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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Dec 20. 2019

크리스마스라서 오해할게요.

산타할아버지는 존재하는 것이었다.라고

마트에 주문을 했다. 공방에서 주문하고 집에서 받는 시스템. 3만 원 이상이면 배달 가능.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마트들이 할인행사에 열을 올린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필요하나 중요하지 않아 참던 것을 함께 주문했다. 생필품에 과일류까지 총망라한 배달이 도착하자마자 큰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문 밖에 귤이 10박스가 있어. 엄마가 보냈어?"

나는 놀래서 공방으로 결재를 하러 올 때 아무 말도 안 하던 직원에게 전화했다. 전화를 받자마자 직원은 빠른 속도로 말을 뱉었다. 


"사장님, 제가 갖다 논거 아니에요. 저도 도착하니 문 앞에 있던걸요?"

직원은 내가 학부모와 상담 중이라 말을 전하지 못하고 카드결제만 하고 갔나 보다. 일단 상황 파악이 안돼 아는 지인들에게, 내가 속한 단톡에 집 잃은 귤 박스의 정체에 대해 수줍게 물어보았다. 언감생심 귤 10박스를 받을 짓을 안 했다는 것과, 귤 10박스를 받을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봉변에 가까운 이 상황이 낯설었다. 


귤 10박스를 배달한 사람은 분명 주소지를 잘못 알고 두고 갔을 것인데, 다시 돌아와 가져 갈 법한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다. 딸아이가 들은 소리는 그저 문을 두들기는 소리 두 번과 무엇인가 쿵쿵 던지는 소리였다 한다. 

두대체

누가

어쩌다

내려놓고 갔단 말인가


10박스가 공짜로 주어졌다 해도 봉변에 가깝다. 귤 한 박스를 냉장고에 다 넣지 못해 베란다에 둬보면 하루에 몇 개씩 물러지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도착한 귀한 손님의 원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10박스는 내가 수용할 수 없는 양이며 썩어나갈게 뻔하다. 그래서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누구에게 나눌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잘못 도착한 것으로 별생각을 한다 싶어 다른 생각을 했다.


미혼이라면 누군가 날 연모해 보낸 과한 선물일 그랬것이다.(과한 상상이다만)다 해도 10 박스 라면 상대가 온전한 정신이 아니거나 스토킹에 가까운 집착으로 인한 것이리라 생각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아 치를 떨었다. 절대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 여럿이 생각나 겁이 나기 시작했다. 어서 주인을 찾아주자. 동네 근처 행사하는 마트마다 전화를 했다. 박스에 쓰인 물건을 파느냐고 물었지만 귤에도 얼마나 출고지가 많은지 전혀 그런 제품을 다루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왔다. 누구에게 물어본단 말인가.


배달직원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아무리 경황이 없다 해도 한 박스면 실수라 찾지 않을 수 있는데 10 박스 라면 분명 기억할 것이다. 10박스를 장정 혼자 옮겨도 족히 3~4번은 옮겼을 것이고 현관문을 열기 위해 경비실을 호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귤이 물러 터질 때까지 기다리련다. 아니다, 귤이 물러터지면 그것을 내가 다 치워야 하니 그전에 치워야겠다. 절대로 나는 그중 하나도 먹지 않으면서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배달직원이 오지 않으면 누군가 나에게 귤 10박스가 필요하다고 보낸것이리가 생각해야겠다. 나에게 책임을 물을 시간 이틀 후 일요일까지 나타나지 않을 때 산타할아버지는 없다고 가르치던 내가 그분을 무시한 것에 대한 참회를 하고 10박스를 이웃에게 다 나눌 계획이다. 나에게 귤을 보내신, 혹은 원래 이 물건을 받아야 할 주인이 브런치를 보고 있다면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 주길 부탁드린다. 


글을 다 썼다. 고쳐 쓰지 않고 바로 발행할 계획이다. 박진감 넘치는 이 상황을 퇴고라는 과정으로 흐리기 싫어서이다. 아,,,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누군가의 실수가 이렇게 황당한 재미를 주다니, 


여러분
미 리 크 리 스 마 스
랍니다.
뭐라도 공으로 좀 받기를 빌어볼게요. 저처럼요.

이도 저도 안되면
스스로에게 공짜로 선물하나 해보세요


*산타할아버지의 존재여부를 밝힐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제 브런치를 주목해 주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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