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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y 15. 2020

사무실 간식엔 '생김'이지

하루 종일 공방 의자에 앉아만 있다 보니 나잇살에 앉은 살에 세상에 존재하는 살이란 살이 배로 다 모이고 있다. 개미허리를 자랑하던 시절도 20년 전이니 이제는 호르몬 때문 에라도 뱃살을 이길 수 없다. 아이들 쥐어주는 사탕이나 과자, 초콜릿을 하나 둘 먹다 보니 나온 배는 들어갈 모르고 있다. 일전에 병아리 콩으로 간식에 대한 글을 올린 이후 신상 간식을 발견했다. 바로바로 천연간식,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이다.


생김은 다양한 조리법으로 우리 가까이 존재한다. 소금과 참기름을 뿌리는 조미김, 김 한판을 그대로 구워 조미한 전장김, 김을 잘게 잘라 비빔밥에 넣도록 만든 가루 김, 김에 찹쌀물을 발란 말린 후 튀기는 김부각, 김과 잔파를 무친 김무침 등으로 아우를 수 있다.


오늘은 간식으로의 김을 소개할 참이다. 간식으로 구워도 먹어보고 생으로도 먹어본 결과 굽지 않은 생김이 덜 귀찮고 구우면 더 바삭하다는 당연한 결과를 알게 되었다. 아침에 출근할 때 김을 지퍼락에 넣는다. 3분 정도 할애해 약불에 살짝 구우면 더 풍미와 바삭함이 더해진다. 다 귀찮을 때는 그냥 생김이라도 괜찮다.  

돌이켜보니 생김을 즐기던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배추를 된장에 찍어 먹을 때 늘 접시 위에 생김이 있었다. 그 비릿함. 한번 따라먹어본 후 다시는 쳐다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남편이 생김만 있으면 밥 한 공기 먹는다는 사실을 결혼 후 15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지 않으니 밥상에 꺼낸 적이 없었을 뿐 그는 생김을 무척 좋아했다. 생김은 아이들 김밥 쌀 때나 쓰는 재료라고 생각한 아내가 김을 찬으로 꺼낼 리 없기 때문이다. 김밥을 싸다 남은 김을 남편이 한두 장 먹더니 다음날 생김을 찾는 걸 보고 알게 되었다.


김은 영양면에서 기대 이상이다. 보기에 시커멓고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시커먼 종이장 같은 비주얼인데 단백 비율이 높고 칼슘도 함유되어있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다. 2그람에 0.2키로칼로리라고 한다. 즉 열 장 넘게 먹어도 2키로칼로리 정도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커피에 단짝인 에이*쿠키가 10g에 50kcal를 넘는다는 걸 안다면 김이 존경스럽게 보이기 시작한다. 뱃살 정지와 건강과 심심풀이 및 영양을 위해 공방 간식을 바꾸었다. 탄수화물 위주의 비스킷이나 초코빵과 커피까지 먹으면 한 끼 칼로리가 훌쩍 넘는다. 그리고 글을 쓰다 보면 입이 왜 그렇게 심심한지 간식 없인 견딜 수 없다. 아무튼 생김 간식 등판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하루 종일 생김을 조금씩 나눠 먹으면 신기하게 포만감이 오래 유지된다. 입안에 넣으면 버석거리다가 꾸덕해지는데 계속 씹으면 껌처럼 되더니 잘근잘근 씹어서 끊어지다가 목구멍으로 난데없이 넘어간다. 어쩔 때는 김 10장을 잘라 놓은 것을 주섬주섬 먹다가 봉지 바닥을 발견할 때가 있어 놀란다. 하지만 칼로리 걱정이 없으니 간식계의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다. 봉지커피 몇 봉을 올킬했을 시간 생김이 나를 채워주니 고마움의 미소를 지어본다.

주의할 점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입술에 하나 둘 묻는 김가루에 당혹하지 마시길. 그 김가루는 유독 잘 떨어지지 않게 말라붙어있다. 다행인 것은 올 한 해는 마스크 스타일이 계속 유행할듯하니 혹여나 묻을 김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다. 그리고 주의할 점 하나 더 있다. 늦은 밤 잠을 미루고 글을 쓴다면, 낮에 느낀 포만감이 끝나고 허기가 밀려온다. 탄수화물을 급히 공급하려는 유혹을 이겨야 한다. 나는 벌써 몇 번이나 생라면을 부셔서 매콤 짭조름한 수프를 그득 뿌리고 말았다. 생김으로 다이어트는 금물이니 절대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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