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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y 07. 2020

설탕은 극혐인데 '달고나'라테

이런 이중성이라니

어린이날이라 작은아이를 위해 지인들과 1박을 했다. 일을 마치고 합류한다고 이미 모여 떠들썩한 모임에 두 시간가량 늦게 합류했다.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아이는 아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나도 대화에 합류했다. 식사를 준비하는 이들과 수다를 떠는 이들로 장소가 떠들썩했다.  


애엄마들이라 음식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와중에 나이가 언니뻘인 나는 설탕 소금에 대한 썰을 풀었다. 하루 권장량 이상 섭취를 하지 않으려 노력할 뿐 아니라 최소치의 당을 섭취한다는 나의 노력을 말하며 아이들의 간식 섭취를 운운했다. 참 어려운 일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자부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주방에서 덜거덕 거리던 지인 몇이 웃기 시작했다. "아하, 오늘 달고나 계획 있었는데 취소해야겠네요"라며 설탕 봉지를 넣는 시늉을 했다. 순간, 설탕은 극혐이지만 달고나는 좋아한다는 말로 가라앉는 분위기를 겨우 막았다. "스페셜한 날은 그런 원칙 없죠. 암요~없습니다."  나의 통사정에 설탕을 다시 꺼낸 손이 분주해졌다.       


잠시 후  후식으로 나온 달고나 라테에 눈이 동그래졌다. 달고나만 먹으며 너무 달아 속이 불편한데 달고나 라테는 달콤하면서 불내가 나면서 우유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특별한 맛이 났다. 괜한 소리를 한 게 맞았다. 이렇게 맛난걸 내가 한 말 때문에 모두 불편하게 먹어셔야 쓸까. 라테를 홀짝이며 녹지 않아 바삭한 달고라는 씹으며 행복감을 느꼈다.

나의 현대인의 과도한 당 섭취에 대한 썰이나 당뇨환자의 급속한 증가를 꼬집던 말은 다 사라지고 다음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나는 손사래를 치며 팥과 연유와 얼음으로 무장된 장수 아이스크림 바 하나를 집었다. "아휴, 너무 단데"라며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다 먹어치웠다. 극혐 한다던 사람은 어디로 가 버린 듯 어린이날이니 특별하다고 홀가분해진 내가 나오는 음식을 족족 먹어치웠다.


평소 봉지커피정도의 당분 외에 요리 중 사용하는 물엿이나 올리고당, 설탕의 양을 가늠하면 오늘 하루 먹은 양이 과하긴 하다. 하지만 나의 개인 취향이 타인의 유익이 될 지라도 함구해야 하는 날도 있다. 그리고 나 스스로 철두철미하지 않고 유혹에 다 넘어가면서 무척 견고한 신념을 소유한 양 구는 것도 볼 성사 나울 수 있다. 오랜 지인들이라 당 섭취를 운운하며 놀리는 통에 즐거운  더해졌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어이구, 너무 단거 안 먹는데"라면서 최선을 다해 빠른 속도로 먹었고, 사람들도 오늘의 유머로 나의 발언을 양념으로 잘 사용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하지 못한 이들과의 시간이 달고나처럼 달게 지나갔다.

아이보다 엄마들이 더 즐거운 어린이날, 공방에 매여 여유 없던 지난 1년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달콤한 달고나를 바삭바삭 씹으니 별스런 맛이 새로운 일을 잘 견디고 성장한 나를 위로했다. 무척 달콤한 휴식이다. 곧 고등학교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개학이 가까워졌다. 학부모 상담이며 등록, 강좌 개설 등 빠듯한 일정이 닥치기 전, 잠시 웅크렸더니 용수철처럼 다시 튀어 오르고 싶어 진다. 달고나 덕이다. 내일부터 다시 설탕 안녕, 달고나도 바이 바이. 그런데 굳이 누군가 스페셜하게 만들어주면 절대로 사양하지 않는다는 공공연한 비밀을 대놓고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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