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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Jul 10. 2021

절름발이 노예로부터 배운 진정한 자유.

삶이 주인이 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내가 원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내게 해를 끼칠 수 없다.”

   

 하루 절반 이상을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면 “참 허무하다”라고 생각한 적이 많다. 매번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이리저리 불려가는 수동적 업무에 내가 능동적으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왜 이리 안 가냐며 시계를 하루에도 100번 이상 본 적도 있었다. 그만큼 매번 일이 지루하고 답답했다. 



 사실 나는 직장을 다니면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대한민국의 입시 교육에 진절머리가 나 있었다. 10년 이상 공부한 결과가 고작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직장이라는 생각을 하면 지금 내 현실도 현실이지만 내 피 같은 젊은 시절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졌다. 그 시간에 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도전을 했더라면 나의 삶이 조금 더 풍요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한다. 그때의 나는 어렸고 몰랐다. 입시만이 정답인 줄 알았고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면서 나를 그 입시 교육 속에 밀어 넣은 부모님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분명 부모님에게는 나를 키워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한 것으로도 감사해야 하는데 스스로 그 생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부정적인 생각만 했다. 왜 나를 입시 교육에 밀어 넣었나, 하기 싫다는 공부를 왜 억지로 시켰나, 나에게 맞는 길을 찾아주는 교육을 해줬더라면 지금의 내 삶이 이러지 않았을 텐데 등 과거를 후회하고 집착했다. 그럴수록 더 부모님을 원망했다. 그렇게 “부모님과 학교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라는 생각에 매사를 불평불만 속에서 괴롭고 힘들게 살았다. 



 하지만 에픽테토스는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나의 표상(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한 누구도 내게 해를 끼칠 수 없다.” 하면서 나의 권한인 것과 나의 권한이 아닌 것을 구분하라고 했다. 그것을 잘 구분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사람만이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그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에게 나의 권한과 권한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기준이 뭘까 생각해봤다. 경계가 확실히 뚜렷하진 않았지만, 나의 권한은 내 생각, 의지, 노력 등 결과가 나로 인해 조절되는 것이었다. 반대로 내 권한이 아닌 것은 직장에서 승진, 사람(타인), 내 몸, 날씨, 운 등 그것의 결과가 내가 노력한다고 내 마음대로 조절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고 바꿀 수 없는, 그런 확신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나는 부모님과 과거, 내 권한이 아닌 것들에 집착하고 얽매였다. 내 부모님 아래에 태어난 것도 내 운명이며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었고 과거도 내가 노력한다고 돌아갈 수 없고 바뀔 수 없는 결과다. 에픽테토스의 말에 의하면 그때의 나는 노예로 살고 있었다. 나의 권한 밖에 것들에 집착하고 얽매이며 바뀌지 않는 것들에 원망하고 한탄했기 때문이다. 



  그때 부모님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키워준 것에 감사한 마음을 내면서 좀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과거보다는 지금 현실의 삶에 더 집중했어야 했다. 과거가 어쨌든 부모님이 어쨌든 세상이 어쨌든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 두 발 딛고 있는 현실의 내 삶이다. 원망하고 한탄하며 부정적인 마음으로 사는 삶은 내 현실의 삶을 더 괴롭게만 할 뿐이다. 




 에픽테토스는 절름발이 노예였지만 그에게서 누구보다 자유로운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정신과 철학을 공부하며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내게 주어진 상황이 좋냐 나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때, 나의 삶에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내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삶의 모든 것은 이 세상 그 무엇도 아닌 내가 만드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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