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름에 쫌

부드러운 카스텔라의 거칠었던 과거에 대하여

by 매드푸딩

후식으로 카스텔라를 두 조각이나 먹었다.

첫 조각이 맛있어서 한 조각을 더 먹었다.

대체 뭐가 들어갔길래 이렇게 몽실몽실하고 달콤할까?

생각해보니 난 카스텔라에 대해 전혀 모른다.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뭘로 만든 것일까?

왜 만들었을까?


카스텔라는 단순하게 생겼지만 굉장히 달다.

그냥 반죽을 구운 빵인데 말이다.

당연하게도 카스텔라 반죽엔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

카스텔라에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이유는 단순히 맛 때문이 아니다.

그 기원은 대항해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항해시대의 선원들은 항상 식량이 걱정거리였다.

항해기간이 긴 만큼 보존이 용이한 음식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설탕을 무지막지하게 넣은 것은 반죽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서이다.

때문에 오래 보존되는 카스텔라는 포르투갈 선원들의 주식이였다.

같은 이유로 지금의 카스텔라보다 계란도 많이 쓰이지 않았다.

계란이 들어가면 금방 상해버리기 때문이다.

즉 그때는 거친 뱃사람들의 음식이였던 것이다.

우락부락한 뱃사람들이 먹던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

제법 귀여운 모습일 것 같다.


우리가 아는 더 부드러운 버전의 카스텔라는 바로 그 항해용 보존식이 포르투갈 상인들에 의해 일본의 나가사키에 전파되면서 생겨났다.

당시에는 외국문물인만큼 높은 계급만 먹을 수 있던 고급 과자였다.

1600년대에 일본에 방문한 조선 통신사에게 별사탕, 양갱과 함께 대접했다고 한다.

오븐이 없어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카스텔라는 널리 발달했다고 한다.

그렇게 원래의 빵과 차별화 된 일본 음식으로 발달하였다.

포르투갈에는 없는 물엿을 사용하여 더욱 부드러운 케이크로 발달하여 지금 우리가 먹는 형태와 맛이 되었다.


고된 여정을 위로 해 주었을 카스텔라,

너무나도 실용적인 이유에서 발명된 음식이 지구 반대편 타국에서 별미로 알려지고 발전한 과정,

그리고 그게 우리 접시 위까지 온 과정들이 나에게 알수 없는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바람을 타고 지구를 빙글 돌아온 유대감이다.


별것 아닌 부드럽고 달콤한 한입이였지만,

다시금 한입을 먹으니 항구의 바다내음이 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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