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다수 정예의 작가를 심사에 의해 뽑는다. 그리고 작가들의 글만 도드라지게 광고하나 붙이지 않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글 쓰는 이들의 수준도 상당해서 일기 같은 자기 고백적 글에 머무는 작가는 구독자를 모으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작가가 되어도 브런치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는 작가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글 좀 쓴다는 작가들도 정말 많고 전문 분야별 유익한 정보가 넘쳐난다. 이런 브런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출간의 관점에서 적어볼까 한다.
일단 많은 출판계가 독립서점이나 브런치에서 창의적이고 자기 색깔이 분명한 신인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눈을 밝혀 찾고 있다고 한다. '있다고 한다'라고 적은 이유는 상당히 자조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고 있다지만 내가 그들의 눈에 띈 적은 없으니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주시를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하니 브런치는 명실상부한 '출간 공개 오디션'의 장이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출판사는 하루에도 몇 개의 혹은 몇십 개의 투고 메일을 받는다. 제목만 보고 클릭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책을 내려는 예비 작가들이 넘쳐 경쟁률도 치열하다. 그런데 선정되지 못한다는 것, 메일 자체가 읽히지 않는다는 것은 팔리는 책으로 발전할 수 없는 원고가 많다는 의미기도 한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독립서점에 게시된 책을 살피거나 브런치에 공개한 글을 보고 출간 제안을 하는 것이 투고 메일을 살피며 초보 신입 작가를 발굴하는 것보다 가성비가 좋을 수 있다.
출판업계의 위축과 독서인구의 감소와 경기 불황과 코로나 여파로 책을 사는 이도 줄고 책을 함부로 출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출판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신진작가보다는 기성작가나 브런치와 독립서점에 갈린 기 출간작가와 접선하고 싶을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참신한 시선을 가지되 글이 안정된 작가와 손을 잡으려 눈에 불을 켜고 살피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러면 나의 출간은 어떠했을까? 2020년 가족 에세이 한 권과 자녀 교육서 한 권, 그리고 글쓰기 관련 공저 서적 한 권으로 총 3권을 10월부터 연달아 출간했다. (작가 프로필에 있네요.) 그중 가족 에세이는 브런치에 올리던 잔잔한 가족 이야기를 묶어 혼자 디자인하고 편집하고 교정 교열한 책이니 브런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글쓰기 라운지 글을 모아 출간한 공저 서적도 브런치 작가들의 모음이니 브런치 덕 두 번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두 권의 책은 출판사 기획자의 눈에 픽된 작품들은 아니다. 내가 스스로 만들거나 누군가 주도로 함께 모여 의논을 거쳐 만들어낸 것이다. 출판사가 손을 내민 게 아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교육 에세이는 투고를 통해 나의 존재를 인지한 출판사 대표님이 어느 날 내 글을 읽고 글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을 읽으시고 그 방향을 잡으셔서 출간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 다른 출간 제안으로 원고를 집필 중이니 그것 또한 감사한 일이긴 하다.) 이것도 결국 브런치 덕이라고 우겨본다. 나의 세 개의 출간 예와 차기작까지 이어진 행보에도 불구하고, 브런치 출간 제안이라는 항목에 딱 맞는 예가 아니라 아쉽기만 하다. 아직 나는 배고프다. 브런치 프로필 상단에 작가에게 제안하기를 통해 강연 제안, 출간 제안이 오는 일이 과연 있기나 할까?
브런치를 통한 출간 제안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소수의 작가만 브런치를 통한 제안받은 소식이나 출간 소식을 전한다. 잘 나가는 작가의 썰어나 출판사의 방향과 잘 맞아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몇 달 안 돼 제안을 받았다는 간증? 은 그리 흔하지 않다. 1년에 한 번 치열한 경쟁률의 브런치 북 프로젝트 공모에서 10명 안에 들어야 확실한 출간 기회를 얻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렇다면 희박한 기회를 거머쥔 작가들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결국 기회를 얻은 이들의 출간에 공통점이 있다면 '글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출간 방향이나 출간서적의 카테고리도 중요하지만 결국 글의 힘이 있는 작가에게 제안이 당도한다는 사실이다.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타인을 향해 넓은 시선을 가진 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억지스럽지 않은 글, 담담하게 자신의 결핍을 통해 인간의 결핍을 위무하는 글이라는 특징을 찾아보았다. 그런 글은 좋아요도 많이 받지만 출간 제안도 받기 쉽다. 순전히 주관적 시선이기는 하지만 내가 기획자라면 그런 작품을 선정하리란 생각을 보태본다.
이렇게 쓰고 나니 씁쓸하다. 브런치에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주로 쓴다. 요즘은 투고와 출간을 위한 마감이나 교정 관련 일지를 올리고 있다. 교육 관련 이야기가 주요 글감임에도 집중적으로 올리지 못하고 있다. 사는 게 바빠서 마음은 있지만 글에 온 정성을 쏟지 못하고 있다. 유익한 정보를 많이 담아 공유가 많이 되는 그런 글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제안이 별로 오지 않는 것일까?
브런치에 대한 큰 꿈을 꾸고 작가로 진입하려는 사람이나 진입한 지 얼마 안 되는 분들은 이 점을 유념하면 좋겠다. 출간의 기회를 노리기 전에 글의 힘을 길러야 한다. 매일, 혹은 매주 하나의 주제를 정해 글을 많이 쓰는데 목표를 두면 좋겠다. 글을 많이 써야 글이 좋아진다. 그리고 혼자만의 주저리 감상글이 아닌 누구나 읽고 공감할 글을 씀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글의 수준을 쌓아야 다음 목표인 출간과 이어지지 않을까?
기획자들의 눈은 날카롭다. 브런치에서 운으로 걸려 출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면 출간보다는 진솔한 글쓰기, 공감하는 글쓰기,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책보다는 글이 먼저다. 날카로운 기획자들의 레이더망에 걸릴 글을 쓰기 위해 내년에 브런치에 더 비벼봐야겠다. 출판사에서는 결국 팔릴 책이 될만한 글을 하이에나처럼 찾고 있는 것을 안다면, 그것을 믿는다면 앞으로의 나의 글의 방향도 달라져야겠다고 다짐해본다.(급 반성 모드군요)
*p.s:이렇게 글 쓰다 보니 '알면서 왜 못하는 건데'라는 자책을 하고 싶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념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을 고백해본다. 2021년 사뭇 궁금하다. 어떤 출간 제안으로 소식을 전할지?(출간 제안받은 사람처럼 굴어봅니다. 말하면 언젠가 이루어지니까요. 저요, 사실 남편에게 2년만 딱 글을 쓰기로 했어요. 그리고 책을 3권 내겠다고 했죠. 그런데요 주도면밀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하다 보니 3권 출간했어요. 앞으로 저에게 2년의 기회가 추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