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020년을 계단 난간을 붙들고 버틴 것처럼 견뎠습니다. 다리 힘이 풀릴 때가 많았습니다. 1년 마무리가 2일 남은 지금, 한 해를 돌아봅니다. 계단 난간에 붙들고 버틴 것도 잘한 일이지요. 반성이란 이름으로 검열을 멈춰도 되겠어요. 지금은 격려가 더 필요할 때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잠시 멈추었거나 계단 어디쯤 걸터앉아 망연자실하고 있는 시간을 지나가고 있을지 몰라요. 혹은 내려가는 계단을 밟고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러니 반성은 멈춰도 돼요. 몸을 돌려 위를 향해 다시 올라갈 수 있고 조금 더 쉬면서 기다릴 수도 있는 곳에 서있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어요 인생은 마치 계단 위에 오르고 내리는 일쯤이라는 것을. 누구나 오름과 내림과 멈춤 사이 어딘가 있겠다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어느 지점이든 괜찮은 곳에 서 있는 것이랍니다.
오래전 둘째를 안고 다니다 무릎을 다친 후 몇 년을 걷기 힘들었어요. 내가 통증을 느끼지 않고 걸을 수만 있다면 가진 것 모두 내놓고 싶을 만큼이었죠. 고통은 나날이 절망하고 비교하게 만들었어요. '왜 나에게?, 왜 나만?, 하필 이럴 때?,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영원히 아플 줄 알았죠. 희망품 기도 사치스러웠었죠. 당시 몇 년을 조심하며 무릎을 아꼈어요. 아주 약한 운동을 병행하고 최대한 무리하지 않았죠. 희망은 적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잠시 주춤했을 뿐.
무릎이 아프면 잠시 멈춰도 돼요. 하는 일이 지지부진해보이고 제자리를 뱅뱅 도는 것 같나요? 생각보다 골이 깊어 엎어질 위기라면 난간을 꼭 붙들어요. 눈을 질끈 감아요. 남은 계단의 수를 세어 봐요. 아래를 보고 걸어온 계단을 되짚어봐요. 다 당신의 두 다리로 걸어왔습니다. 그럭저럭 잘 버텼다면, 괜찮은 1년이었다고 스스로 격려해줘도 되겠죠? 누가 칭찬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요. 계단은 스스로 오르는 것이니까요. 칭찬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해요. 정답은 자기에게서 나온다잖아요.
당신의 올해가 어떠했든 내년은 또 다른 보기가 주어질 거예요. 다음 계단이 어떨지 설렙니다. 우리의 2021년이 눈앞에 있다는 것이 설레고 설렙니다. 참 괜찮은 당신이 내밀 발걸음이 복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