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 더운물을 담은 욕조에 몸을 담근다.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기분 좋게 산책을 나선다.
한쪽 신발이 갑자기 무거워지며 살짝 비틀거린다.
신발과 바닥 사이에 쭈욱 늘어나 있는 껌이 보인다.
개운했던 기분이 한계까지 늘어나 있는 껌처럼 추욱 늘어진다.
아니 요즘에도 껌을 바닥에 뱉는 사람이 있나 하고 생각해보니,
요즘엔 사람들이 껌을 잘 안씹는 것 같다.
껌의 판매량은 꾸준히 하락하였다.
껌은 이제 인기가 없다.
스마트폰이나 젤리 등 심심풀이 할 만한 대체재가 많아져서 그렇다는 설이 매우 흥미롭다.
내가 어렸을 땐 사람들이 껌을 참 많이 씹었던 것 같다.
껌 좀 씹는다 하는 사람들은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거나 작거나 크게 풍선을 만들곤 했다.
알맹이가 커다란 풍선껌을 턱이 얼얼할때까지 씹은적도 많았다.
나 역시 요즘엔 껌을 많이 씹지 않는다.
집중해야 할 때, 졸음을 쫓아야 할 때, 운전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간혹 씹는다.
껌을 닦아내며 잘 안 떨어져서 짜증이 밀려왔다.
영양가도 없는 것을 씹기만 해야 하는, 삼키면 찝찝하고 땅에 뱉으면 지저분해지는, 이런 비효율적이고 게으른 심심풀이는 누가 만들었을까?
인류는 예로부터 껌을 씹어왔다고 한다.
북유럽에서는 자일리톨을, 그리스에선 유향을, 마야에서는 치클을 씹어왔다.
모두 나무 수액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마야문명에서 시작되어 아즈텍제국에서도 씹어오던 껌이 이후 아메리카 대륙 곳곳으로 퍼지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1800년대, 널리 상품화가 된 계기가 있다.
한 때 멕시코의 육군 사령관과 대통령을 지낸 산타 안나는 텍사스와의 전쟁에서 알라모 대학살을 저지르는 바람에 전범이 되었지만 죽음은 면하고 뉴욕의 스타센 섬으로 추방되었다..
그는 추방될 때 치클을 즐겨 씹었다.
산타 안나가 가져온 치클을 본 발명가 토머스 애덤스가 치클을 원료로 고무를 만들어 팔려다 번번히 실패한다.
그러다가 애덤스는 이 아무 맛도 없는 치클을 씹는 것을 보고 향신료를 첨가하여 씹는 과자로 만들어 팔게 된 것이 1800년대 후반이다.
당시는 약국에서 팔던 파라핀왁스로 만든 씹는 과자를 대신할 제품이였기 때문에 약국에서 팔았다고 한다.
그 이후 약 100년간 껌은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소비량은 가늠이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요즘 우리가 씹는 껌은 산타 안나가 섬에서 씹던 치클이 아니라 부드러운 폴리비닐 아세테이트이다.
껌에 대해 이런 저런 것을 읽으며 글을 쓰며 껌을 씹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씹는 과자가 필요할만큼 가만히 있는게 심심할만큼 인간은 지루함을 참 싫어하나보다.
그리고 껌정도는 안 씹어도 그만인 요즘엔 참 할게 많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