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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Jun 16. 2021

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치즈에 목숨을 잃는다.

겉이 화려할수록.

어떤 한 쥐가 있다. 쥐는 매일 살아가기 위해 음식을 찾는다. 

이 쥐는 지하나 하수구 등 사람이 안 보이는 곳에 번식한다.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음식을 찾고

남이 먹지 않고 버린 음식을 줍고

사람이 손 닿지 않을 만큼 더러운 곳을 뒤져 먹을 것을 찾는다.




그렇게 쥐는 사람이 쳐다도 보지 않을 더러운 곳에서 음식을 얻고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날 쥐는 쓰레기통이 아니라 깨끗하게 접시에 놓인

그것도 가장 좋아하는 치즈 한 조각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쥐는 생각한다.

"그동안 정말 고생해서 쓰레기를 뒤지며 음식을 얻었는데, 드디어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하며 접시에 놓인 치즈를 덥석 먹는다.

그 순간 쥐는 사람이 놓은 덫에 목숨을 잃는다.




쥐는 가장 좋아하는 치즈에 목숨을 잃고

물고기는 가장 좋아하는 지렁이의 낚싯줄에 걸리며

돼지는 가장 좋아하는 풍부한 사료들에 살이 쪄 도살을 당하며

사람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는다.




이렇게 우리는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우리를 망치고 해친다는 것을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그것들을 찾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 같은 막연한 본능과 기대로 말이다.




길을 가다가 지나가는 한 여자가 있다.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이쁘고 알고 보니 능력도 좋고 집안도 출중하다.

그리고 생각한다. "저런 여자와 평생 함께 할 수 있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다"

하지만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정말 그럴까? 

첫눈에 딱 반하는 그런 사람이, 과연 나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줄까?





이런 상황이 쥐가 치즈를 덥석 무는 행위와 같은 맥락이다.

나의 현재 상황과 처지는 그 사람과 전혀 다른데

갑자기 공짜로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

나타나서 혹시나 잘 된다 하더라도 평생을 그 사람의 노예로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

내가 나를 죽이는, 쥐가 가장 좋아하는 치즈를 덥석 물며 죽는 꼴이 된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에 많은 번뇌가 일어난 적이 있다.

좋아하는 일에 집착하는 수준이 되면서 더 나아가지 못한 것에 자책하고

더 잘하지 못한 것에 나를 힘들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그것만 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은데!'하는 일이

나를 괴롭고 힘들게 만들었다. 그 집착에서 벗어나는 순간

나는 자유와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은 우리가 좋아서 눈에 먼 것들에 의해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울리고

가장 가고 싶었던 직장이 나를 힘들게 하며

가장 좋아했던 일에 집착하여 나를 망치며

가장 좋아하는 돈에 집착하여 중독에 빠지고 사람을 잃으며

가장 가까이 친하게 지낸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다.



항상 생각해야 한다. 겉이 번쩍이며 화려하게 보이는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


스토아학파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말했다. 


"뭐든 겉이 번지르르한 것을 보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 완전한 실체가 아니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내게 온 경우가 많다."




이렇듯 모든 고통은 나의 기대와 집착에서 나온다. 

나의 노력과 정성, 시련이 없이 얻어진 모든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것은 기회일수도 있으나 어쩌면 자기 자신의 그릇에 맞지 않는

좋아 보이는 그릇 속에 담긴 쥐덫처럼 우리의 삶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화려하고 좋아보이는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


나의 기대로 채워진 겉의 화려함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미리 대비하고 들어가면 실제로 그렇지 않은 상황이 와도

 "아 역시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구나"하며

바로 인정하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진짜 아름다운 것들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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