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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Apr 02. 2021

<청년, 연암을 만나다.>

연암에게 배운 삶의 지혜.


 요즘 거의 모든 청년들이 성공을 향해 그리고 결혼, 좋은 집, 좋은 차 등 많은 물질적 부 하나만을 목표로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그와 전혀 반대의 길을 가는 참 드문 청년들이 있다. 바로 서울 남산 밑 [청년, 공부로 자립하자]라는 모토로 살고 있는 남산강학원 그리고 감이 당에서 공부하고 있는 청년들이다.




감이당이라는 곳은 고전과 인문학부터 시작하여 동양철학, 서양철학 등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공부하며 공부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밥 먹고 웃고 떠드는 그런 곳이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중 백수가 아닌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백수다.  책읽기와 글쓰기로 삶을 영위하는, 그리고 공부하는 사람들과 밥먹고 수다를 떨며 재미있게 활동하는? 그런 백수들이 대부분이다.





그 백수 청년들이 연암 박지원의 삶에 대한 책을 읽고 쓴 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고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내가 지금 현재의 삶에서 가장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요소들이 전부 반대로 행해지고 있었고 뭔가를 가져야 하고 해야만 하고 얻어야만 하는 지금 이 현실에서 내 마음이 조금은 방향을 트는 소리가 들렸다.





 왜 그때의 연암보다 현재의 나는 가진 것도 많고 돈도 벌고 있지만 마음은 계속 불안하고 공허하고 뭔가를 계속 가져도 더 가지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가 왜 고전을 배워야 하며, 왜 인문학을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이런 공부들이 지금 우리의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다.






< 나는 어느 방향을 바라


 어떤 속도로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방향이다. 많은 소비와 욕망 화폐로 달려갈 것인가,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 재물의 뜻을 두지 않으며 나 자신과 친구와의 동행, 사람을 대하는 진심 어린 태도 등 삶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달려갈 것인가. 





이 책에서 청년들이 연암을 만나고 느낀 것들이 나에게 참 많은 공감을 일으켰다. 그것들은 현재 지금의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지 말이다.





책에서 읽은 가장 감명 깊은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1. 출세와 권력에 욕심내지 않는다.




 연암은 사대부 출신의 양반 집안이었지만 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중 우울증이 찾아온다. 그래서 과거시험을 포기한다. 양반 출신의 자제가 과거시험을 포기한다는 것이 그 당시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권력과 출세에 욕심이 없었고 나중에 관리가 되었어도 부와 재물을 탐하지 않고 백성들을 지혜롭게 다뤘다. 그마저의 지방 관리직도 나중에는 그만두었다. 





2. 친구를 사귀는 것에 가난도 신분도 그 무엇도 개의치 않는다.




 연암은 신분과 부의 차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친구로 여기며 지냈다. 지나가는 행인이며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친구로 대하고 술을 함께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때로는 책과 글쓰기를 하며 토론하고 이야기하고 진정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느껴졌다. 누구든 연암의 집에 놀러 오면 책과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술을 마시고 





3. 삶의 여유와 일상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연암의 <주영렴수재기>에는 개성의 부유한 양반 집안 그중, 양씨 집안의 자제 양현 교예 대한 묘사가 나온다. 



"나무 그늘과 처마 그림자를 바라보면 해가 여전히 서산에 걸리지 않았다." 게으름과 여유로운 생활을 아무리 지속해도 아직 낮이라는 말이다.




'게으른 선비'이지만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물질과 재물을 쫓아가지도 않았다.  어떤 정해진 길을 쫓느라 힘쓰지 않고 그냥 주어진 일상을 그대로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날엔 '무언가를 해야' 우리는 인정을 받고 그렇게 해야 정답인 줄 알고 나 자신이 원하는 건지 원하지 않는 건지도 모른 채 무언가를 계속한다. 그리고 우리 청년들은 재물과 부를 향해 달리고 있다. 그것이 마치 인생의 큰 행복을 가져다줄 것처럼 생각하며 말이다.




 하지만 연암을 읽으며 무엇을 하지 않아도, 무엇을 얻지 않아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존재해도, 별로 문제없고 밥 먹고 자고 사는 것만 해도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현대 시대에 무언가를 꼭 해야만 쓸모 있는 존재로 인정받는 우리와는 참 다르게 느껴졌다.




 어떤 목표도 없지만 내게 주어진 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즐기는 연암의 모습에서 삶의 여유와 감사함이 느껴졌다.





연암을 읽으며 나의 인생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라고 생각했다. 




부를 위해서? 명예를 위해서? 아니면 무언가의 목표를 위해서? 그것들은 결국 얻으면 또 공허해 질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방향으로 조금씩 달려가고 있는 나를 반성했다.





 부와 성공, 명예 등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들에서 벗어나 삶의 감사와 여유를 가지고 내가 태어난 모습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라고 책에서 배웠다. 그리고 책과 글쓰기로 삶의 방향을 트는 연암의 모습에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양반집 사대부들이 권력과 부를 버리고 산속에 들어가 살며 자연과 친구를 사랑하며 책과 글쓰기로 인생을 살았다는 것에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감이당에서 공부하는 청년들이 이런 글을 썼다는 것도 참 놀랍다. 요즘 시대에 고전을 배우는 청년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가는 방향을 조금씩 틀 수 있어 참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연암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이렇게 말한다.




"사는 것 그 자체로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고 그럴 때야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우리 자신 하나하나는 모두 고귀한 존재다." 




내가 지금 여기, 두발 서 있는 이곳이, 그냥 내가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





연암을 통해서 나를 돌아봤다. 지금의 나는 어디로 가고 있고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얻으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나의 행복과 삶에서 정말 필요한 것들인지 말이다.





1900년 초반, 연암이 그랬던 것처럼 소유와 물욕에서 벗어난 삶이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가져다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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