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어디즈음 / 웃는권작가
예쁘고 못 생긴 걸 떠나 아름답다는 건 그 내면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단어인 것 같다.
한국의 가을 하늘을 보며 "아름답다"라고 감탄사를 자아낼 때 우린 그 형태도 없고 깊이를 가늠할 수도 없는 가을 하늘이 품은 알 수 없는 매력에 동의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매력이 눈에서 입으로 전달되기 전에 이미 마음 깊은 곳에서 감동이라는 감정으로 똘똘 뭉쳐져, "아름답다"라는 단어가 입에서 툭! 하고 튀어나오는 것이다.
사람에게 아름답다고 표현할 때 우린 어떤 감정일까?
사랑이 넘치는 엄마와 아기의 모습에서, 열심히 일한 농부의 그을러 진 얼굴의 미소에서, 진정한 정의를 위해 내 삶의 일부를 내어준 자의 뒷모습에서, 알 수 없는 쓰디쓴 인생에 썩어 뭉글어진 것 같은 곪은 내 마음이 환한 미소를 짓게 하는 모습들에서 아마도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느끼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런 단어를 닮은 것이 하늘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가을 하늘을 보면서 말이다.
모든 자연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누구에게든 아무런 조건 없이, 끝도 없이, 어김없이, 배신 없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하지만 유난히 가을이 더 아름답다 느끼는 건, 스산하게 계절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끝이 또 다른 시작의 준비란 걸 알게 되고 봄과 여름을 지내오며 겪었을 힘듦과 상처와 온갖 희로애락의 노하우가 응축된 색과 공기를 갖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사람들은 가을을 탄다. 나도 탄다. 가을 바이러스 같은 것이 있어서 그게 날 힘들게 한다. 20~40대 중반까진 그 가을 탐이 너무나 힘들었는데 이젠 적응이 되어간다. 내 몸에서 느끼는 가을을 그냥 몸으로 다시 흡수한다. 그렇게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며 순응한다. 매력 넘치는 가을을 탄다는 게 이젠 싫지 않아 진 걸 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가을을 제대로 느끼고 제대로 볼 줄 알게 된 건지도.
쾌청한 푸른 하늘에 몽실한 구름.
낮게 드리워진 구름에 비가 올 것 같은 누런 들녘.
낙엽을 다 떨구어 트리는 바람이 일렁이는 스산한 골목길.
그 모든 아름다운 풍경에 가을이 참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