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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Apr 29. 2020

'멍청이들아' 라니요

'봄이 좋냐'노래 아세요?

아마 이 노래 아실 거예요. 가사가 끝내줘요. 오전부터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분, 아이들 때문에 열폭하는 주부까지 들어보세요. 일단 노래를 먼저 듣고 가사를 다시 한번 보세요. 저는 작년에도 이 노래에 빠져 자주 들었죠. 그리고 수십 번 돌려 듣죠. 그럴 때마다 노곤함이 달아났어요. 올해도 마찬가지네요. 코로나 때문에 쪼그라진 마음에 사이다를 날려줘요. 미운 마음이 통쾌해지고 손댈 수 없는 상황이 작아져 보이더라고요. 인생 뭐 있나요. 마음이 거꾸로 내려갈라치면 솟구치게 만드는 것들을 골라 즐겨요. 그러면 다시 고개를 들게 되더라고요.  저는 1년 전 이 노래를 엄청 자주 들었어요. 들을 때마다 아니 웃을 수 없었죠. 완전 달달한 음률로 저주를 뿌려대는데 심쿵한다니까요.


꽃이 언제 피는지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날씨가 언제 풀리는지 그딴 거 알면 뭐 할 건데

추울 땐 춥다고 붙어있고

더우면 덥다고 너네 진짜 이상해

너의 달콤한 남자 친구는 사실 PC방을 더

가고 싶어 하지 겁나 피곤하대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망해라


아무 문제없는데 왜 나는 안 생기는 건데

날씨도 정말 풀렸는데 감기는 왜 또 걸리는데

추울 땐 추워서 안 생기고

더우면 더워서 인생은 불공평해

너의 완벽한 연애는 아직 웃고 있지만

너도 차일 거야 겁나 지독하게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너네도 떨어져라

몽땅


손 잡지 마 팔짱 끼지 마 끌어안지 마

제발 아무것도 하지 좀 마

설레지 마 심쿵하지 마 행복하지 마

내 눈에 띄지 마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망해라 망해라 망해라

(10cm-봄이 좋냐: 가사를 받아 적었어요-출처)


연애질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똥 멍청이들이라고 대놓고 말하는데 너무 귀여운 질투쟁이가 떠올라 웃음을 머금게 하네요. 그런데요, 이 노래를 들으며 전투력이 올라가요. 막 정신 차리고 뭘 하고 싶어 져요. 제 취향입니다.


에둘러 말하지 않네요


예쁜척하지 않아요


일상용어가 득실거려요


비속어도 여과 없이 써요.


대놓고 저주해요. 이런


사람에게는 남이 나보다 잘되는 걸 시기하는 마음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그런 마음은 감추면 부정적 감정이 두배가 되죠. 그리고 그런 마음을 품는 자신을 비난하며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차라리 이 노래 가사처럼, 대놓고 말하면 시기와 질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비교는 자신을 서서히 죽이는 심리적 작용이니까요. 절대로 그대로 방치하면 안 돼요. 노래로 간접적 해소를 하니 '올~마나 시원하게요~'


그리고, 이 노래를 들으며 화를 낼 커플은 없을 걸요? 봄을 저주하고 봄에 노니는 연인을 저주해요. 그런데요 반어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네요. 봄이 너무 좋고 그 봄에 함께하는 연인들이 너무 예뻐 보인다는 반어적 표현. 물론 이 가사를 쓴 작사가는 진심 망하길 빌었겠죠. 이런 현실 가사를 많은 사람들이 진정성면에서 좋아하는 거겠죠.


얼마나 귀여워요. '꽃이 지듯 너희도 떨어져라, 망해라, 망해라'라고 하는 비루한 속마음 대잔치. 오늘 종일 들을 거예요. 신나네요.

*곡에 대한 해석, 선호도는 사람마다 다르죠? 저의 개인 취향임을 밝힙니다.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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