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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Apr 16. 2020

온라인 개학 1일-카오스

9시가 되기 30분 전 아이를 흔들어 깨웠다. 식탁의 밥을 미리 차려두고 얼른 먹으라 했다. 곧 9시 1교시가 시작된다는 재촉에 아이는 밥을 거부했다. 조금만 더 자겠다고 했다. 그대로 두고 나올 수 없어 지켜보았다. 만에 하나 접속이 불가할 때 내가 도와줘야 할 것 같아 출근을 미뤘다. 자영업이니 자율출근이라 가능하지만 아이에게 맡기고 나갈 워킹맘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9시가 되기 10분 전 이 클래스는 홈페이지는 열렸으나 내 학습터는 렉이 걸려 열리지 않았다. 위두랑은 아예, 접속이 불가하고 손을 보고 있다고 했다. 급한 마음에 공지사항이나 과제를 전달받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를 들어갔더니 학교 홈페이지도 접속 불가라고 뜬다.

담임선생님의 문자가 도착했다. 접속이 2시간 이상 지연되면 과제물로 대체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는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학교에 등교하듯 반듯하게 앉아 기다리는데 30분 이상 지연되니 저도, 나도 짜증이 올라왔다. 그리고 10시가 되어가니 재 접속 후 1교시 강의를 무사 마쳤다. 쉬는 시간에 대한 공지가 있을 줄 알았지만 그 어디도 그런 공지는 없었다. 원격으로 다른 창을 열어두고 할 줄 알았지만 제반 시설이나 아이들의 온라인 강좌 숙련을 거쳐 실시간 화상이 가능하다고 들었었다. 2교시 교과서를 펼쳐두고 영어 강의를 들으면 책에 문제의 답안을 적는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집을 나왔다.


부모님의 출근 후 혼자 이 과정을 해나갈 많은 아이들을 생각했다. 오늘내일이면 금세 적응하겠지만 오늘 개학 첫날 1시간여 땀이 삐질삐질 나고 우리 집만 렉이 걸리는 거 아닌가, 인터넷이 안 되는 거 아닐까라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올랐다. 전국의 초등 고학년과 중등 일부가 동시 접속하니 오늘 하루는 접속이 안돼서 곤란할 학생이 많을 것만 같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학교 홈페이지는 다시 접속이 되고 있으니 차츰 나아지지 않을까 희망해본다.

오늘 어떤 피드백이 온라인상에 떠돌며 어떤 댓글이 교육청과 학교 홈페이지에 남겨질지, 현장에서 아이들의 등교를 체크하며 소식이 감감한 아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땀을 흘리실 선생님은 무사하실지 무척 궁금하다. 예상보다 당황스러웠지만 걱정보다는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 같아 가슴 한번 쓸어내린다. 이제 내 일을 해야겠다. 오늘 오전은 이렇게 혼돈 가운데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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