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무엇을 쓸지 모르는 지점, 쓰는데 산으로 가는 어려움에 봉착한다. 여차여차하여 그것도 버티면서 밀고 나아가려는데 일상이 도와주지 않는다. 일은 또 어떻게나 많은지, 애도 귀찮고 가족도 소용없다. 목표를 향해 걸리적거릴 뿐이다. 그럴 때 글을 쓰기 위해서,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오로지 쓰기에 집중할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가, 직장을 그만두고 써야 하는가 묻는 사람들이 있다.
이 질문에 답하자면, 퇴사하지 않길 권한다. 혹은 글쓰기에 근접한 직장을 구하라고 하고 싶다. 전자는 글쓰기에 진지한 사람들의 생각이다. 글쓰기로 길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글쓰기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리고 책을 한번 내면 평생 인세를 받아 살 것 같지만 2 쇄도 못하고 사장되거나 몇 쇄를 한다 해도, 리뉴얼해야 한다. 시의성이 맞지 않으면 그 글을 쓸모없는 글이 된다. 지금 현재 나와있는 경제 서적이나 사회문화를 다루는 책 중 비포 코로나만 언급한 책은 위기다. 아무리 10쇄를 하고 10만 부 이상 판매, 100쇄를 달리려 했는지 몰라도 코로나 이후 우리의 급변한 일상과 사회상을 담지 않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출간을 많이 했더라도 죽을 때까지 써야 하며, 지금까지 출간한 서적이 계속 벌어다 주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벌어다 준다는 그 돈이 얼마나 될까. 초 베스트셀러가 아닌 이상 집을 샀네, 건물을 샀네라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퇴사는 진심 반대다. 어떤 베스트셀러 책을 낸 작가는 퇴사 후 3년을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고 한 분야를 독파해 책을 써서 초대박을 냈다고 한다. 그런 각오와 그런 기본기가 아니고는 함부로 퇴사를 말하면 안 된다.
나도 나의 본업이 있고, 본업과 연관된 책을 쓰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독서와 글쓰기 관련 일이니 일상이 글감이다. 그런데 이런 최적의 좋은 환경일지라도 나의 일상은 글쓰기에 몰입할 수 없는 환경이다. 오전에 한두 시간, 일터에서는 읽거나 쓰는 것을 금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다. 단, 글감을 발견하거나 기획 관련은 메모로 남겨둔다. 그러면 퇴근 후 집안일을 하고 작은 아이 공부를 봐주고, 큰아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허덕이다 보면 자정이다. 한숨 돌리고 밤참을 간단히 먹으며 고즈넉하게 글을 쓰는 게 나의 기쁨이다. 그런데 이것도 잠시다.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나이 때문인지 피로를 이기지 못해, 요즘은 그냥 버티지 못하고 잠을 잔다. 일과 글쓰기의 병행은 슬프리만치 균형을 잡기 어렵다. 그래도 이런 일상을 박차고 산으로 절로 섬으로 들어갈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일상이 글감이다.
-일상의 방해가 글쓰기 열망을 일으킨다
-일상에 발을 딛지 않으면 세밀하고 구체적인 살아있는 글이 잘 안 나온다.
결국 겪어보고 살아보고 견디고 이겨내 봐야 행간에 힘이 실린다. 작가의 삶의 아우라가 묻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