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저로 책을 출간하는 것은 한 권의 책을 단독으로 써 내려가는 것과 결이 무척 다른다. 장점과 단점이 있을 텐데, 정신줄을 대강 붙들고 간단히 적어보려 한다.
<장점>
1. 원고량이 적어도 된다. A4용지 2장을 한 개 꼭지 글로 치자면 다섯 꼭지만 있으면 10명으로 50개의 꼭지 글, A4 100장의 원고가 모인다. 그러면 시집 크기 정도의 채로 250~280매 정도 책으로 엮인다. A4100장이 말이 쉽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문제는 A4100장이 일관성 있는 하나의 주제로 관통해야 한다. 지식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라고 전제할 때 그렇다. 에세이는 전문서적보다는 느슨하지만 전반적인 흐름과 방향이 비슷한 글로 구성해야 한다. 혼자 다 쓰기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게으름과 미루는 습성의 방해로 출간 저자를 꿈꾸는 다수의 사람들은 그 꿈을 포기하곤 한다. 그래서 공저는 원고를 길게 끌고 가며 쓰는 수고를 덜 수 있다.
2. 출간 과정이 짧다.
여러 사람의 원고를 모으니 다 함께 같은 주제나 방향으로 매주, 매일 글을 쓴다면 원고량은 금세 채워진다. 원고만 완성된다면, 퇴고와 디자인의 과정이 다소 걸리더라도 단독 출판보다는 빨리 출간할 수 있다. 이번에 내가 속한 그룹에서 출간한 책은 출간까지 3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실제로 3개월이지만, 10명의 작가가 매주 1편의 글을 썼는데, 9개의 글을 썼다. 총 9주가 걸린 셈이다. 그런데 5개의 꼭지 글을 선별해 쓰는 과정을 생략하고 처음부터 5개의 꼭지 글을 써서 퇴고하고 디자인 의뢰했다면 2달 만에도 가능한 프로세스이다. 11월 초 출간한 나의 단독 자녀 교육서는 처음 계약하고서 코로나를 끼면서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사실, 계약 후 원고 방향을 바꿔 다시 원고를 구성하는데 8개월가량 걸렸으니, 그 기간을 감안해도 11개월이 걸린 셈이다.
볕이 좋으면 글이 쓰인다
3. 여러 공저 프로젝트를 병행한다면 매일 각기 다른 프로젝트로 주 5일 글을 쓰고, 2개월에 한 권씩 출간한다면 1년에 25권의 공저 서적 출간이 가능하다. 여기서 질문해 봐야 한다. 내 이름이 새겨진 책 출간이란 꿈의 실현은 한 두 권이면 되지 않을까? 혹은 다채로운 이들과의 만남과 색다른 주제나 방향의 글을 다양하게 써보고 결과물을 책이란 물성으로 만져보려는 기획이라면 찬성한다. 그런데, 노동에 가까운 그런 시도를 할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누가 이 글을 읽고 이런 과정을 도전해서 1년 후 나는 1년에 25권 공저 서적을 출간했다고 하면 아마도 주목을 받지 싶다. 그런데 내가 할 일은 아닌 듯하다. 생업을 유지하며 주부의 일을 맡으며 아이들 양육의 최전선에 아직도 머무는 내가 1년에 3권 출간이란 결과물도 입이 떡 벌어질 상황이다. '덧정 없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려 한다.
늘 글 쓰는 곳은 몇 군데 정해져 있다.
4. 공저 출간은 출간이 아닌 사람을 선물로 얻는다.
공저 출간만 목표로 일면식 없는 이들의 글을 모아 출간하는 프로젝트성 출간은 인간미가 없다. 그런데 글을 함께 쓰면서 같이 책을 내보려는 목표를 세우고 서로의 글을 격려하다 보면 글 친구가 된다. 서로의 글 앞에 선생처럼 훈계하고 가르치려 들지 않고 보듬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서로 동급의 동기동창으로 만나니 나이와 직업과 성별을 뛰어넘어 글 친구가 된다. 친구는 수평의 관계성이다. 격려와 칭찬만으로도 글솜씨는 놀랍게 자란다. 우리는 사실 글을 못쓰는 게 아니라 글을 내놓기 부끄러운 마음이 문제다. 그것이 글을 못쓰도록 했고, 유의미한 글을 써볼 기회를 찾지 못한 것이다. "나 같은 게 무슨 글을 쓴다고"라는 비관적 생각이 깨지는 글 친구를 만나는 기쁨. 공저 출간에 있다.
다음 글은 공저 출간의 불편과 단점을 써볼까 한다. 정신줄 절반 끌러서 사고의 흐름대로 적어보았다. 질서 정연과 거리 멀어 더 치밀하게 글을 구성하지 못했더라도 여기서 갈음한다. 아마도 공저 서적의 장점이 더 있는데 머리가 잠시 깜깜해져서 더는 진전이 없을 듯하다. 당이 떨어졌나 보다. 당을 충전한 뒤 다른 글을 쓰러 뼈로롱~사라질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