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마약 떡볶이였다

우리 동네 INTERVIEW #9

by 최신애

*이 글은 [책방 i] 동네책방 추억의 레시피 프로젝트에 작가로 참여한 후 스토리와 시로 재구성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림도 제가......


<떡볶이>


기럭지가 길면서도 사감 선생님 포스를 풍기는 그녀는 자신의 순서가 돌아오기 전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았다. 설자리와 앉을자리를 철두철미하게 지킬 줄 아는 날카로움, 그것은 차가운 배려, 날렵한 예의처럼 느껴졌다.



저는 별 탈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어요. 가정도 큰 우환이 없어 인생그래프를 그리면 밋밋할걸요. 특별한 사고를 치거나 크게 아프지도 않았죠. 부모님도 건강하시고 하는 일에 큰 변동사항도 없이 그냥 그렇게 자랐어요. 무난함이란 단어가 늘 저의 수식어였답니다. 그러니 음식에 담긴 추억이라고 할 것이 없었어요.


모범생으로 규율에 순응적으로 살았지만 저에게도 큰 모험의 기회가 있었죠. 남들이 들으면 피식 웃을지도 몰라요. 너무 평범해서요. 그 평범한 행보가 저에게는 특별한 행보였답니다. 그것은 바로 월담이었습니다. 소싯적 놀아본 행님들 아니어도 월담 정도는 하잖아요. 무난해서 반항이라곤 모를 저도 월담을 하는 과감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월담의 이유는 떡볶이였습니다. 여기서 오늘의 추억의 음식이 나오네요. 우리나라 국민간식, 그것 때문에 월담이라니 과한 거 같지만, 여중생에게 그 맛은 여간해서 이길 수 없는 유혹이었답니다. 점심을 먹은 후 친구와 모의한 후 아무렇지 않게 담을 넘어 학교 앞 분식점에서 먹던 떡볶이. 지금 생각하면 떡볶이의 맛이 뛰어났다기보다 규정을 어길 때 느끼는 해방감이 더 좋았을지도 몰라요. 그땐 공부만 하는 뱅뱅이 안경잽이였거든요.

떡볶이의 유혹이 컸던 것을 더 깊이 들여다봤어요. 거기엔 일체감이란 감정이 있었지요. 단짠단짠의 떡볶이가 입안에 사르르 녹을 때 시계를 보며 1분 후면 튀어 나가 담벼락을 기어올라야 하는 스릴도 좋았어요. 그것보다 더 좋았던 것은 그곳에 함께 모험한 친구들이었답니다. 그게 아니라면 떡볶이 정도의 유혹은 패스하죠. 뱅뱅이 안경 넘어 영어단어를 외우고도 남을 저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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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나라는 일체감을 주는 그녀들. 나와 분신 같던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과감히 담을 넘은 거랍니다. 선생님한테 잡혀 혼이나도 웃을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죠. 어른들이 중요하다는 것과 내가 중요한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된 경험이었어요.


떡볶이를 생각하면
용기, 해방감, 우정, 일체감을 떠올라요.
고마운 추억이죠.
단단한 추억의 집합체가 초석이 되어
저와 비슷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나 봐요.

<차*경님의 이야기를 재구성>


<떡볶이>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친구와

학교 담벼락을 넘으면서 찾게 되는 맛

눈물이고 웃음이던 너와 나 사이

붉게 이어진 마음


--------(신애-그녀의 추억을 시로 재구성)




*동네책방[책방 i] 프로젝트:추억의 음식 인터뷰 후 시를 써주는 작가로 참석했어요.

*현재 [꿈꾸는 글 공방] 대표

*공저시집 출간

*등단 시인

*에세이 출간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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