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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Aug 18. 2020

나폴리가 울고 갈, 수제 '마르곤졸라'

아, 고급진 바질향 그득한 소스의 마르게리타 피자를 먹고 싶었다. 그것도, 주문하지 않고 만들어 먹고 싶었다. 마르게리타 피자는 이탈리아 여왕 마르게리타가 많은 요리사가 내놓은 피자 중 단연 이 피자를 선택했다고 이름 붙여졌다. 토핑이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녹색, 백색, 붉은색의 바질, 모차렐라 치즈, 토마토소스 세 가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냉장고에 바질소스가 없다. 생토마토도 없고 그저 치즈뿐이다. 그런데 마르게리타 피자라는 원대한 꿈을 꾸다니. 그냥 시켜먹을까 고민하던 찰나!


아, 고르곤졸라 피자는 가능하지 않을까? 냉장고엔 재료가 간소하지만 치즈와 꿀의 조합이라면 말잇못일 것이다. 고르곤졸라 피자의 유래는 이러하다. 고르곤졸라란 지방명이기도 하고 치즈 명칭이기도 하다. 치즈 발효과정에서 푸른곰팡이가 생긴 것을 맛보고 반해서 이름을 명명했다고 한다. 짜고 매운맛이 특징이라고 한다. 다시 렉이 걸렸다. 푸른곰팡이가 있는 고르곤졸라를 구경이라도 하고 싶어 졌다.   


"엄마, 배고파. 빨리 결정해!" 

정신을 차렸다. 유래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냉장고에 양파, 소고기 갈아둔 것을 꺼내 살살 볶았다. 또르티아 도우 위에 응급으로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를 척척척 발랐다. 그리고 볶아둔 고기볶음을 넓게 펴고 그 위에 국내산 치즈를 고르곤졸라처럼 아리땁게 뿌렸다. 푸른곰팡이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지만.


여기까지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홈메이드 표 초간단 피자다. 차이를 내기 위해 후추 기본에 허브소금을 솔솔 뿌렸다. 풍미를 살리고 싶었다. 그리고 신선한 맛을 위해 올리브유를 참기름 뿌리듯 돌려 뿌렸다.

예열한 오븐에 접시를 넣고 7~10여분이 지나면 알림음과 함께 고소한 냄새가 집안을 가득히 채운다. 꺼내 열십자로 긋고 잘라먹으면 이태리 출신도 먹고 울고 갈, 딸과 함께 먹다가 딸이 없어져도 눈치 못 챌 맛이다. 바질도 없고 고르곤졸라 치즈도 없으니 이름하여 '마르(게 리타)+(고르) 곤 졸라' 즉 마르곤 졸라 피자! 이름이야 처음 짓는 사람 맘이니까. 


넉넉하게 두세 판 구워, 게눈 감추듯 먹고 남은 것을 냉동실에 넣어두면, 늦은 귀가로 지친 가족 누구라도 데워먹으면 꿀맛이다. 


큰아이가 공부를 마치고 더위에 지쳐 땀을 흘리며 들어왔다. 시간은 11시가 넘었다. "엄마, 배고파" 밥을 차리기 머쓱한 시간, 고급진 향의 피자를 꺼내 데워먹는 아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마르곤 졸라 피자'어때? 


**나의 신박한 조어 능력에 감탄하다가, 내가 생각해 내면 누군가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검색해보았더니, 아뿔싸! 마르게리타와 고르곤졸라를 조합한 마르곤 졸라 메뉴가 있었다. 오늘 이 글은 낭패의 글이다. "마르게졸라"피자라고 할 수도 없고... 이 글을 내릴 수도 없고. 에잇, 그냥 맛있으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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