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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Aug 20. 2020

6개월 만에 등교, 다시 집으로?

제발 제발 제발, 정상 등교할 수 있기를

뭐든 익숙하던 일을 오래 멈추고 다시 시작할 때가 제일 힘들다. 코로나 19 발발로 아이는 언니의 자퇴 자립생활에 발맞추어 원격 자율수업을 했다. 등교하지 않는 언니를 늘 부러워하더니 6개월 동안 소원성취를 했었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매일을 즐겼다. 베


베이킹, 십자수, 바느질, 레진 공예, 펄러비즈 만들기, 고무줄 팔찌 만들기, 컵타, 그 외에 장르가 많은데 내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학교가 제공하지 않는 체험적 공부를 많이 했다. 교과진도는 아침 일찍 일어나 온라인으로 해결했다. 그것도 9시 반이나 10시면 수업이 끝이 났다. 학원에 친구들이 없어 일대일을 하다 보니 수학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오전에 공부가 끝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펼쳐놓고 하루 종일 마음껏 집중할 수 있었다. 등교하지 않았지만 유익이 많았다. 아무리 유익이 있다 해도 현장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부대끼는 수업이 아쉬웠고 가까이할 친구들이 없어 허전해 보였다.

등교하려는 딸의 머리를 묶어주었다.

6개월이라는 긴 방학이 끝이 나고 개학이 가까웠다. 미리 준비물을 다 챙겨둔 것은 기본에 일찍 잠자리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밤늦게 주로 시청하던 반려동물 프로그램도 과감히 끊었다. 9시가 되면 모두 침묵 게임을 하듯 숨을 낮게 쉬었다. 아이가 깊은 잠에 빠져들 때까지 남편도 이어폰으로 뉴스를 보고 나도 주방일을 멈춰야 했다. 며칠 그렇게 할 만큼 아이에게 등교는 신선하고도 설레는 과업이었다.


아이의 길고 긴 공식 자율 비 등교 학업기간은 끝이 났고, 작년 어느 날처럼 아주 익숙한 등교를 했다. 상기된 얼굴로 등교한 아이를 다시 만난 건 2시께였다. 공방으로 달려온 아이 이마에 땀이 끈적했다.

"엄마, 오늘 첫 등교였는데 급식이 진짜 맛없었어. 친구들과 이야기도 못하고, 공기놀이를 했는데, 1미터 떨어져서 각자 공기를 하다니, 그래도 학교 가는 게 좋은 거 같아"


저녁이 되었다. 길었던 단절을 금세 잊고 적응한 아이는 내일의 교실 풍경을 그리며 가방을 쌌다. 1미터 유지하는 공기라도 친구와 함께하니 좋았던 게다. 일찍 잠들 생각에 샤워도 끝냈다. 학교생활에 마음을 푹 담근듯한 아이에게 남편이 말했다.

"서울 경기 쪽 확신이 심해지면 전국이 2~3단계가 되고 학생들 수업이 온라인으로 바뀔 수도 있어"

날벼락같은 소리에 아이는 불안과 실망의 눈빛을 보였다.


학교에서 문자가 왔다. 2/3 인원 제한으로 격일제 등교를 하겠다는 소식. 다시 원격 가정학습을 신청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부 사람들의 과몰입된 신념으로 벌어지는 웃지 못할 결과다. 결국 모두의 일상이 멈추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 몇 달간의 고달픈 일상의 장면이 스쳐갔다. 결국 이 모든 결과를 아이들이 고스란히 맛보게 된다는 사실에 바닥에 눌러두었던 화가 끓기 시작했다.  


"제발, 체육시간에 운동장에서 맘껏 뛰고 싶어요. 배구를 배우는데, 배구의 동작과 유래를 교실에서 영상 시청으로 하는 게 말이되요? 친구들과 축구를 못한 지 반년이에요"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한숨 어린 하소연이 귀에 쟁쟁하다.


"아이들이 무슨 죄인지, 얘들아, 참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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