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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Dec 09. 2020

라이브방송 글쓰기 Q&A

라이브 방송을 찍었다. 사투리가 여지없이 튀어나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하~신은 나에게 비주얼을 주지 않으실 뿐 아니라 곱고 아리따운 서울말도 주지 않으셨다. 억양이 거슬리는데 정신 똑바로 차려도 제어할 수 없었다. 나의 입장의 퇴장이 조금 불분명했지만 나름 선방한 경험이었다. 인터뷰 질문과 방송 시나리오를 나름 짜서 맞췄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30분으로 부족해서 다음 주를 기약했다.



질문: 글감을 어떻게 마련하나요?



답:글감은 일상의 익숙하고 사소한 것에서 찾습니다. 찾는다고 하기보다, 글감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저는 이것을 '시적 감수성'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어떤 작가님이 했던 말인지 제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모를 낱말이지만 차용한다 생각하고 씁니다. 시적 감수성이 발동하면 '좋은 감정, 나쁜 감정, 묘한 감정'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그런 감수성은 어떤 생각 변화가 생기면 결과로 감정이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생각의 흐름이 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매일 보는 익숙한 낙엽의 장면에서 쓸쓸, 우울, 기쁨, 환희, 애환, 지리멸렬 등의 감정을 느껴진다면 거기에서 일시정지를 한다. 그리고 감정의 실체를 찾아본다. 그 감정은 뜬금없을 때도 있고, 자신의 일상을 채우던 주요한 생각이나 감정들과 엮여있다. 부모님에 대한 애잔함이 가득하다면 시적 감수성이 그것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묘사하는 방법으로 그 장면을 자세히 나열하며 쓴다. 자신의 감정의 실체인 생각의 흐름을 밝히며 쓴다. 거기서 머무는 것은 일기 정도인데,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결핍이나 아픔이나 혹은 기쁨과 감사에 초점을 맞춰 사고를 확장하고 표현을 넓힐 필요가 있다. 그러면 주제의식을 담은 글 한편에 가까워진다. 그 글을 나만의 읊조림에 끝나게 하지 말고 일반적인 의미와 가치로 환산하도록 고쳐쓰기를 반복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글감은 특별한 사건과 사물에서 찾지 않아도 된다. 아주 가까이 사소한 것들에서 찾을 수 있으니 시각적 돋보기를 들고 사소한 것들을 살피고, 마음의 돋보기를 들고 시적 감수성을 의식할 때 글감의 획득 가능성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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