준비하는데 온 집안이 잔칫집 같았지요. 부엌에서는 달그락 거리고 대왕오징어가 뽀얀 살을 드러내며 걸쳐져 있었으니까요.
다양한 요리류를 하실 수 있었지만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고 싶었던 엄마는 누구에게 들었는지, 어디서 요리책을 얻어다 읽으셨는지 오징어순대를 도전했어요. 요리사라도 된양 어깨가 솟고 콧노래까지 부르시면서 부산을 떠셨죠. 요리가 자신의 가장 큰 장기라고 늘 생각하셔서인지 어머니는 새로운 요리로 자신을 뽐내고 싶으셨나 봐요.
커다란 접시에 오동통 부푼 오징어가 안방으로 들어왔어요. 어머니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있었지만 그때는 몰랐죠. 어머니는 노련한 솜씨로 칼을 갖다 댔어요. 김이 펄펄나는 새 하얀 오징어 살이 터질 듯 갈라지고 속에 갖은 재료로 버무린 소가 우르르 쏟아졌어요. 가족들 모두 감탄을 하며 탄성을 질렀죠. 오징어순대 먹는 정해진 퍼포먼스인 줄 알았어요. 각자 숟가락을 들고 속을 파서 먹었어요. 그리고 동그랗게 남겨진 오징어를 입에 물고 다 같이 웃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의 당황함 실망감이 떠올라요. 엄마도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던 한 명의 존재였겠죠. 어머니가 왜 우리와 함께 오징어순대를 퍼먹지 않는지 전혀 몰랐고 어머니의 실망을 다독거려줄 생각도 못했어요.
결혼하고 나이가 들어 오징어순대의 정수를 맛보고 알았어요. 오징어가 날렵하고 작아야 속이 안 터진다는 것을요. 어머니의 작은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우리 가족들은 그날 얼마나 흥겨웠다고요. 지금도 그 이야기를 하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장*정님의 추억을 이야기로 재구성함)
오징어순대
손 큰 며느리, 손맛 아내, 요리사 엄마
가난해도 맛난 밥상을 차려주시던 엄마
처음 만들어 본 순대의 터진 속을 떠먹다
함께 웃는 저녁
--------(신애-그녀의 추억을 시로 재구성)
*동네책방[책방 i] 프로젝트:추억의 음식 인터뷰 후 시를 써주는 작가로 참석했어요.
*현재 [꿈꾸는 글 공방] 대표
*공저시집 출간
*등단 시인
*에세이 출간 준비 중
*작가 이벤트*
여러분의 사연을 프로필 제안하기나 댓글로 보내주시면 시를 써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