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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신애 Jun 22. 2021

<다시, 책으로> 아껴읽기.

'아미' 탈덕하고 메리언 울프 입덕할...

공방에서 늦은 시간까지 읽고도 모자라 집에 와서 펼친 책. 내 인생 책이라 해도 아깝지 않을 책으로 라인업! 메리언 울프 박사님의 말씀이 주옥같다. 현장에서 아이들의 읽기 현실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아파해본 사람이라면 절절히 와닿을 이론과 실제가 가득하다. 뇌 과학적 연구 성과들로 읽기의 이론을 탄탄히 밝히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6,7,8 챕터에 구체적으로 실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모든 페이지가 빨간색으로 물들 정도로 공감할 내용이 많다.

나는 20여 년 국어과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영역을 고르게 가르쳤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읽지 못하는' 이들을 많이 만났다.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 문맹인 할머니들,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 입시생, 문맹 청년, 난독증에 준하는 학생들. 내가 찾지 않았지만 만나게 된 이들을 위해 잘 가르치려 고민하던 시간이 잦았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책을 한 권 출간하는데 <다시, 책으로> 책과 결이 같아 안심하면서 또한 큰 용기를 얻게 되었다.



한글을 떼면 책 읽기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책을 스스로 도움 없이 읽기란 머나먼 여정과 같다. 저절로 되는 아이들이 있다지만 결국 그 아이도 수년 동안 읽기의 기초가 쌓인 게 분명하다. 요즘 아이들 중 문자해독조차 힘든 읽기 부진상태의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초등 입학부터 그런 학생은 고학년이 될 때까지 기초학력부진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학력뿐 아니라 아이의 정서에도 금이 갈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교실환경에서 자존감 하락으로 마음이 다치고 자신감을 잃기 쉽다. 아무리 밝은 아이도 뒤처지는 자신을 모른 척할 뿐 속으로 파악하고야 만다. 그러다 보면 교우관계나 학습영역 등 학교생활 전반에 심드렁해질 수밖에 없다. 교사나 부모가 으름장을 놓으며 닦달한다고 읽지 않는다. 아니, 읽을 수 없다고 하는 게 맞겠다.

이 책은 난독증 아이들을 위시하여 읽지 못하는 아이들의 다양한 원인을 근본적으로 고찰하며 10년이 채 안 된 디지털 중심 환경이라는 이유까지 살핀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읽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다양해지고 강력해지고 있다. 물성을 가진 지면 읽기와 디지털 매체 읽기가 어떻게 다른지 집요하게 따지는 대목과 아이들에게 개별 수준에 맞게 부모가 읽어주는 것의 중요성을 밝히는 부분은 매우 유익하고 실용적이다.



저자의 10여 년의 연구에 쏟은 땀과 진심에 내가 눈물이 나려는 것은 왜일까. 며칠 아끼고 아끼며 읽다가 마지막에 이르면서 벅찬 감정에 한동안 멍해졌다. 저자만큼 고뇌하고 연구하진 못하지만 그간 읽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나의 고민과 방법론이 영 어설픈 게 아니라, 저자의 방향과 일치함에 놀랍고 큰 격려를 받는 기분이다. 그래서 내가 잘 밤에 잠을 포기하고 재독 하려고 라테 한잔을 내렸다.


다소 전문적인 내용이기에 가독성이 좋거나 술술 읽히지는 않는다. 그리고 경험하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될 부분도 많지만, 누구나 끄덕일 만한 공감 포인트가 곳곳에 있어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읽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애가 타본 사람이라면 읽기라는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겠고, 더불어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면밀히 관찰해서 개별적 필요대로 맞추어 교육할 필요를 절절히 느낄 것이다.



메리언 울프 박사님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생겨, 영어공부를 시작해야 하나 잠시 머뭇거릴 정도로 일주일간 푹 빠져 읽었다. 가벼운 책이 아니기에 일주일 탐독하는 것이 마땅했고, 그 시간이 행복했다. 세계의 문맹 문제를 품는 저자의 넓은 시야와 행동에 존경을, 많은 이들을 읽을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현실화하려 애쓰는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BTS 숨은 아미였다면 이제 메리언 울프 박사를 향해 팬심을 드러내고 싶어 졌다. 저자의 다음 책을 기대한다. 아니, 그녀의 세계 문맹퇴치 행보를 예의 주시해야겠다. 아, 결국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것인가? 인공지능 번역기가 있으니 나는 더 많이 공부하고, 읽기 부진에 힘겨운 나의 학생들에게 더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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