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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Nov 02. 2020

투고 원고 수정과 차기작 제안

                                                                                                                                                                                                                                                                  

 초고를 완성하고 투고하는 일은 끝을 알 수 없는 고된 일이다. 글이 누적될수록 배부른 느낌보다 이야기 귀신을 자루에 넣어 묶어둔 기분이다. 이야기는 흘러가 사람들에게 들려질 운명이다. 그런데 들어야 할 사람, 듣고 싶은 사람, 간절한 필요로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고임 현상은 나를 답답하게 했다.


몇백 번 투고를 하면 자신의 글과 결이 맞는 출판사의 부름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것도 결국 출간한 작가들의 말이다. 결국 원고는 사장되고 이름을 알리지 못한 예배 저자들은 다시 지난한 투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는 투고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한 출판사와 연을 맺었다. 상업성이 짙은 대표가 아니라 인격적이며 중심이 반듯한 대표를 만난 게 다시 생각해봐도 복이다. 11월 말에서 나의 첫 에세이 세상에 내놓는다는 사실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투고 성공을 하고 나니 그 이전 출간한 시집이 생각났다. 첫 시집이라 작품의 양이 부담이 되어 공저로 냈다. 출간의 과정이 과연 어떠한지 궁금심이 발동해 도전했다. 시라는 장르는 독자가 매우 한정적이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사주고 파는 순환이 일어난다고 한다. 시인이 시집을 사지 일반인이 정통 시집을 사서 읽기란 쉽지 않다. 그런 현실을 알면서 나는 출간이 어떠한 것인지 경험했다.


그 경험은 오롯이 내게  실패담과 함께 귀한 깨달음도 주었다. 실패감은 뚜렷한 기획 없이 책 한 권 쓰기가 어렵다는 것, 콘셉트 없는 흥에 겨워 썼던 글이 수백 편이라도 엮기가 곤란하다. 주제 없는  말의 덩어리일 뿐이라는 것, 작가의 공격적 마케팅이 있어도 힘든 출판계에 아무도 나를 위해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귀한 깨달음도 여럿 있다.  내가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스스로 정돈하게 된다. 글쓰기에 더 천착하지 못한 나에 대한 수많은 반성, 공저기 때문에 다른 작가와 템포를 맞춰야 하는 수고, 세상에 내놓기에 더  많은 퇴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곧 출간되는 책을 준비하는 1년이 넘는 시간 좋은 만남에 대한 복에 감사하게 되었다. 아무리 잘난 작가도 좋은 사람들과 엮어져야 순탄한 과정으로 출간을 할 수 있다. 내가 만난 출판사가 그렇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코로나 직전 완성한 원고를 결국 다시 쓰게 되었다. 다시 쓴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아예 새로 쓰는 것이 어정쩡한 것을 고쳐 쓰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글을 쓰다 보니 1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씨름으로 생각이 많이 정돈되었고 하고 싶은 말은 더 분명해짐을 느꼈다. 시간이 그냥 흐른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뒤섞여 터져 나온다고 다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수많은 말 중 필요한 사람들의 문제에 맞는 말을 골라 담아야 쓸모 있는 책이 된다. 중구난방 써놓은 글을 버려야 하는 기분은 생각보다 아리다. 이미 써둔 원고를 고치고 추가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계획하에 글을 다 새로 쓰는 것이 훨씬 쉽다. 원고의 분량이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이 낫고, 중구난방 많은 분량의 글보다 일관성 있는 알맞은 분량의 글이 책을 만들기에 더 용이하다.


하나의 책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차기작 제안은 내가 해온 일과 일치하는 분야라 방향성이 잘 맞았다. 그래서 금세 목차를 구성했다. 유사 도서의 목차를 찾을 겨를도 없었다. 교육현장의 어려움과 아이들의 상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던 터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던 방법론을 정리해서 담으면 되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내가 투고하기도 전에 기획제안을 받은 것이 너무 기뻐 이틀 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공저 쓰기, 첫 교육 에세이 쓰기를 하면서 경험한 부족과 안쓰러움,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겠다는 결심,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체득하니 책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쓰고 그치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장담하고 싶다.(물론 출간 기회가 생기지 않아 포기하기가 더 쉽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지금까지 부족과 아쉬움을 덮고도 남을 글을 준비해서 내년에 세상에 아이 하나 더 낳듯 선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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