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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Jun 15. 2020

문정희 <비망록> 감상하며

시를 읽는 마음

                 비망록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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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시인의 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감상을 적습니다. 시인의 시가 아닌 독자의 시로 읽어냅니다.

누구나 가슴에 뜨겁게 품는 시 하나쯤 있겠지요.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러니 기록할 수밖에요.

현실을 살아내는 사람 중, 성공을 목표로 투철한 삶을 잘 살아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도

혼자라면 행복할 수 없다.

사람은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혼자 세상을 이길 것 같지만 옆에 누가 없으면 안 된다.

워커홀릭이라도 문득 성취 앞에서 돌아보아 사람이 없을 때 얼마나 허망할까.

모든 것을 다 가져도 혼자라면 그가 느낄 외로움은 상상 가능하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과의 관계를 빼고 정체성을 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시인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현실의 삶에서 자신만을 위하려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타인을 향한 마음, 만물을 위하려는 두 마음을 보여준다.

두 마음의 갈등을 아니 겪는 사람은 없다.


시인은 그런 갈등을 기도라는 모습과 일기를 쓰는 행위로의 방향을 원하는 마음을 고백한다.

기도라는 갈망과 일기라는 반추의 행위로 자기 속에 갇혀 이기심으로 가득한 자신을 뒤적거리고 싶어 한다.

마음은 그러한데 실행하지 못하고 속에 있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 허물 있는 사람으로 삶을 살아간다.

기준이 있는 사람, 어떻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자는 그것이 고매하고 세속과 멀수록 큰 갈등을 겪는다.

타인을 위해 살든, 인류 발전에 무궁한 발전을 위한 희생을 하길 원하든 자기의 안위를 위하려는 마음과 부딪힌다.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사랑일 수도 있고 희생일 수도 있고 측은한 누구일 수 있는 타자,

타자를 위한 태도를 실천하지 못하는, 형식적으로 실천하되 마음이 뚜렷하지 않을 때

그 대상은 박힌 돌처럼 아픔을 준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이게 다란 말인가"

"사람이 이따위에 머물 것인가?"


시인의 박힌 별이 무엇이며 돌처럼 아픈 시련은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다.

(물론 궁금하지만, 화자와 시인을 일치시킬 필요는 없다)

내면에 스스로 세운 높은 기준이나 이상,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자신과

못하게 만드는 내적 장애를

물끄러미 관찰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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