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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Dec 28. 2018

_________뭐야, 이게 브런치야?

브런치 적응기#1

대충 얼버무리듯 쉽게 쓴 글로 매번 낙방했다. 넘사벽인 브런치 작가 응모에 이를 갈고 칼을 갈고 펜을 갈았다.

그래 뭐든 갈아보자고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브런치 낙방 경험자들의 글을 찾아보았다. 물론 낙방을 많이 해서 포기한 사람의 글은 검색에 뜨지 않았다. 포기했고 작가가 되지 않았으니 글 쓸 리가 없다. 낙방하고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이들은 하나같이 감격의 글을 올렸다. 선정단 혹은 브런치 작가 선발 담당자들(이들의 호칭을 내가 알게 뭐람)이 여러 번의 낙방을 통해 브런치 작가의 네임벨류를 올리려는 전략일지도 모른다. 여기저기 낙방했다가 붙은 사연이 돌아다녔다. 나도 작가가 되면 낙방을 이겨낸 집념의 아이콘이 되어보리라 이를 다시 갈았다.


글을 정돈했고, 나를 소개할 때 doing보다는 being이 드러나는 글을 썼다. 길게도 쓰고 짧게도 썼지만 최종적으로 간단하면서 솔직하게 썼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쓸지 글에 대한 기획 부분을 심플하게 다듬었다. 우후죽순 내경험이나 일기 수준에 머물만한 기획을 뺐다. 그러고 신청 버튼을 클릭하면서 이번에는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의 육감이 말해주었다. 이전에는 이래서 되면 브런치가 너무 저렴한 플랫폼이겠지 생각하던 기억이 났다. 내가 떨어진 이유를 몸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붙을 것도 예측이 되다니 나의 직감인데도 신기하기만 하다.


소식을 기다리던 중 운영하는 블로그에 이전에 없던 검색기록이 남았다. 되었구나 예상했고, 메일을 열어본 순간 그 유명한 페이지가 열렸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여러 번(솔직한 횟수를 밝힐 수 없다. 너무 많이 응모했고 관련자가 욕하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나는 집요했었다고만 밝힌다)의 응모 끝에 작가라는 문 안으로 진입했다. 다른 이들은 한 번에 척척 되는 것을 오래 끌어 겨우 넘었으니 나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퇴근을 하는 길에 확인했고, 운전 중 핸들을 놓고 여러 번 주먹을 쥐어 흔들며 탄성을 질러댔다. 위험했다. 위험해도 좋은 걸 어떡하라고.


이제  내용이 있던지 감동이 있던지 둘 중 하나 이상 될만한 글을 쓰면 된다고 파릇파릇 기대했다. 새싹이 세상 찬바람을 아직 모르듯 브런치의 거대한 강물에 작은 물방울로 합류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만 하루만 기뻤다. 흥분된 상태로 그저 기뻐 몇 편의 쟁여놓은 글을 올렸다. 그리고 절망감은 바로 찾아왔다. 내 글이 검색되지 않는 기현상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기현상이었다. 이상했다. 글을 올리면 누군가 읽어줘야 하는데 아무도 클릭을 안 하니 나의 꿈과 이상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났다. 만 하루 만에  감정이란 놈이 지하 20층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어렵게 들어왔지만 더 어려운 산이 버티고 있었다. 당장 누런 보자기에 글이고 열정이고 다 쑤셔 넣고 질끈 매고 싶었다. "브런치 그거 뭣도 아니네, 작가라고 노래하더니 그게 뭐라고"라는 브런치에 브자도 모르는 맹추들의 비아냥을 들을까 일찍 부끄러워졌다. "아니, 시간이 없어 아예 시작도 안 하려고 탈퇴했어"라고 말할 참이었다.


앗뿔싸! 브런치에 탈퇴란이 없는 것 같다. 내 눈으로는 찾을 수 없다. 그러려면 다음에 아이디를 빼야 할 판이라 일이 커지겠다 싶었다. 앱도 지우고 포털사이트 다음도 메인화면에서 내리고 싶을 만큼 큰 배신감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기만당한 기분이었다. 그것도 아리따운 피드의 얼굴을 가진 브런치에게 말이다.


이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오래 고치며 읽히기 위한 글을 쓰려고 달려온 길이 허망해 보였다. 탈퇴를 할 수 없으니 글 저장 창고 정도로 봐야겠다고 목표를 바꾸었다. 읽히지 않고 구독자가 없어도 그냥 가자고 마음을 다독였다. 생각보다 내 마음은 귀가 얇았다. 생각하는 대로 끄덕이며 따라오니 말이다. 내 마음이 이렇게 쉬운 줄 최근에 알았다. 그런 저렴하고 낮은 자세로 글을 썼다. 이전에 썼던 글을 고쳐 꾸준히 올리고 있다.


3주 차에 접어드는 지금. 갑자기 브런치에 속은듯한 내가 아직 살아있다고, 구석자리에 웅크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졌다. 나 같은 작가가 많겠다는 생각에 주먹을 불끈 쥐며 다시 시작했다. 브런치를 공부하겠다는 목표다. 용어는 못 따라가겠다. 검색 블라블라, 유입경로 블라블라, 트래픽 블라블라등 용어가 어려워 집어치우고 싶었다. 일단 선배들의 못알아들어도 정독하기 시작했다. 내 글이 필요한 사람이 검색해서 찾을 수 있도록은 만들어 놓는 게 브런치 작가로 내가 할 일이다. 그 다음은 브런치에 맡기고 싶은데,,, 몰라,, 뭘 해줄런지. 일단 나는 성실과 집념 하나로 잘쓰고 잘 올려야겠다


나의 흥, 칫, 뿡! 삐친 마음은 아직 그대로지만, 뭐 어쩌겠나. 나는 유명인이 아니니까. 그리고 난 어른이니까 내가 저지른 브런치 작가의 일에 책임을 지려고 한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는 책임감을 내가 만들어 내고 그것을 채워나갈 것이다. 나는 어른이니까...... 눈물 한 방울 똑 떨어트릴 뻔했다. 어디서 깔짝깔짝 거리는 작은 소리가 나거들랑 작은 통통배 한 척 망망대해에서 헬미~라고 외치고 있는 줄 알아 달라는 바람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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