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책 출간이 임박했다. 여름이 되기 전 '응애~'소리를 내며 탄생하실 것인데 어떤 내용인지 대략 적어 본다.
아이들의 국어과 지도를 지금껏 해왔다. 가장 기초가 되는 '읽기 능력'은 교육분야의 오래 지속된 중요한 주제다. 독서교육이라고 하면 대개 이야기할 주제가 비슷하겠지만, 오늘은 독서능력에서 초기인 '읽기 독립' 시기를 주목하려 한다.
한글교육 이후와 초등 저학년의 '읽기 능력 증진'을 고민하는 부모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 아이가 읽지를 못해요'라고 상담을 하곤 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인지 최근 교육방송에서 아이들의 문해력에 대한 주제를 시리즈로 방송했다. 시대를 잘 반영한 방송이라 반가웠다. 스마트 환경의 가속화에 교육현장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답답하다.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문제가 과거보다 심각해지고 있다. 잘 읽기가 아닌 읽기 자체가 안 되는 문제. 기호로의 문자를 소리로 연결하는 읽기가 기초라면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수순으로 발전한다. 오늘은 전자에 해당하는 '읽기'자체가 안 되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고민을 살펴보려 한다.
대개 부모라면 "읽기는 읽는데 내용을 알까?"라고 질문한다. 그런데 이 질문을 하기 전 다른 질문을 먼저 해야 할 수도 있다. "글자를 제대로 읽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자모음의 결합 원리를 몰라 대충 읽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상에 아이들은 한글교육 이전에 음성으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리고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듣기에 능숙하다. 하지만 스스로 소리를 내어 읽는 데는 미숙함을 보이곤 한다.
초1~2 아이들은 제대로 읽지 못한다. 읽기에 능숙한 상위의 아이들 외에는 읽기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문자의 정확한 음가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아이가 많다. 기초학력부진아동이 많아지고 있는데, 결국 읽기가 제대로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충 비슷한 소리를 내며 읽으면 내용도 대충 이해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독서의 흥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습의 기초인 읽기 부진은 자연스레 기초학습부진으로 이어진다.
아이가 읽지 못하는 이유, 겉으로 읽은 것 같지만 질적 수준을 살펴보면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을 때가 많다. 여러 가지 이유 중 두 가지를 알아보자.
1> 문자해독 문제
아이는 한글을 떼고 조음 원리를 배웠더라도 문장에서 불규칙으로 변하는 소리값을 이해하지 못한다. 규칙 어휘 정도는 눈에 익숙해 읽는다. 호랑이, 토끼, 학교, 엄마 등을 못 읽을 리 있을까. 불규칙 낱말을 만나면 어질어질해 집중하지 못한다.
글자를 빠트리거나 대체하거나 추가해서 읽으면 문장을 읽고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영어문장을 읽을 때 하나의 단어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이해 부진은 당연한 결과다. 국어라고 다를 바 없다. 대충 흘려 읽는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아이가 읽고도 이상해서 그 문장이나 구절을 다시 읽어보지만 정확한 조음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매 한 가지다. 두세 번 반복하다 지치기 일쑤다. 내 아이가 읽기를 싫어한다면 일단 아이의 읽는 것을 잘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정확하게 소리 내어 읽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인데 "무슨 내용이니? 어디가 제일 재미있어? 주인공이 누구야?"라는 '기초 읽기' 다음에 따라오는 '이해'과정을 물어본다. 제대로 문자를 파악하지 못하면 내용 파악도 용이하지 않다. 그래서 아이의 읽기를 방해하는 이유를 면밀히 살피는 '다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2> 어휘력의 부족
아이는 규칙 불규칙 읽기 법에 능숙하지 못한 것과 함께 다수의 낱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읽기 힘들다. 읽고도 무슨 말인지 떠올리지 못한다. 한글교육 이전 음성언어로의 이야기를 많이 접한 아이는 배경지식이 풍부하다. 배경지식이 부족한 아이는 정확하게 한글의 조음 원리대로 읽어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낯선 사람을 피하듯 시선이 낯선 낱말에 떨린다. 익숙하지 않은 말을 잘 읽고도 더듬거린다. 읽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이다.
배경지식의 부족은 어휘량의 부족을 가져온다. 모르는 낱말이 많으면 기호를 잘 읽어낸다 해도 이해로 나아가지 못한다. 어휘량의 증가 없이 읽기를 반복한다면 독서의 재미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모르는 낱말을 만나면 투쟁하듯 읽어 내려가길 바라지만 절대로 네버 에버 아이들은 독서에 전사 같은 모습을 취하지 않는다. 주저하거나 틀리면 건너뛰어버린다. '그까짓 거 대~충'이 어떠랴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간다.
초등 저학년은 낯선 낱말의 의미도 알아야 하고 그것을 소리 내어 읽어 친숙해져야 한다. 팥죽할멈과 호랑이라는 전래동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더라도 '팥죽' '멍석' '지게'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읽어도 읽은 게 아니다. 물론 그림책이니 그림을 보고 연결 지을 수 있지만, 그 용도나 배경을 알면 읽고 이해하게 된다. 그래야 재미가 생기지 않을까?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글을 재밌게 느끼라고 강요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아이가 혼자 읽는 시간도 좋지만, 저학년에는 아이의 읽기를 의미 있게 지켜보고 판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읽는 중에 아이가 더듬거리는 것을 유심히 기억하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낯설던 낱말을 이해하고 익숙해지면 읽기는 자연스레 좋아진다.
그렇다면 부모가 어떻게 아이의 읽기 독립을 도울 수 있을까?
1> 의미 있는 '다정한 읽기 관찰'을 한다.
아무리 우리네 독서환경이 바쁘고 급한 일들로 휘몰아칠지라도 일상에 의미 있는 '다정한 읽기 관찰 시간'을 따로 할애해야 한다. 소리 내어 읽는 아이의 읽기의 질적 수준을 자세히 관찰해보자. 부모의 밥벌이나 인간관계의 방향은 결국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것 아닌가? 선생님이 아이를 개별적으로 다 살펴줄 수가 없는 현실임을 기억하자. 돈과 명예를 아이의 중요한 시기와 교환하면 안 될 일이다. 저학년 부모라면 바쁘고 급한 일보다 더 급한 아이들의 읽기 독립을 을 위해 시간을 따로 정하겠다고 작정해야 한다. 세밀하게 살필 의무가 부모에게 아직은 있는 것이다.
책 한 권이 어렵다면 하루 한 페이지라도 시도해보자. 짧은 시간 아이와 함께 주고받으며 읽는 소리를 듣고 필요할 때 가끔 교정해주자. 아이 혼자 이해하지 못하면서 헤매지 않도록 '다정한 읽기 관찰 시간'을 꼭꼭 꼭 실천해보자(출간 임박한 저의 저서에 자세한 내용이 담겨있어요)
2> 질문과 대답 및 확장이라는 상호 소통이 필요하다.
어휘력이 읽기 독립의 중요한 하나의 요소라면 그것을 기를 방법은 대화에 있다. 부모 환경이 아이 언어의 중요한 요소임은 많은 연구결과로 보여준다. 부모가 사용하는 어휘의 질적 수준과 양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모의 언어환경을 아이에게 많이 제공하지 못했다고 한탄할 필요는 없다. 발견했으니 시작하면 된다. 하루에 하나의 낱말을 아이가 알게 되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더 알게 되는 것이라는 굳은 확신을 가지면 실천이 가능할 것이다.
책을 펼쳐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아이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준다 "잠깐만~"을 자주 하면 아이는 말문을 닫는다. 그리고 아이 질문에 무심한 듯 던지는 답을 준다. 아이들이 어려서 말을 못 해 그러지 어려도 TMI를 싫어한다. 질문 하나에 백과사전을 펼치며 아이의 의도보다 과한 의욕을 보이면 아이는 쉽게 지칠 수 있다. 무심한 듯 툭 던지며 답을 주고 질문을 되돌려 물어본다. 아이가 부모보다 더 말하게 하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곧 출간된 저의 저서에 풀어놓았어요)
우리 아이들은 낯선 낱말이 즐비한 숲을 작은 열매 하나씩 따며 걸어가고 있다. 그 열매를 주머니에 넣고 집에 돌아와 하나하나 펼쳐보며 의미를 알아가면 좋겠지만 손에 그득한 그것들을 해소하지 못하고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학부모들과 약속한다. 아이들이 그날 노출된 낯선 어휘를 집에서 함께 되짚기. 어렵지 않지만 귀찮을 수 있는 약속을 지키면 몇 달이 못되어 아이의 읽기가 눈에 띄게 좋아진다. 나의 말을 믿고 아이와 소통하려고 애쓰는 부모님들께 믿고 따라주는 것에 감사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런 작용을 경험한 아이는 분명 좋아지고야 만다.
하루에 하나의 낱말을 아이가 더 알게 되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더 알게 되는 것임을 알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는 듯 확신 가운데 실천하면 어떨까?
부모의 다정한 읽기 소통 하루하루 3개 낱말이면 1년이면 1000개의 새로운 어휘로 아이의 세계는 몰라보게 넓어진다. 작은 습관으로 하루 3개 낱말 쌓기를 하기만 한다면 분명 아이는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