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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Dec 27. 2018

_____brunch작가에 낚였어요?

브런치 도전기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시작될 때부터 고급진 글쓰기 환경에 반했다. 글을 돋보이게하는 프레임도 아름다웠다. 나는 처음부터 독자모드로 피드에 올라오는 글을 읽곤 했다. 가벼운 글이 무거운 글보다 많았고, 진지한 주제보다는 손쉽게 흥미를 끄는 이야기가 많았었다.


어느 순간부터 브런치에 가벼운 개인 일상글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잡지를 구독해 읽고 있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제서야  작가를 모집하는 제도를 발견했다. 진작 알지 못한 내 시력을 탓했다. 시청자 모드로 수동적인 읽기의 주체였던 나는, 글을 발행하는 쓰기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여러번 도전했다. 처음 도전은 눈치가 없었다. 시장조사도 하지 않았다. 글을 써 보내기만 하면 작가가 되는 줄 알았다. 오프라인 공모전도 아니니 뭐 그리 까다롭겠냐 생각했다. 브런치를 어리숙하게 규정하고 있었는지는 비밀이다.  나의 사적인 관심을 끄적거려 성의없는 글로 신청했다.


떨어졌다. 자존심이 상했다. 실패를 계속 곱씹었다. 내가 선정단이라도 그 글을 읽고 작가로 선정할 리가 없었다. 예전에 쉽게 진입할 수 있던 장벽이 높아져서 통과가 어렵다는 글을 읽었다. 오랜만에 후회라는 감정에 휩싸였다.


늦었지만 늦지 않았다고 마음을 다독이며 계속 도전했다. 독자가 읽고싶은 주제보다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에 탐닉했다. 아마도 독자가 관심없는 장르나 주제를 대충 써서 냈다. 그것이 낙방의 이유라고  유추할 뿐이다. 몇 번 낙방을 했을 때 지방에 사는 내가 서울 본사로 쳐들어가려고 했다. 내 수준은 파악하지 못하고서 심하게 부끄러울 뻔 했다.


그런 여러 번의 도전을 통해 몇가지 깨달았다. 깨달음에 머물지 않고  글쓰기에 변화도 일어났다.

1.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읽히는 글, 수월하게 읽히는 문장과 문단, 납득할 수 있는 논리구조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쓰는 글을 되돌아봤다. 시를 즐기고 쓰는데 매진하느라 산문을 꼼꼼히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사실 산문을 꼼꼼히 써서 퇴고까지 할 이유가 없었다. 내 글이 공식적으로 발표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블로그도 하지 않으니, 어디에 내 글을 올려 본 적도 없었다. 의식하지 않는 글을 구수할 지는 몰라도 서툴러서 읽는 이를 불편케 한다. 물론  이 글도 불편의 요소가 여기 저기 널려있을 것이리라. (좋은 문장쓰는 법에 대한 주제가 아니라, 브런치에 도전하면서 일어난 변화가 주제니 그냥 읽어주시길 부탁드릴 뿐이다.

2.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하다

   블로그를 쓰듯 형식을 고려하지 않고 입말 그대로, 때론 유행어 투성이의 가운데 정열로 문단 구분도 하지 않던 습관이 바뀌었다. 브런치에 그런 형식의 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전문적인 영역의 글이나 필력이 있는 작가들의 글은 읽기 좋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특별한 디자인적 능력이  없어도 미적요소를 가감할 수 있다. 사진이며 대문 이미지도 첨부하기만 하면 알맞은 사이즈로 변환되는 신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귀찮아서 이미지를 첨부하지 않다가 낙방하기를 반복하니 별 수 없었다. 이미지라도 올려 점수를 받고 싶었다. 이미지 때문에 작가가 되진 않았겠지만 브런치의 미학적 기술을 잘 사용할 때 직관적으로 독자를 당기는 힘이 더해진다. 디자인에 눈을 뜨고 수려한 매거진이나 글을 흉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플랫폼의 성격에 나를 맞춰야 했다. 왜냐, 나는 을이니까!! 그런데 이런 을의 입장이 전혀 억울하지만은 않았다.


3. 주제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브런치의 통계치를 검색해 보지 않았다. 집요하게 파고헤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그저 직관적인 경험치로 쓰고 있다. 매력적인 주제여야 한다. 글이 쓰여도

독자가 원하는 주제일때 클릭을 불러온다. 
 나의 주제선정에 매우 불만족 했을 것으로 추측해본다.


매력적이라는 것은 시의적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현재, 여기에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다. 독자는 객관적 사실을 몰라서 글을 찾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다양한 작가들의 생각을 듣고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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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로 선정 되려고 도전하다보니 잃은 것은 시간이고 떨어진 것은 열정이었다. 하지만 그 것보다 더 귀한 것을 깨닫고 변하기 시작했다.


 여러 번 도전으로 고배를 마신 나는 그간 브런치 때문에 고생길을 걸었지만 깨달음이라는 선물을 받은 것이다. 놀랍게도 도전이라는 에움길이 변화라는 지름길로 바뀐 것에 감사하고싶다.


 물론 작가로 선정이 되지 않았다면 딸 수 없는 포도를 시다고 손가락질 하는 여우처럼 혼자 구시렁거리며 브런치를 폄하하고 있을 지 모르겠다. 브런치가 나를 작가로 선택한 것은 손해볼 장사가 아닐 것이라고 큰소리 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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