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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Jul 28. 2021

예술에 성공은 없다.

그냥 할 뿐.

20대 초반 한창 음악에 빠졌었던 시절이 있었다. 

대전 가는 기차를 타고 가는데 가수 미의 곡이 귀에서 흘러나왔다.

듣는데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아 나도 이 사람처럼 감동을 주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 바로 값싼 전자피아노를 한대 샀다. 찾아보고 물어보고 무작정 연습했다.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었고 이것저것 코드를 쳐보고 공부하는 것이 참 재밌었다.




문득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어느 학원에 등록했다. 

그 선생님이 처음 하는 말이 "왜 배우시는 거죠?"라고 물었다.

재밌어서 취미로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그분은 유명한 작곡가들을 나열하면서 몇 천만 원, 몇 억대 버는 작곡가들을 소개해주었다.

이 사람들의 음악을 카피하고 본받으라고 했다. 그래야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했다.

근데 내가 배우고 싶은 음악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일렉트로 음악의 댄스, 아이돌, EDM 음악이 한창 열풍이었던 그때다. 

난 발라드 쪽을 배우고 싶었다.

물론 작곡가는 뭐든 다 잘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전공할 생각이 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먼저 하고 싶었다.

선생님은 계속 작곡가로서 성공하는 방향으로 나를 가르쳤다. 대학교 시절이라 학교 공부도 바빴다. 

그래서 기본 화성학, 프로그램 다루는 법만 배우고 그만뒀다. 혼자 연습해나갔다.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어느 순간 배움의 욕심이 커졌다. 혼자 공부하다가 리듬 파트가 약해

드럼 학원을 갔다. 3개월만 배우고 그만두자 한 것이 3년을 넘어 지금까지 하고 있다.

배우면 배울수록 음악이 정말 재밌었다.

처음엔 작곡으로 쭉 가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악기 연주에 더 마음이 쏠렸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다른 악기들도 다루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아무튼 연습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정말 재밌고 행복했다.




20대 후반, 우연히 전공생들이랑 함께 음악을 할 기회가 생겼다. 

그분들은 밥 먹고 음악만 하는 분들이었다.

나는 직장을 다니며 틈틈이 음악을 했다.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분들은 유명해지기 위해, 성공을 위해 음악을 했다. 난 재미로 했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당연히 버거웠지만 최선을 다해 따라갔다. 그렇지만 무언의 압박감이 있었다.

유명해지는 것과 돈을 벌기 위한 공연을 목표로 음악을 하다 보니 음악이 뭔가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달랐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3개월 조금 넘어 그만뒀다.

그분들하고 하면서 음악적으로 많이 배웠다. 잘하는 사람과 함께 하니 배우는 것이 참 많았다.

하지만 뭔가 재미도 없었고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안 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어느 스님의 한 강의를 들었다. 미술을 해서 성공하고 싶다는 질문자의 말에 스님은

"예술에 성공이 어딨냐?"라고 말하면서 "남들이 알아준다고 그게 성공이냐?, 나랑 비슷한 인간이 많을 뿐이다. 남들이 못 알아준다고 실패냐? 나랑 다른 인간이 많을 뿐이다. 예술에 성공이라는 것은 없다"말씀하셨다.




머리가 띵했다. 그동안 내가 만나왔던 많은 사람들은 음악을 해서 돈 벌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남이 원하는 예술을 해서 그것을 팔거나 

남이 원하는 작업물을 외주로 받아 돈을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먹고사는 것이 먼저라 남들이 좋아하는 예술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만나고 본 사람들은 말이다. 

나도 예술에서의 성공은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머릿속에 인식되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예술을 고집하며 하시는 분들도 있다. 

지금 생각하니 그분들이 참 멋지고 존경스럽다. 





"그냥 그리세요. 이리 그리든 저리 그리든 내가 원하고 재밌고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다 보면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에요. 평가는 남들이 알아서 해요. 

좋은 평가를 바라는 바람은 당신의 욕심이에요. 

평가는 모든 사람의 자유인데 왜 당신이 그것을 제어하려고 합니까? 

그냥 나의 진심을 담아 그리세요. 먹고사는 것은 대충 하더라도 

그림을 정말 좋아한다면 밤이고 낮이고 그냥 그리세요."






맞다. 예술에는 성공이 없다. 고흐의 작품도 그 당시에는 형편이 없었으나 

몇 백 년이 지나 엄청난 가치 있는 그림이 되었다.

평가는 세상이 알아서 한다. 내가 관여할 것이 아니고 관여하고 싶어도 관여 자체가 안 된다. 

타인에게도 평가의 자유가 있다. 내가 그것을 통제하려는 것은 독재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그것이 예술이다. 나만의 진심을 담아서 내 본질을 담아서 말이다.





스님의 강의를 듣고 지나온 나의 음악생활을 떠올려봤다. 

남의 평가나 세상의 평가에 얽매이며 할땐 심리적으로 위축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그냥 재밌어서 열심히 할때가 참 재밌었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오히려 그때 훨씬 나의 잠재력들이 더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예술을 좋아하는 나로서, 아주 큰 깨달음과 영감을 얻었다. 

음악, 글, 미술 등 다른 어떤 예술도  

평가와 돈이라는 것에 얽매인다면 내 진심과 본질이 담기지 않는다.

당장에 많은 사람들의 인정과 공감을 받을지라도 그것이 성공은 아니다.




밥 먹고 사는 것은 대충 산다.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나만의 진심을 담아서 '그냥'한다. 그것이 예술이다.

예술을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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