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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Aug 13. 2020

워킹맘, 간단한 도시락을 위해

매일 도시락을 먹는다. 원래는 공방에서 점심과 저녁식사를 위해 두 개의 도시락을 쌌다.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이른 귀가로 5시만 지나면 인적이 드물다. 혼자 집에 있을 작은 아이를 위해 도시락을 하나 줄이고 일찍 퇴근한다. 늘 간단하게 싸야지 하면서 꼭꼭 밥과 반찬을 쌌지만 오늘은 열렬하게 심플해지고 싶었다.


입맛이 분명한 남편을 사로잡은 감자 계란 샌드위치로 정하고 먼저 쌀을 씻어 취사를 누른다. 19분. 쾌속취사가 끝나는 음악소리에 맞춰 오늘 하루 가족이 먹을 모든 음식을 준비할 참이다.


감자 두 개 껍질을 깎고 다지기에 넣어 잘게 다졌다. 그리고 다져진 그것을 전자레인지에 4분 돌리면 팍신하게 익는다. 어차피 삶아서 으개야하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이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계란을 삶는다. 오늘은 여유가 있어 삶는다. 더 바쁠 땐 스크램블로 대체한다. 여기까지는 점심에 먹을 나와 아이들의 샌드위치를 위한 것이다. 아직 아침을 준비하지 않았다.


 아침은 약고추장과 된장찌개. 된장찌개는 어제 끓여둔 것이 있어 데우면 된다. 소고기 간 것과 양파 다진 것(다지기를 한번 더 사용한다. 나의 최애 주방용품이다) 함께 볶는다. 미향으로 잡내를 잡고 고루고루 볶는다. 후추와 허브소금(시중 제품을 강추한다)을 촵촵뿌린다. 그리고 간장과 물엿과 설탕 한 꼬집을 넣는다. 여기까지는 작은 아이의 간장 소고기 볶음이다. 아이 것을 덜어내고 고추장을 듬뿍 넣는다. 고추장과 다른 재료가 어우러지며 자글자글 소리를 내면서 졸아든다. 어느 정도 점성이 생길 때까지 졸여지면 불을 끄고 참기름을 넣어 휘휘 섞는다. 이제 아침을 다 준비했다. 밥솥에서 흥겨운 알림음이 나온다.


일어나 아침공부를 하고 있는 작은아이를 위해 조미김과 간장 소고기 볶음을 차리다가, 어제 아이가 부탁한 우동이 생각났다. 아침에 무슨 잔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벌써 땀이 나기 시작했는데 멈출 수는 없다. 예약한 음식은 곧 죽어도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시중에 판매하는 우동 제품을 꺼내 물을 끓인다. 라면보다 더 쉬운 우동 끓이기. 이럴 땐 시중 제품이 효자상품이다. 물이 끓으면 소스를 넣고 우동사리를 넣는다. 2분 더 끓여 식탁에 낸다.


이미 약고추장에 쓱쓱 비벼 두 그릇을 클리어한 남편의 눈이 휘둥그레 한다. 덜어 주었더니 두 그릇을 한자리에서 순삭 한다. 딸아이는 자기 것까지 빼앗길까 위기를 느끼는 눈치다. 뭐든 4인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걱정 말 라거 시늉을 했다.


빵에 쨈을 바른다. 버터를 발라 풍미를 노린다. 그리고 19분 안에 이미 완성해둔 샌드위치 소를 넣는다. 감자 계란만으로도 충분하다. 전자레인지에 꺼낸 감자에 삶은 계란 둘을 넣어 으갠다. 감자가 이미 으개진 상태로 익어서 손쉽다. 마요네즈를 넣는다. 그리고 허브소금. 요즘 밀고 있는 소금이다. 이국적 허브향에 만드는 음식을 고급 레스토랑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소금이다. 샌드위치를 완성하고 도시 락에 담는다. 아이들은 스스로 만들어 먹기로 하고 냉장고에 소분해 넣는다.


저녁 반찬을 준비하려니 은행업무 약속시간이 닥쳤다. 그래서 저녁은 아이들 알아서 차려먹으라고 여백의 미를 남기고 홀연히 현관문을 열고 나선다. 간단하고 맛난 도시락을 싸려다 결국 두 가지 세 가지 일을 더 하게 되었다. 워킹맘의 주방 일 중 간단하며 쉬운 게 어디 있을까. 스피드와 다양성과 맛까지 맞아 떨어 지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오늘은 그래도 성공적이지만 내일의 성공을 예견할 수 없다. 휴~오늘도 큰 일을 해냈구나. 가족의 식탁을 건강하고 다양하고 신선하고 맛나게. "저녁은 니들이 알아서 차리기" 뒷일은 신경 쓰지 않는다.  


은행업무후 도착한 공방에서 샌드위치를 세팅한다. 한입 베물고 기절하는 척 한다. 공방에 아무도 없다. "누가 만든건지 이케 맛있띠?" 혀짧은 소리를 낸다. 등줄기에 흐르던 땀이 헛되지 않은 기분. 아이들이 한입 베물고 "울엄마는 역시"라고 엄지척 할 것을 상상해본다.

"오늘 점심 참 간단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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