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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Aug 29. 2020

아, 마스크 마스크! 너 때문이야.

이제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이다. 남들과 비슷한 마스크로는 성에 차지 않아 기능과 디자인을 찾아 유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발전시켰고 마스크의 다변화가 다시 사람들의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형국이다. 선후가 어떠하든 새로운 마스크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은 늘고 있다. 그에 따른 마스크 스트랩이라는 새로운 제품군까지 등장하는 것은 웃픈 현실이다.  아, 마스크, 마스크.


마스크가 실생활에 필수가 되니 좋은 점이 있다. 동네 마트에 들를 때, 아이를 픽업할 때 등 사소한 외출에는 꾸미지 않아도 되니 아주 편하다. 색조 없이 눈썹만 그려도 맘 편한 모종의 해방감은 실로 20세 이후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인이 아니면 알은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비대면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불편할 때 애쓰지 않고 나를 가릴 수 있는 최적의 무기를 우리는 갖게 되었다.


마스크로 인해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코로나가 잠잠해진다 싶을 6월경 새로 등록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부모님과 상담을 하고 등록절차를 밟는다. 코로나 19 전에는, 짧은 상담을 한 후라도 며칠 후 만나면 똑똑히 기억이 났다. 상담 시 들었던 아이의 특성과 엄마의 바람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런데 최근 새로 등록한 학부모의 얼굴은 당최 파악할 길이 없다. 밀도 있는 좋은 대화로 공감을 나눴지만 며칠 후 다시 만나면 거짓말처럼 기억하기 어렵다.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는 요소중 가장 중요한 부위가 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마스크에 가려졌다 해도, 눈을 마주치며 대화했으니 어느 정도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난감한 일이다. 기억해야 할 그 일이 나에게는 무척 어렵다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느낀다. 이런 현실 앞에 애꿎은 나의 아이큐와 노화를 탓하고만 있어야 할까?   


더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아이 픽업으로 학부모가 마스크를 끼지 않고 방문할 때가 그렇다. 눈을 비벼 봐도 도대체 누구 어머니인지 가늠하지 못할 때 센스를 발휘한 상대는 아이 이름을 말해준다. 학부모나 나나 서로 민망한 눈빛이 된다. 지금껏 한번 만나고도 부모와 아이를 잘 파악했었다. 아이의 특성을 잘 기억해서 코칭하던 나의 무기를 잃어버리는 기분이다. 다, 마스크 때문이라고 원망하고 싶다. 마스크가 죄가 큰 것이다. 오, 마스크, 마스크.



마스크를 끼지 않고 살기를 모두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다. 나 또한 매일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속 깊이 마스크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과, 마스크를 벗어서 못 알아볼 서로와, 마스크를 벗은 후 다시 불편해질 관계들을 떠올릴 때, 사람들은 마스크를 단디(단단하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경상도 사투리) 장착하게 된다. 마스크를 방패 삼고 싶은 우리의 지친 마음이 바닥 어딘가에 깔려있는 것이다.


지인의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는 사방에 마스크를 한 얼굴만 보며 자라고 있다. 지인의 아기에게 마스크를 낀 채 자주 인사를 했고 아기는 어느새 나를 알아보고 웃음으로 대답하곤 했다. 한 번은 마스크를 내렸더니 못 알아보고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 익숙해진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가리고 거리를 두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익숙한 것이 더 편하다고 느끼는 순간 단절과 비대면과 불통은 기능성 속옷처럼 몸에 장착되어버린다. 참 벗기가 어려움을 입어본 사람은 안다.

대면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 마스크를 벗어던질 그날, 눈만으로 서로를 인식하지 않아도 되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조금 불편한 소통과 에너지를 낭비하더라도 살과 살,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싶다. 살냄새나는 사람의 삶이 그래야 한다고 믿고있다. 비대면 세상이 열렸지만 진실한 대면이 더 간절해진다. 아, 이제 엄마들과 희망을 노래하는 수다 신공에 빠져들고 싶다. 아이들의 고유한 특성에 맞춰 온 얼굴을 마주하며 말놀이 글놀이를 하고 싶다. 우리의 연결이 마스크라는 장벽을 넘을 날이 오고야 말길. 아, 마스크, 마스크! 다 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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