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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Nov 28. 2020

나는 오늘도 내 방문을 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  우리의 무의식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엄마 아빠의 빚을 갚아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저는 자유롭고 행복하고 싶었죠. 그러나 제가 진짜 원했던 것은 그게 아니었어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그녀는 말했다.





"제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집안 장녀로서 어서 이 집안을 일으켜서 다시 예전처럼, 어서 돈 많이 벌어서 우리 큰딸 덕에 우리가 이렇게 행복하다 이런 소리 듣는 거...."






 그녀는 드디어 알았다. 그녀 자신이 아닌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아팠다. 가슴 깊숙이 내재하고 있던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무의식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그리고 말했다. "언니 나 너무 유치하죠? 맏딸 콤플렉스 같은 거 걸린 애들 멸시하며 살았는데 내가 그 사람이었어요."





 신기하게도 무의식 속에 가려져 있던 것이 일단 의식 속으로 떠오르면 우리는 치유된다. 그런데 그 무의식을 알아내기가 힘들다. 우리 스스로가 온갖 것들로 그것을 덮어놓았으니까. 그리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거야. 혼자 있으면 자기가 얼마나 비참한지 어렴풋이 알게 되거든."







"엄마 아빠가 왜 '나쁜 년'이라고, 친척들과 친구들의 비난이 왜 그렇게 무서웠던 걸까요?"






언니는 말한다.





"원래 무서운 거야. 진짜 자기 자신을 알아 간다는 것은 더 민감해지는 일이기도 해.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소중히 여기는 일은 두려운 것이 없는 게 아니라 그보다 더 소중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야 내가 말한 용기란 무엇이 더 중요하고 지켜야 하는 가치가 있는 일인지 순위를 매기는 일이야."






 순위를 매기는 일은 참 중요한 일이다. 






 비행기를 타면 전 세계 사람들이 공지를 받게 된다. 위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기내에서 산소가 부족하게 되면 천장에서 자동으로 산소마스크가 내려옵니다. 노약자나 어린이를 동반하신 분은 먼저 자신이 그 마스크를 쓰시고 후에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마스크를 씌워주시기 바랍니다.'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비행기 재난 매뉴얼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이유가 있다고 한다.






"만일 아픈 엄마나 아픈 아이를 데리고 탔을 때, 비행기가 위급한데 산소마스크가 떨어져 내리고 내 곁의 아이나 엄마가 괴로워하고 있으면 어떨까? 내가 먼저 산소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럼 내가 나쁜 사람처럼 느껴졌을 거야.."




"저도 그랬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안내를 하는 것 같아. 그중 건강한 당신이 먼저 안전해지고 나서야 진정으로 당신 주변을 구할 수 있습니다. 잊지 마. 그 재난 매뉴얼을"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사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대단한 일이다. 옛날에 직장에 들어가 힘들게 일하고 있는 친구가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힘은 들어도 지금 이 삶에 만족해. 돈도 벌고 생활을 이어 갈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부모님이 기뻐하셔!"







그 친구가 그때는 참 부러웠고 대단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는 다시 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두고 간단한 알바를 하면서 공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친구에게 왜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었냐고 물었다.






"부모님 말대로 들어간 직장이 처음엔 행복했지만, 갈수록 내 몸이 느끼더라. 이게 정말 나를 위한 길인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물어봤지. 잘 생각해보니 한 번도 나는 이것을 원한적이 없었던 거야. 그냥 나는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이것이 맞다고 하니까, 좀 더 좋은 아들이 되기 위해서.. 그렇게 내가 스스로 생각했던 거야.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닫아버린 채.."







그때 친구의 행복은 부모님이 만들어놓은 일시적 행복이었고 자신의 무의식과 대면하고 스스로와 대화하는 순간 자신은 부모가 원하는 좋은 아들이 되기 위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어렸을때 부터 수많은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부모님은 제가 행복하기를 원하세요"







그리고 이 말의 진짜 뜻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제가 변호사, 의사, 대기업 입사 또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 돈 많이 벌기를 원하십니다."







 우리는 잘 모른다. 그냥 안다. 나 스스로의 삶이 내가 원해서 살고 있다는 것을. 말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행복하지 않다.







 스스로가 원해서 사는 삶이라고 말하면서 결국 시간이 지나면 후회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남 탓을 하고 인생을 한탄한다. 







 친구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을 너무 모른다. 그냥 다른 사람이 원하던 것이 내가 원하는 것으로 착각하며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영혼은 안다. 길이 다르면 항상 삐걱거리기 마련이다. 원하는 길은 아니라 마음은 불안하고 불행한데 남들이 맞다고 하니 그냥 간다. 







 나의 무의식은 그냥 마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혼자 있는 시간과 나와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외로움을 참지 못한다.







 '사람은 바뀔 수 없다'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의 무의식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해서 이다. 겉만 바뀌니 잠시 바뀌는 것이고 내 안의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는 것이다.







 진정 변화하고 싶다면 스스로의 무의식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내 무의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만이 나의 무의식의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철저히 고독 속에서 나와 대화하고 고민해야 한다.







 

스스로가 알고 있던 나와 진짜 내가 다르다는 것을 아는 순간, 내가 만들어 놓은 가짜 영혼의 껍데기가 벗겨지는 순간 나는 진심으로 아플 것이다. 






그 동안 남들에 의해 살아온 불행한 자기자신을 만났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내 방문을 닫는다. 그것은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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