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후 Jun 17. 2021

직장인 분들, 이런 질문 한 번씩 하시죠?

그래 일단 그냥 다니자.

흐릿한 아침, 비가 올 것 같다. 유난히도 일어나기 싫어 이불을 꽁꽁 싸매 본다. 애꿎은 휴대폰 알람은 여전히 울려댄다. 천근만근 몸을 일으켜 세워 집을 나서는 동시에 자동으로 나에게 하는 한 마디. “왜 직장을 다닐까?”, 그렇게 의미 없는 철학적인 질문과 동시에 지하철을 올라탄다. 지하철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폰에 고개를 맞대고 폰과 교류를 나누고 있다. “이 사람들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할까?”하며 그렇게 혼자 스스로 생각하다가 “직장 없는 사람도 많은데 뭐.. 감사하게 다녀야지”하면서 애써 나를 위로한다.     




 직장생활 3년 차가 넘어갈 무렵, 직장의 일도 완전히 익숙해졌고 상사의 잔소리, 꼰대도 이제 어느 정도 받아줄 만하다. 돈도 조금 생기고 경제적 여유도 생겼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 인정도 받으며 지내고 있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 알 수 없는 공허한 무언가가 나를 괴롭힌다. 분명 삶은 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뭔가 알 수 없는, 허무함이 예고 없이 찾아온다. 도대체 뭘까? 하며 이리저리 기웃거려본다. 직장동료들과 회식을 해도 카페에 가서 이야기를 해도 월급이 나와도 알 수 없는 이 공허한 마음은 내 마음을 빙빙 돌았다.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3년의 직장생활을 해오면서 지금의 나는 이 생활에 지쳤고 무료하고 행복하지가 않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결혼 소식이나 재테크 이야기에 어디 좋은 사람 없나? 좋은 주식 없나? 하며 알아보고, 32평 이상의 아파트 한 채는 있어야 한다는 상사의 말에 부동산 어플을 켜보지만 지금의 현실과는 턱 없이 멀었다. 한숨을 뱉으며 퇴근하는 어느 날. 지금 나의 직장생활은 분명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돈과 여유가 생겼고 어느 정도 인정도 받고 있지만 붕어빵처럼 겉은 생선이지만 안의 뼈대가 없는 그런 가짜의 나의 모습인 것 같았다.      




 노을이 지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직장 안에서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러나 직장 안에서 도무지 답은 나오지 않았다. 상사, 동료들, 월급 등 이런 것들은 삶의 수단일 뿐, 나의 삶을 본질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주진 않았다. 답을 찾다가 병이 걸릴 것 같아 무작정 직장 밖으로 눈을 돌리기로 했다. 무엇을 하면 행복할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무엇을 좋아했지?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질문 후 아무런 고민 없이 닥치는 대로 도전했다. 독서를 통해 나를 변화시키며 독서모임에도 참여하고, 버스 광고에 붙어있는 오케스트라 바이올린에 지원했고, 예전에 했던 밴드가 다시 하고 싶어 무작정 학원에 달려가 드럼을 배우고, 몸을 변화시키고 싶어 PT를 배웠고 꽃꽂이를 배우고 싶어 동료와 함께 레슨을 받았다. 이외 더 많은 도전들이 있었다. 이 모든 과정들을 한 번에 다한 것은 아니지만 직장을 다니며 2~3개는 병행했다. 거의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몸이 2개라도 모자랐다. 하지만 분명 힘들었는데 마음은 행복했다. 직장에서는 절대 채워줄 수 없는 그런 뿌듯함과 행복이었다. 그 과정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을 통해 배우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내면의 힘이 생겼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언제 행복한지 점점 알게 되었다. 이런 많은 도전들과 독서, 운동 등을 통해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뼈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내 안에서 “독서와 운동,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라는 확고한 철학이 생겼다. 그러면서 직장동료와 상사들, 주위 사람들이  하든 간에 별로 관심이 없어졌다. 왜냐면 그건  사람들의 일일 뿐이다. 정해진 어떤 기준에 따르지 않게 되면서 진정한 행복을 얻을  있었다.


 직장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직장의 일이 내가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지만 이 일이 지금의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연료를 공급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든 후 직장을 다니는 것만 해도 감사했고 즐거워졌다. 나를 움직이고 행복하게 해주는 연료를 제공해주는 소중한 직장,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살아가면서 한 번도 나를 돌아본 적이 없었다. 철학은커녕 ‘이런 삶을 살아야겠다’라는 질문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매번 흔들리며 남의 말에 내 하루가 좌지우지되는 그런 삶을 살았다. 하지만 수많은 도전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내면에 확실히 형성된 나만의 철학이 나를 좀 더 나답게 만드는 삶으로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그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내 삶의 행복으로 가는 어느 무엇보다 큰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치즈에 목숨을 잃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