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신애 Oct 23. 2019

체제 거부형 아이를 대하는 법

언니네 느린 육아-중2병 마주 보기

<청소년 감정코칭>-최성애 조벽 교수

체제 거부형은 정답이나 모범답안을 따라 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네가 알아서 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우리 큰아이가 딱 그러합니다. 체제 거부형이라는 명명이 조금 불편하지만 <청소년 감정 코칭>에서 조벽 교수님이 그렇게 이름 지으시니 받아들이려고요. 무척이나 비판적인 아이의 엄마거든요.


체제 거부형의 아이는 스스로 시행착오를 하며 선택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성장합니다. 주입식 교육과 명령하달적 목표 제시를 거부합니다.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도전하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 일을 모든 과정을 스스로 주도하기를 원합니다. 도움을 요청할 때만 나서 주면 됩니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할 때도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보면 스스로의 답을 갖고 있더라고요. 큰 아이가 이런 성향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중학교 입학까지 순둥순둥 하게 시키는 것은 잘 따르던 아이였습니다.

중학교 교복을 입으면 아이들은 눈빛이 달라진다고 하죠. 말투도 달라지고요. 우리 아이가 딱 그랬습니다. 학업 스트레스나 교유관계가 힘든가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아이는 자아가 형성되고 전두협이 재조정되면서 자기를 드러내고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전하고 싶어 했고 갇혀있길 싫어했습니다. 어떤 공간에 갇힌다는 의미보다 잔소리나 지시적 상황에 갇힌 다는 의미입니다.


체제 거부형에게는 '강요'가 독약입니다. 그런데 저는 강요와 억압을 발산했습니다. 아이와 나는 대치하며 견제했습니다. 견제하는 자신이 불효한다는 괴로움과 함께요. 그러나 효도 본능보다 자기주장이 더 중요했나 봅니다. 잔소리할까 봐 방문을 닫아두고 노크를 요구했습니다. 나는 자율 방임으로 느슨해지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며 최소한의 간섭을 했습니다. 그 간섭도 상태를 묻거나 정서를 파악하는 질문이 아닌 스케줄 관리였더랬죠. 그러니 아이가 얼마나 올가미에 갇힌 기분이었을까요.

체제 거부형에게는 스스로 개척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찾아보도록 했습니다. 중2가 되어서 고삐를 느슨하게 했답니다. 중1에는 중학교 학업에 익숙해지라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자유 학년제까지 겹치니 느슨함이 하늘을 찌를 듯하더라고요. 핸드폰 사용시간으로 씨름하는 건 아주 미미한 일일 정도로요. 그런데 오히려 그 시간이 독이 되었습니다. 목소리 데시벨이 제한 기준 이상으로 올라가고 늘 미간이 찌푸려진 채 으르렁거렸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중2가 되어서는 아이가 뭐든 원하는 대로 탐색하도록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영상제작이나 디자인 관련 관심을 '입시가 끝나면 얼마든 할 수 있으니 미루어라'는 나의 고집을 버렸습니다. 영상을 제작해서 보내는 아르바이트 기회를 찾았습니다. 아이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무사히 진행되었습니다. 마감을 앞두고 영상을 완성하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습니다. 남편까지 덩달아 주변에서 디자인할 일이 있으면 아이와 연결하려고 백방 뛰고 있습니다.


이런 과업을 누군가의 도움으로 달성하지 않고 혼자 끙끙거리며 취침이 늦어질 때가 많았습니다. 게임으로 늦는 것도 아니지만 조바심이 났습니다. 공부를 등한이 하지 않을까, 한쪽으로 매몰되지 않을까라는 염려도 올라오더라고요. 그런데 부모의 염려를 뒤로하고 아이는 하나하나 결과물을 보여주었습니다. 놀랍지 않은 결과물이 지만 이이는 성취감에 신이 났고 저도 대견하더라고요.


체제 거부형 아이에게 무한정 자율성을 허용하면 위험합니다. 자신의 관심분야로 달려가되 어느 선까지 지켜야 할 것인지 알려주어야 합니다. 가끔 아이가 포기해야 할 것은 싸워가면서라도 알려야 합니다. 생활습관의 기본과 관계의 기초는 배워야 하고 쌓아야 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논쟁이 장기화되더라도 결국 양쪽 합의한 결론이 나야 합니다. 서로 동의한 기준에 맞게 지킬 수 있는 책임감은 포기할 수 없죠. 경험도 부족하고 편협하게 판단할 수 있으며 감정조절에 미숙한 아이를 밀당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체제 거부형 아이와의 밀당이 쉽지는 않습니다. 자율성을 주되 어디까지며 바투 끈을 잡아당겨야 할지 매 순간 신중해집니다. 저도 처음이라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배우고 있습니다. 지시적 의사소통에서 질문과 대화와 토론과 논쟁을 통해 서로를 알아갑니다. 부모의 생각보다 아이들은 자기 생각이 서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의 생각보다 아이는 판단과 결정에 미숙합니다. 그래서 노련한 스킬은 없지만 아이 곁에서 가끔 질문을 던지며 어슬렁 거립니다. 부모 주도가 아닌 아이 주도의 길을 뒤에서 조심스레 따라갑니다. 잠시 삐끗하면 잡아줘야 하니까요. 그리고 뒤에 따라가는지도 모르게 멀리서 따라가야 한다는 사실, 주의해야겠죠. 체제 거부형 중2니까요.


참고 <최성애 조벽 교수의 청소년 감정코칭>을 참고했습니다.


공방에서 글을 씁니다.

글을 싫은 아이들에게 왜 쓰려고 하는지 질문합니다.

어떻게 쓸까 보다 왜, 무엇을 쓰려고 하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북 발간! 이제 뭐하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