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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Mar 31. 2020

소소한 산책 행복 줍기

서둘러요, 봄이 지나갈지 몰라요.

근처 작은 못에 갔다가 길을 잠시 잃었다.



나를 따라오는 아이들은 불안했고 나는 황당했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 나도 알 턱이 없다. 어른이 모를 수도 있지. 바스락 거리는 겨울의 흔적을 밟으며 멈추어 가라앉은 마음을 생각했다. 가깝고 나지막한 언덕일 뿐인 곳도 헤매는데 일생이라는 에움길 둘레길 올레길을 헤매지 않으란 법이 있다. 그 와중에도 만발한 벚꽃이 흰색, 상아색, 연분홍, 진분홍으로 가지각색이다. 산책하러 나왔다가 봄을 찾았다. 가까이 넘치는 풍성함을 눈에 저장한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고 누군가 말했다. 매일 여러 번의 작은 행복이란 돌멩이 주워 주머니에 넣어 짤랑거리면 된다. 큰 행복 하나 터지길 기다리는 사람은 기다리는 동안 항상 빈곤한데 작은 행복을 계속 줍는 사람은 늘 풍성하다고나 할까.

아이들과 웃으며 '설마 조난신고까지 하겠냐'라고 가던 길 돌아 나왔다. 헤맬 땐 잠시 멈춰 둘러보고 다시 돌아 나와도 된다. 우리가 산을 정복하러 온건 아니잖아. 마른기침 한번, 헛기침 한번 흠흠거렸다. 사실 헤매는 반시간 동안 어른인 나도 덜컥 겁이 났다. 정상 정복의 열의를 접고 돌아오는데 아이들은 연신 "귀신 나온다"라며 장난을 친다. 나를 믿고 따르니 절로 흥이 나나보다. 갈 때는 두렵던 길 돌아오는 길은 즐기는 길이 되어 콧노래가 나온다.

벚꽃이 다 지기 전에 봄이 가기 전에
헤매고 멈추고 뒹구는 모든 일상이
복된 일임을 헤매고서야 더 절감한다.

가던 길 오래 걸려 투덜거렸는데 돌아오는 길은 금세다.
한번 가본 길 돌아올 때는 염려하지 않는다. 알기 때문이다. 헤매지 않게 되었다.

"그리 멀지 않구나, 그리 위험하지 않구나, 안될 땐 돌아 나오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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