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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Nov 02. 2020

미안해 '사과'야

자세히 보면 아름답다.



 어렸을 때 '사과'를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이 '아 참 맛있다' , '어쩜 이리 빨갛게 익었을까?' 하며 생각 없이 먹기 바빴다. 크게 한입 베어 물면 그 달콤함이 입안에 가득했고 가족들과 아침을 보내는 데에 사과는 큰 즐거움을 주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시장이나 마트 가면 손쉽게 바로 살 수 있는, 항상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사과를 며칠 전 자세히 들여다볼 일이 생겼다. 사과를 집다가 손에 미끄러져 저 끝 한 구석에 몰렸을 때 나는 그것을 끄집어내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나는 그동안에  몰랐던 사과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과는 그렇게 빨갛지 않았다. 빨간색 사이사이 뭉그스레 흰색과 초록색이 겹쳐져 있었고 자세히 더 들여다보니 이리저리 상처가 난 곳도 많았다. 꼭지도 온전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러져 있거나 잘려 있는 사과도 많았다.





 그 순간 사과도 얼마나 많은 고통을 이겨내어 이렇게 이쁘고 맛있게 태어났을까? 하며 생각하게 됐다. 사과의 성장 과정이 궁금해 찾아보니 사과 농사는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찾아보니 1년 동안의 햇빛을 받고 비바람을 이겨내고 주인의 관리를 받으며 아주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알 앗다. 그 과정을 이겨낸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여겨졌고 사람과 사과도 다를게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 동안 나는 사과의 겉모습만 보며 판단했던 것이다. "아 내가 그동안 너를 안다고 봤지만 이렇게 내가 아는 모습과 다를 줄이야, 미안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나도 내 옆에 있는 당연시 여겼던 것들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부모님부터, 친구들, 가까운 지인들, 하물며 나의 물건들까지.. '내가 한번 자세히 바라봐준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보면 아름답고 예쁠 모든 것들이 나뿐만 아니라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며 물건이 질리거나 못쓰게 된다면 그냥 가차 없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다. 하물며 길가에 핀 잡초들까지 말이다.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들의 본연의 아름다움은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에서 말한것 처럼.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옆의 소중한 것들을 대충 지나쳐 보고 있을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말처럼 세상에 모든 것들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그러나 볼 수 있어도 볼 수 없는 우리의 '견'과 우리의 마음이 세상을 더 각박하게 만들고 그것이 당연한 것들의 감사함을 잊고 살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무심코 보아왔던 '사과'에게 나는 사과'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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