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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Dec 22. 2019

이런, 육공 다이어리가 있었네

쓰는 둥 마는 둥 습관이라도.  

생일선물로 다이어리를 받았다. 생일이 12월에 있으면 누구에게든 다음 해 다이어리를 받게 된다. 이번에 받은 다이어리는 포켓 파우치에 실 제본된 노트 다이어리와 필통이 세트인 제품이었다.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큰아이의 예리함에 들켜 강제교환을 하게 되었다. 이미 나에게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많이 사면 보내주는 제품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작가가 말했나 내 눈에 매력적인 물건만 남기라고. 선물로 받은 다이어리와 이*트 3만 원권과 바꾸었다. 아이는 금세 다이어리에 무엇인가를 끄적여 재교환을 할 수 없도록 도장을 찍어버린 것이다. 내가 내 발등을 찍은 기분. 더 이상 다이어리를 사용하지 않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십여 년이 넘도록 다이어리에 기록해왔다. 다이어리가 쌓이는 만큼 나의 지난 시간이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확신 때문에 그랬다. 그런데 그런 믿음이 하반기에 약해졌다. 하반기부터 모든 일정이며 기록, 아이디어, 필사, 메모, 자료수집을 구*킵이라는 프로그램에 담다 보니 다이어리에 기록이 느슨해지다가 스마트폰 달력 앱으로 스케줄을 정리하면서 12월 먼슬리는 아예 채우지도 않게 되었다.


손으로 꾹꾹 눌러쓰면 마음이 새로워지고 쉽게 결심할 수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새해가 되면 한해 다짐이나 1년 동안 목표, 세부 실천항목 등은 손으로 적었다. 나의 한 해가 무척 잘 굴러갈 것 같은 확신이 들기도 했었다. 매달 한 달이 어떻게 채워질지 중요한 일정과 마음가짐을 적으면 지난달의 불만족이 갱신되는 기분. 12달 12번의 결심을 불태울 수 있었다.


2020년은 다시 손글씨로 기록해야겠다. 십여 년을 이어오던 습관을 짧은 순간 잊고 있었다. 디지털의 편의성에 취해 나만의 전통을 잃어버릴 뻔했다. 디지털은 디저털대로, 아날로그는 아날로그대로 다 필요한 것이다. 다이어리에 1년의 목표와 다짐을 적고 싶어 12월부터 발을 동동 구르며 새해가 서둘러 오길 기다리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사실.


어서 새해야 오너라.
육공 다이어리는 준비했단다.

다만 표지가 나의 취향에 안 맞는
스누피 캐릭터라는 사실에
놀라지는 말고.



여러분의 새해를 응원합니다.
어떤 꿈, 어떤 목표, 어떤 계획으로 채우실지 궁금하네요.
부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목표로 삼으세요.
그리고 작은 습관으로 나누어 이루어가는
새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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