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개를 좋아해서 부침개집을 했었다

가을엔 밥심 / by 명랑한김작가


시원한 바람은 따뜻하고 고소한 음식을 불러들인다.
추억 속의 고소함이 지구를 돌다가 그 시간이 되면 내 코밑을 지나가는 것처럼.

몸에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한다. 가지고 있는 지방과 단백질로도 충분히 추운 계절을 버티고도 남을 테지만 그리움을 채워나가기엔 음식만큼 만만한 게 없으니까. 그 음식을 함께 나누던 사람을 생각하며 요리를 하고 훗날 그리움의 대상이 될 사람과 음식을 나눈다.


부침개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부침개 전문 가게를 했었다. 부침개 집이지만 카페처럼 음악이 좋고 조명이 예쁜 가게를 했었다. 예술을 마음에 품은 사람들이 자기의 자리라고 느끼며 맛있는 부침개와 막걸리로 그리움을 채울 수 있도록, 나와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 모여요 하는 것처럼 그런 가게를 오래 했었다. 음식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갈해야 하며 넉넉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훌륭한 가게였지만 내 집에 친구를 초대하는 것과 장사는 다른 일이었다. 내가 장사를 선택한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

몸이 당해낼 수 없는 일을 하는 건 품고 살던 마음마저 변화시킨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사랑하는 몇몇의 사람만을 위한 요리를 준비할 수 있는 만큼인데 즉석으로 부쳐야 하는 부침개집을 한다는 것은 지구인을 살리겠다는 마음 정도는 먹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부침개의 고소한 냄새가 내 코밑을 지나갈 때쯤이면 부침개집을 다시 해볼까 하는 정신 나간 생각이 불쑥 올라오기도 한다.



부침개를 좋아하는 나는 여름에도 김치전을 수도 없이 부쳐 먹었지만 코밑을 지나가는 고소함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평소에 쉽게 하지 못했던 고추전이 그리워진다. 아주 조금만 매운 큼직한 풋고추를 반갈라 씨를 빼고 밀가루를 묻혀 그 속에 양념해 둔 고기소를 꼭꼭 집어넣는다. 고기소는 고기완자를 하기 위해 만든 것이면 된다. 계란물을 입혀 고추의 초록색이 죽지 않을 만큼 부친다. 파전도 고추전도 야채의 색이 살아 있는 반정도 익은 맛이 좋다. 소주병의 채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딱이다.

곧 마음 한번 먹어야겠다.


부침개를 좋아하지만 부침개가게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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