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만나는 자욱한 안개는 오전 10시가 넘어가는데도 가시질 않습니다. 새벽에는 더 캄캄했겠지요.
"한 치 앞도 안 보인다는 말이나 인생길이 안개끼듯 막막하다"라는 관습적 표현을 뒤집어봅니다. 어제 내린 비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새벽 쯤 안개가 어렸겠지요. 차가운 공기가 따듯한 지표면을 덮을 때 안개가 낀다고 합니다. 답답해 보이기 그지 없는 안개가 시야를 가리는 것만은 아닙니다. 차가운 공기가 지면에 남은 온기와 만나 눈물처럼 공기중 방울진 것입니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다면 안개가 낄 수 있는 것이지요. 살아있다면 어려움은 찾아오는 것처럼요.
새벽 차가운 기온은 볕이 들면 다시 따스함으로 바뀝니다. 그러면 언제 그랬느냐는듯 안개는 사라집니다. 얼마나 빼곡했는지, 얼마나 두꺼웠는지, 어떻게 시야를 가렸던지 누구나 금세 잊어버립니다. 누구나 안개를 오래 붙들지 않거든요.
차가운 공기 잠시 지나간다고 주저앉아 울 필요는 없겠지요. 안개앞에서 다 무너졌다 여기는 것도 잠시 입니다. 안개는 아침이 되면 모르는 사이 사라집니다. 뜨거운 입김이 날아가듯요.
우리에게 따듯한 날들이 무척 많잖아요.
저는 오늘부터 안개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안개가 끼었다면 살아있다는 것, 온기를 가졌다는 것이겠네요. 잠시 안개는 좋아진다는 시그널이라는 사실. 당신의 오늘이 복된 날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