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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Nov 25. 2020

야근에 야식패스 가능할까?

이런 야식은 갖다버려야 할까?

*여러분 출출해서 헤롱한 상태로 급하게 쓰고 생라면 먹방후 원고에 몰두해야해요. 한큐에 쓴 글이라, 여기저기 구멍이 나겠지만 오늘은 안고치려구요.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어주세요. 저는 야식에게 졌지만 여러분은 야식에게 지지 마시길.


밤이 되고 집안이 고요해지면 마감을 앞둔 글을 쓴다. 하루종일 바빠 이제 겨우 시간이 난다. 시간이 늦으니 수많은 밤참 중 생라면의  유혹이 강렬해 오래 고민했다.꺼낼까 말까, 부술까 참을까. 생라면을 자주 먹다가는 하늘나라 일찍 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에 늘 자제한다. 최대한 몸에 나쁘지 않은 간식을 먹으려 애쓰는데 오늘은 아니다. 가끔 생라면을 꺼내 부셔서 스프를 솔솔 뿌리고 1/2 봉지를 먹는다. 단언하건데 늦은 밤 글을 쓸때 가끔 그런다. 하, 벌써 군침이 돈다. 혀 끝에 화끈한 매운맛이 감돌면 아득하고 노곤하던 정신이 번뜩 차리게 된다. 매운 스프일수록 좋다.

생라면도 맛이 같지 않음을 먹어본 분들은 알 것이다. 다양한 라면을 생으로 시식하면 그 맛의 다양성에 놀라게 된다. 지체가 높고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마트에서 자주 행사를 하는 싼 라면보다 짜장라면류의 면을 먹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마트 행사하는 저렴한 라면보다 봉지당 가격이 두세 배가 난다.  짜장라면은 적당하게 기름지고, 적당히 바삭하면서 굵은 면발이 먹기 좋고 혼자 asmr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글쓰기 좋다. 저렴한 라인으로는 사리용 면만 여러 개 한 봉지로 파는 것이 있다. 그리 나쁘지 않지만 썩 맛나다고 할 수는 없다. 면발의 굵기에서 단연 살랑거리는 맛이 있는 것은 스낵면이다. 얇기도 얇고 바삭해서 오독 거리며 먹기 좋다. 신라면이나 열라면은 스프가 매워 정신을 차리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이런 간단한 밤참에 맛없는 튀기지 않은 면이라는 가격만 비싸고 면발은 나무 작대기 같은 것은 비추하는 바다.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아, 이 밤에 너무 힘든 사진인가요?

이렇게 이야기하니 나의 생라면 부셔먹기 내공이 오래도록 된 듯하지만 올해 길들어버린 습관이다. 계란도 삶아먹고 친정엄마가 보내주신 안동식혜도 두 사발 들이키고 쑥떡을 꾸덕하게 녹여 먹기도 한다. 어쩔 땐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식빵을 손으로 꼭꼭 눌러 질긴 식감을 만든 뒤 우유에 푹 적셔 먹는다. 저렴한 어묵을 잘게 채쳐 에어 프라이기를 몇 분 돌리면 바삭하면서 한쪽은 꾸덕해져 마른오징어를 씹는 듯하면서 어묵 과자를 먹는 느낌까지 함께 맛볼 수 있다. 마트에 파는 순대를 얇지 않게 썰어 에에프라이기에 기종에 맞는 시감으로 돌리면 당면이 튀어나와 부풀면서 바싹하게 튀겨진다. 순대를 성애 님들은 새로운 맛과 식감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밤에 글을 쓰다 말고 라면 한 봉지를 와자작 부셔서 스프를 솔솔 뿌리고 싶다. 나의 욕구란 그저 배를 채우고 싶거나 입을 즐겁게 하려는 게 아니다. 순수하게 글을 잘 쓰기 위함이다. 조금 늦은 시간까지 잘 버틸 수 있는 약간의 에너지를 얻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꼬롬한 냄새가 나는 게 영 신통치 않은 변명 같다.


이 글은 분명 읽는 이들 중 몇을 주방으로 이끌 것이 분명하다. 찬장을 뒤져 각종 라면 중 무엇을 고를지 턱을 괴고 고민할 것이 눈에 그려진다. 오래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하나를 선택하고 봉지를 뜯으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여러 종류의 생라면의 맛이 궁금하면 매일 밤참으로 먹을 수 없으니, 일상에서 라면을 끓일 때면 절대로 국물에 다 투하하지 말고 1/10을 맛보길 권한다.


생라면 밤참에 빠지기 위한 조건이 있다. 글쓰기에 매진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자만이 죄책감을 조금 덜고 반봉지 시식을 감행하기를 부탁한다. 여간 끊기 어려운 중독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오늘 반의 반 봉지만 먹어봐야겠다. 건강을 위해서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거나 락앤락에 넣어둔다. 오늘 글을 많이 쓸 테니 그깟 라면 조금이야 대수일까. 이렇게 나의 밤을 원고와 씨름하는 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조금 음미해야겠다. 나의 글을, 나의 밤참을.


이 글은 밤참 유도를 위한 것이 아님을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고 싶다. 글을 잘 써보자는 으쌰 으쌰 임을 이해하시고, 일단 나는 라면봉지를 꺼내야겠다. 읽으시는 분들이 따라 하시고 내일 아침 퉁퉁부은 눈과 속이 더부룩함을 대신할 수 없음을 미리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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