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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Nov 22. 2019

유일무이한 자기 이야기의 힘

만만한 글쓰기 #만남 5

자신의 이야기가 시시하고 지루할 것이라 위축되는 사람이 많다. 각양각색 제각각인 개인의 이야기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유일무이하다는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 숨겨진 보편성으로 타인을 위무한다. 만만한 글 함께 쓰기 모임에서 경험한 이야기의 힘을 글로 남긴다.


자신의 글을 낭독하는데 얼굴을 붉히는 학인이 줄어들었다. 어서 빨리 읽고 평가를 듣고 싶은 설렘도 숨어있다. 다른 사람의 글에 담길 새로운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 의자를 바투 끌어당겨 깊숙하게 앉는다.


모임이 거듭될수록 사람들은 서로의 글을 통해 타인을 알아간다. 어떤 사람인지 어스름했다가 조금씩 밝아진다.  두루뭉술 살아온 과정도 낯익어 보인다. 친구와 수다를 통해 들을법한 이야기를 생면부지 다른 이들에게서 듣는다.


상대의 자녀가 몇인지 어떤 성격이지 짐작할 수 있게 되고 그 아이들을 만나본 것같이 친근감마저 느낀다. 타인의 배우자의 허술함에 피식 웃음이 날 때도 있다. 사람 사는 게 매양 비슷해 소심한 위로도 얻는다. 글쓴이의 가족, 그리고 젊었을 때 모습을 보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아 옅은 미소를 띤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만하게 생각해 글로 쓰는 매력에 사로잡힌 우리의 비일상적 행보. 햇살이 유리창을 비스듬히 쓰다듬으며 완만한 각도록 들어서는 오전 햇빛에 매혹되듯 서로의 글에 눈이 부시다. 어느덧 한 달 남짓 만난 우리는 함께 웃다가 눈물짓다가 찌푸리다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속한 듯 동지가 되어간다.


밑줄을 그을 때 혼연일체를 느낀다. 누군가의 놀라운 표현을 읽어 내려갈 때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가 일시에 들린다. 고요했던 모두의 마음이 문장 하나 때문에 파문이 인다. 혼자가 아닌 께여서 들썩이는 일치감. 아무 관계도 아니던 사람들이 굵은 줄로 여러 겹 묶이는 것 같다.

 

너무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드러내기 부끄럽 학인들이 이제 비루한 감정의 실체 대놓고 발설한다. 듣는 이도 당황하지 않고 제 일인 것처럼 음미하면 공간은 감이라는 빼곡한 밀도로 채워진다. 살도 모두의 어깨에 내려앉는다. 눈부신 시간이다.


여럿이 모여 글 쓰니 시시하고 지루 할 것 같던 과거가 뭉터기로 의미 있는 글감이 되고 공감의 소재가 되어 살아난다. 이에 더불어 누군가의 마음 문을 여는 손잡이가 된다는 사실에 짐짓 놀라기도 한다.


"언제까지 내 이야기를 해야 하죠? 너무 시시하고 너무 지루하겠죠?

시시하다는 것은 글쓰기에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글쓰기의 글감이 특별한 것이어야 할까? 사람들은 구체적이고 가까우면서 실제 이야기를 더 사랑한다. 많은 이들이 타인의 경험이 드러나는 에세이를 사랑하는 이유가 그것에 있을 것이다. 특별한 것을 멋스럽게 써야 잘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넘어서야 글을 쓸 수 있다. 서평이든 기고글이든 모든 글에는 자신의 생이 묻어난다. 그게 정상이고 그게 살아있는 글이다.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은 글쓴이의 입장에서 말이다.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고 매일 지질한 것이 똑같지 않을까라는 염려에서 지루함을 들먹인다. 그런데 당신의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는 매번 처음이다. 당신의 이야기는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이야기라는 사실에 당당해져야 한다.


당신의 이야기는 독보적이다.   이 세상에 당신의 이야기와 똑같은 이야기는 없다. 이 사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 있게 풀어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구체적이고 일상에 흔해서 좋은 글감이 된다. 사람들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보석을 얻을 때 전율을 느낀다. 당신의 사소하지만 유일한 이야기는 처음 접하는 이에게 새로운 매력을 뿜는다. 당신의 모든 장면이 타자에겐 처음이며 모든 감정은 매혹적이며 모든 생각은 철학적으로 보인다. 우주 최강 유일무이한 당신의 이야기를 아끼면 안 된다. 진솔하게  풀어내기만 하면 된다.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만 할 수 있다.


당신의 이야기는 독보적인데 공감 일으킨다.

독자가 볼 때 글쓴이의 경험이 자신의 것과 경미하게 비슷할 때도 공감하게 된다. 사건의 경위가 비슷하거나 경험의 배경이 비슷할 수 있. 그러면 글쓴이와 동병상련을 느끼며 마음의 박수를 친다. 우주에 단 하나의 사건이지만 숨어있는 보편적 원리가 엇비슷할 때가 있다. 독보적이나 어딘가 비슷한 이야기는 지구 어딘가의 타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겨다 다. 그런 절묘한 만남에서 독자는 "나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 "나에게 혹독하던 사람이나 환경이 그리 나쁘지 않구나" " 이 사람도 참 마음이 많이 무너졌겠구나" "이 사람도 버티고 밀고 나가는구나"

당신의 이야기는
버티고 하루를 곱씹는 누군가를
견디게 해주는 선물이다.

독보적인 당신의 이야기는 타인을 변하게 한다.

글쓴이의 독보적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걸어가 그의 밑바닥에 도착한다. 그러면 공감이나 질문,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생산할 수도 있다. 거기서 멈추지 않는 글의 힘이 있다. 바로 글을 읽는 이에게 사람을 이해하는 시각을 열어준다. 감추고 싶던 스스로의 실체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와 마주한다. 그러면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게 된다. 누구나에게 구석이 툭하고 부서진 것 같은 기억이 있지 않을까. 그곳이 메꿔지는 일은 흔치 않다.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만날 때 일어나는 일이다.


글 쓰는 사람은 믿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로 흘러가는 당신의 이야기는 힘이 세다는 사실. 당신의 독보적인 실수와 비루함을 통해 독자는 자신과 타인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때론 당신이 사소한 것에 기쁨을 느끼거나 감사하는 것에 놀라 파랑새를 쫓아다니던 욕망을 반성하기도  한다. 당신의 이야기는 결국 가서 큰 일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당신의 이야기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약속해요. 당신의 시간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을. 생각보다 가치 있다는 것을  믿으셔야 합니다.  

학인들 포기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미루지 않은 자신이 얼마나 대견한지 알게 될 것이다. 매주 모두에게 똑같은 주제로 글을 쓰는데 어느 누구도 비슷하게 쓰는 이가 없는 것도 함께 쓰기의 신묘막측한 매력이라는 사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세 번 박수로 마칠게요. 짝짝짝


[만만한 글쓰기 1기 ]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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