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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Nov 25. 2020

지금 당장 죽어도 후회가 없는가?

후회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 중 가장 치욕스러운 감정이다.


 얼마 전, 카페에서 독서와 공부를 한 뒤 나름 뿌듯하게 집을 가고 있었다. 가는 길 도로 2차선쯤인가 그랬다. 수많은 구급대원들과 앰뷸런스, 그 아수라장이 된 곳을 지나지 못해 정체되는 차들, 그리고 땅에 흘려져 있는 엄청난 피와 모인 사람들..




 

 나는 그때만 "왜 이렇게 차가 밀리냐"하면서 차가 안 가는 것에 짜증만 냈다. 무슨 일인지 차가 안 가서 짜증만 내던 내가 정체가 풀리면서 그 현장과 점점 가까워져 갔다.






 현장에 가까워져도 구급대원들 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좀 더 가까이 가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다리 전체가 다 쓸려있고 팔이 부러진 듯 구급대원들이 옮기는데 한쪽 팔이 너덜너덜거렸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한 젊은 청년과 일반 승용차를 몰던 많은 아주머니의 사고였다. 자세한 사고 경위는 모르지만 오토바이 뒤에 배달 box를 달고 있는 것을 보니 음식 배달을 하다가 사고가 난 듯하다. 




 


 그 젊은 청년은 의식을 잃고 바닥에 피를 엄청나게 흘렸다. 구급대원과 응급구조사 사이로 부축을 받으며 엠뷸런스에 실려졌고 바로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내가 본 마지막 모습이다.






 "젊은 사람이 안됐다"라는 안타까움과 정체됐던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바닥에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딸과 와이프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의문이었다. 캄캄한 밤에 그 혼란한 상황 속에 잠시 고개를 돌린 곳에 그 사진이 있었던 것은 크게 신기하지 않았는데 내가 신기했던 것은 그 사진이 너무나 선명하게 나에게 보였다는 것이다.





 그 사진 속에 남자는 너무나 행복해 보였고 그의 딸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 생각엔 한 가정의 아버지로 추정되고 배달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가 난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다친 그 오토바이 운전자보다 남겨진 가족들이 더 생각이 났다. 그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운이 다해서 세상을 떠났다면 남겨질 가족들의 삶을 상상해봤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팠다. 남편 없는 부인, 아버지 없는 딸의 삶으로 헤쳐나가야 할 인생의 고난과 아픔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평소처럼 인사를 하고 나간 그 남편이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그 부인과 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어떤 감정인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운전을 하며 가는 나에게 나는 본능적으로 물었다. "지금 네가 조금 있다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난다면, 너는 정말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자신할 수 있나?"






 순간 등골이 너무나 오싹해서 소름이 돋았다. 내가 원하던 삶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은 했지만 실질적으로 내 무의식 중에는 "나중에 해야지" "뭐 지금 아니라도 괜찮으니까"라는 생각이 더 많았다.







 그러나 나는 그 딱 한 가지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너무나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나 스스로에게 그렇게 살았냐고 물었을 때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말로만, 생각으로만 그렇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합리화와 착각만 했을 뿐.







 집에 도착 후 다시 한번 나의 버킷리스트 노트를 펼쳤다. 아직도 많은 하고 싶은 것들이 남아 있지만 미루고 미뤘던 목록들이 많았다. 나의 지난 게으르고 나태했던 날들의 시간들이 후회됐다.




 


 

 그때 나는 "아 지금 당장 죽어도 후회가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나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나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았다.






 나에게 던진 여러 질문들의 핵심은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였다. 스스로에게 오늘 죽어도 "후회가 없다, 여한이 없다."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는지 질문해봤지만 나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아직도 그 날의 사고가 떠오른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게 내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 날의 우연히 본 사고가 아직도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남이 아닌 내가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느냐?"냐고.





 우리는 우리의 삶에 언제 어디에서 거친 파도가 일어 닥칠지 모른다. 지금 행복해도 당장 불행에 빠질 수 있고 행복한 일로 가득했던 삶에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재난과 고통들이 닥칠 수 있다.






  삶의 허무함과 지루함과 고통과 아픔, 무기력함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사람들 전부 제 각각이다. 나는 이런 것들이 나의 삶에 문득 찾아올 때 이제는 나에게 묻는다. "지금 당장 죽어도 후회가 없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내 운명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삶의 고난과 역경이 몰아칠 때 자신만의 질문을 던져봤으면 좋겠다. 고난과 고통에 불평불만과 패배감에 절어 살며 내 인생을 낭비할 것인지, 그것마저 나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인지 말이다. 답은 없다. 무엇이 후회가 될 삶인지는 스스로가 정하면 되니까.






 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인간에게 후회는 삶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감정이다.






 먼 훗날 죽기 전 병상에 누워 내 삶을 떠올렸을 때 "나 참 잘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게끔 모두 내가 살고 있는 현재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인생의 거친 파도에 저항하는 게 아니라 그 파도에 몸을 실어라" - 작가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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