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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후 Feb 02. 2021

세상에 나쁘기만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



 언젠가 내가 간절히 원하던 바다에 놀러 간 적이 있다. 바다를 사진으로 찍고 집에 가는 길에 그 사진을 다시 보았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본 사진은  그저 평범한 바다와 햇빛의 풍경이었다. 






" 잘 봐 둬, 우리 생애 이걸 몇 번 더 볼지 아무도 몰라. 설사 오래오래 산다 해도 꽃이 이렇게 지는 건 1년에 단 하루뿐이야. 우리는 지금 엄청난 축복 속을 달리고 있는 거야."
  
  
  

 한 여인이 있었다. 열네 살 때부터 엄마가 가출하고 아버지마저 떠난 집에서 혼자 밥해서 자기 도시락 싸고 동생 밥 먹여가며 공부했다. 신기하게도 두 자매는 공부를 잘했고 좋은 대학을 거쳐 대기업에 입사했다.






 동생도 전문직 여성이 되었고 이제 고생은 끝나는 게 맞을 것이었다. 그러나 동생을 독립시키고 이제 좀 편하게 살려던 때 한 남자를 만났다. 남녀 간의 만남은 아니었지만 해고 노동자였는데, 이제 얼마간 '먹고살게 된' 그녀가 대학 시절 자기 먹고사는 것이 바빠 돕지 못했던 미 안 함 때문인지 해고 노동자에게 도움을 주려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한 해고당한 남자를 만났고 그의 아이들과 부인이 곧 나앉게 되었다는 말에, 그리고 처가에서 돈이 곧 나온다는 말에 당장 모았던 돈을 다 빌려주었다. 뻔한 결말일까, 그는 사기죄로 감옥에 들어갔고 그 피 같은 돈은 돌아올 수 없었다.






온갖 배신과 역경을 겪은 그녀는 결국,
 




"언니 병원에 갔는데 나 우울증이 심하대, 이제 약을 먹어야 한대.. 인생이, 인생이 너무 억울해."






 인생의 밑바닥까지 온 여인에게 언니는 말한다. "약 있으니 약 먹고, 그토록 원했던 회사에도 충성할 필요도 없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문한다. "아버지가 주고 간 깡통이 되어버린 코딱지만 한 낡은 아파트, 그것마저 엄청 고마운 거 아니니?"






 그녀에겐 아버지가 떠나기 전 남긴 낡은 아파트가 한 채 있었고, 그 집에서 어렵고 힘들던 시절을 동생과 함께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여인은 순간 깨달았다. 내가 지금 진정 무엇을 보고 집중하고 있는지..





"상황은 하나도 바뀌지 않는데 모든 것이 바뀌었어"
  
  
   

   

 우리는 항상 내 눈 앞에 있는 감사한 것보다는 불행하고 안 좋은 것을 더 많이 보는 경향이 있다.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들인지 모른 채, 어리석게도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 대해 더 신경을 쓴다.







 지금 여기, 내가 보는 것이 전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너무 가까이서도 아닌 너무 멀리서도 아닌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본다면 눈으로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거리의 미학이다.








해결이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노력하면 결코 해결이 될 수 없는 반면 오히려 가만히 지켜보고 놔두면 문득 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이 떠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삶이 힘들다고 너무 힘든 것에만 집중하지 말길 바란다. 자신과의 거리를 두고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는 소중한 것들을 잘 보길 바란다. 가진 것을 볼 거냐 가지지 못한 것을 볼 거냐, 어떤 것을 볼 지는 오로지 자신만이 선택할 수 있다.






오늘 행복한 삶을 살 것이냐 불행한 삶을 살 것이냐는 온전히 나에게 달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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