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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Nov 02. 2020

출간 약속-상큼한 계약서

                                                                                                                                                                                                                                                                                                                                 

등기로 계약서가 도착했다. 휴가를 가기 직전 출판사 대표님이 보내준 것이다. 기획출판으로의 첫 계약서라 나에겐 무척 뜻깊다.


처음에 시를 쓰면서 평생 시인으로 살고 싶었다. 그런데 시라는 영역이 대중적이지 않았다. 나는 나의 말을 하고 싶었고 매체를 시로 정한 것이다. 물론 지금도 詩라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것을 읽으면 물속에 잠기듯 세상의 번잡스러운 소리가 멀어진다. 시를 쓸 때도 그렇다. 소리와의 결별과 함께 돋보기를 든 것처럼 사물을 더 오래 깊이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보청기를 낀 것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소리가 더 잘 들린다. 잡스러운 소음에 불과하던 사사로운 것도 의미 있게 들린다.

시와 함께 산문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삶으로부터 출발하는 글이니 에세이라고 한다. 에세이는 내 삶에서 인생 보편 진리를 발견하고 연결하는 글이다. 그래서 누구라도 쓸 수 있고 특별히 어려운 형식이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으면 담을수록 더 진국이 된다. 사람들은 그런 진국을 알아채는지 내가 쓴 글 중에 공감을 많이 받는 글은 작정하고 쓴 글 보다 일상 속 작은 깨달음과 나의 처지를 기록했을 때다.


이번 출간되는 책은 교육 에세이다. 나의 일상에서 만나는 아이들, 그리고 내 아이를 향한 일관된 생각. 어떻게 가르치고 어떤 아이가 되길 원하는가에 대한 생각들을 모았다. 과정이 그리 쉽지만 않았던 것은 산문을 출간하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기획 출간할 책은 교육 전문서적에 가깝다. 덜컥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교육현장의 구체적 사례들과 이론적 바탕까지 면밀히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라 쉽지만 않다. 내가 결국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놓치지 않으면서 디테일도 담아야 하는 고도의 과정. 교육 에세이와 톤이 다른 책이다. 사실과 정보가 더 많으니 나의 감상과 진리 탐구적 자세보다는 정확성과 신뢰성을 더 바탕해야 한다.



계약서를 받았다. 대표님의 정갈한 편지와 함께.


2차 저작물에 대한 내용, 인세에 대한 것, 계약기간 등 중요한 내용을 확인하고 나니 사인할 일만 남았다. 아, 갑자기 이 일이 무척 무겁게 느껴진다. 사람들의 생각에 작은 흠을 내고 그 틈 사이로 물이 흘러가듯 좀 더 나은 방법과 생각을 흘려보내야 한다. 그 틈이 날는지, 틈이 나도 잘 흘러갈는지 의문이다. 더 오래 깊이 준비할수록 섬세한 근거와 사례로 책의 내용으로 필요한 독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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