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 고집, 식빵 家풍

우리 동네 INTERVIEW #

by 최신애

*이 글은 [책방 i] 동네책방 추억의 레시피 프로젝트에 작가로 참여한 후 스토리와 시로 재구성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림도 제가......


빼어난 말솜씨에 야무진 몸짓으로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까무잡잡한 피부와 함께 자신의 취향을 간단명료하게 전해주었다. 짧은 이야기 속에 자녀를 향한 애정이 묻어있었다. 그녀가 꾸리는 가정이 얼마나 포근하고 풍성할 지 상상할 수 있었다.


<식빵>

저는 추억으로 쌓아가는 현재의 음식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 가족들의 빵 취향 말이죠. 남편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이들의 입맛은 저와 판박이랍니다. 입맛도 유전되나 봐요. 나에게서 시작된 취향이 후대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정말 신기해요.


저는 어릴 때 입맛이 기억나지 않아요. 성인이 되고 전문직으로 일하면서 점점 나의 고유한 것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취향이랄 게 별로 없지만 저의 식빵 사랑은 유난해서 지인들이 다 알아요. 저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할 때 어김없이 빵집에 들러요. 식빵을 손에 들고 퇴근하는 것이 아주 당연한 일일 행사랍니다.


이상하게도 아이들이 식빵을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얼마나 심심해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천연의 빵 그대로를 좋아한다면 자칭 빵돌이 빵순이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상하게 쳐다볼까요. 한창 사탕에 초콜릿을 찾을 나이의 아이들이 뽀얀 식빵에 군침 흘리는 건 제가 봐도 신기하다니까요. 친구들이 화려한 빵을 고를 때도 심심한 식빵만 찾는 모습이 가끔 속상하더라고요. 너무 어릴 때부터 다양한 맛을 경험하지 못해서일까 자책하기도 했고요.


우리 가족 식빵 사랑은 대단해요. 빵집마다 식빵 구워 나오는 시간대를 알아요. 보들보들하게 빼어난 몸매, 그리고 만져보면 뜨거움을 그대로 담은 갓 나온 식빵은 천사 같아요. 그것을 손으로 뜯어먹을 때 질감은 놀랍도록 부드럽고 폭신해요. 온 가족이 눈을 희번덕 거리며 순식간에 다 먹어치운다니까요. 그런걸 순삭이라고 하면 알맞겠죠?


그리고 식빵 여행을 아시나요? 지역마다 유명한 빵집은 다 섭렵했답니다. 물론 그런 여행에서는 식빵만 고집하진 않아요. 다채로운 빵으로 파티를 즐기긴 하지만 마지막은 언제나 하얀 식빵이예요 그게 입가심이라니까요. 이런 취향은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유전되는 것이 입맛뿐이겠어요? 좋은 것만 유전되면 얼마나 좋게요. 나쁜 것을 최대한 물려주지 않아야 하는데, 부모가 그래서 어깨가 무거운가 봐요.


오늘도 이 만남을 마치면 식빵을 손에 들고 들어가기로 했답니다.

<김*정님의 이야기를 재구성>


<식빵>


세상 최고 식빵을 찾는 여행길

달콤한 것, 반짝이는 것이 묻지 않아야 제 맛이라고

따듯하고 폭신한 것들이 긁힌 마음에 닿으면

갓 나온 빵 하나로 온 가족이 뽀얘진다.

--------(신애-그의 추억을 시로 재구성)



https://brunch.co.kr/@zzolmarkb6sm/537



*동네책방[책방 i] 프로젝트:추억의 음식 인터뷰 후 시를 써주는 작가로 참석했어요.

*현재 [꿈꾸는 글 공방] 대표

*공저시집 출간

*등단 시인

*에세이 출간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