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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zoos Dec 14. 2018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 9일 차

고군산군도, 대장도, 장자도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짐을 싸서 트렁크에 넣었다. 어제부터 설렜다. 오늘의 목적지는 선유도. 2001년 8월에 방문했던 곳이니 자그마치 16년 만의 방문. 예전처럼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면 망설였을 수도 있었겠으나 새만금 방조제 덕분에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 2017년 6월 방문 당시에는 무녀도에 자신의 차를 세워두고 현지에서 운행하는 버스나 셔틀(?)을 이용해야만 더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만 현재(2018년 12월)는 모든 도로가 완성되어 장자도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길이 넓지는 않아서 차가 엄청 막힐 수도 있다는 후기가 있기도 합니다. 여행 계획이 있으신 분은 숙소 쪽에 교통 상황을 확인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본문에서는 2017년 6월, 방문 당시의 상황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 숙소를 확인하고 전화로 현지 상황을 체크하면서 오늘을 기다려왔으니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새만금 방조제를 건너다가 중간에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 있어서 파노라마로 한 컷 찍었다.


2001년에는 군산에서 배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걸려서 선유도에 도착했다. 마침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던 상황이라 언제 주의보가 풀리고 배가 뜰까 군산에서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었다.


말도 안 되는 거리를, 바다 위로 달려 무녀도까지 들어갔다. 내 차로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 이후의 도로는 아직 공사 중이라 현지 주민들과 임시 버스를 제외하고는 안전 문제 때문에 진입 금지. 평일이라 한적할 줄 알았던 무녀도 주차장은 생각보다 차가 많았다. 말이 좋아 '주차장'이지 사실은 그냥 흙바닥의 넓은 공터.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짐을 내렸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 치고는 짐이 많았다. 아이스박스와 트렁크 그리고 가방도 하나.


여기서 숙소까지는 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짐을 들고 이동하는 게 쉬울 것 같지 않아서 미리 나라시(???, 비용을 받고 운행하는 현지 주민의 차량)를 예약해놨다. 비용을 두당 받는다고 했는데 이동할 사람이 나 혼자라서 요금을 더블로 내야 했다. ㅠㅜ 아, 언제나 구박받는 혼자 여행족이여...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기도 전에 풍경을 한 컷. 예전에 왔을 때는 선유도에 묵었으나 왠지 16년이나 지난 지금은 좀 더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간 장자도나 대장도에 숙소를 잡는 것이 한적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선유도는 꽤 번화해졌다.


사실 장자도, 대장도에도 이렇게 많은 펜션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기억 속의 이곳은 건물도 별로 없는 완전 시골이었는데.



조식을 든든하게 먹어서인가?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아서 어제 군산 이성당에서 산 빵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빵 두 개와 콜라.



본격적으로 주변을 구경하기 전에 먼저 숙소부터 소개. 그 섬에 가고 싶다 펜션(). 숙박 앱으로 우연히 찾게 된 펜션이었는데, 위치도 좋았고 방도 깔끔했다. 쥔장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너무 친절하셨고. 아마 고군산군도를 다시 찾는다면 숙소는 이곳으로 하지 않을까 싶다.


홈페이지를 보니 아래쪽 천막은 치우시고 카페처럼 만들고 계신 것 같은 느낌.



사실 그다지 날씨가 좋은 날은 아니었는데 어떻게든 보정해본 결과.


총 이틀을 묵었는데 하루는 온전히 혼자였고, 하루는 옆방에 다른 손님이 묵었다. 역시 평일에 돌아다니는 여행의 좋은 점이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을 때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



숙소 바로 앞의 바다. 파노라마로 찍을 때 이상한 무늬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딱 그런 사진이다. 아깝다 ㅠㅜ


숙소 쥔장 아저씨한테 유람선 같은 거 있냐고 여쭤보니 '그런 거 없다'고 딱 잘라서 말씀해주신다. 선유도 쪽에 가면 유람선이 있긴 한데 지금은 성수기가 아니라서 운행을 안 할 거고, 따로 배를 불러서 나갈 수도 있긴 하지만 그건 너무 비싸니까 혼자서 할 건 아니라고. '아, 그래도 바다 함 보고 싶은데...' 하면서 아쉬워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방법이 있긴 한데...' 하면서 알려주신 방법이 있었다.


바로 장자도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이라고 부르는 게 맞겠지?)이 있는데 방축도 - 명도 - 말도 - 관리도 를 돌아서 다시 장자도로 돌아오니까 얘기를 잘해보면 적당한 요금으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을 거라고. 그래서 장자도항으로~



장자도항... 이라고 하기엔 참 작은 곳. 사진엔 찍히지 않았지만 왼쪽에 구멍가게? 매점? 이 있다. 거기서 배표를 사는 거였던 것 같은데,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장자도로 올 거라고 했더니 그럼 표를 사지 말고 타면서 얘기해보라고 하셨던 듯(기억이 정확하진 않다).



잠깐 기다리고 있자니 배가 들어온다. 그렇게 큰 배가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깔끔한 배였다. 훨씬 작은 통통배일 줄 알았는데.


배를 타면서 '한 바퀴 돌고 다시 장자도로 오려고 하는데요'라고 여쭤봤더니 '그럼 8천 원 내세요'라고 한다. 정확한 요금이 얼마고 내가 얼마를 더 낸 건지 잘 모르겠지만, 8천 원으로 한 시간 정도 배를 타고 돌아볼 수 있다면 저렴하게 탄 거라고 스스로 위안.


객실에 앉아서 창밖으로 사진을 찍고 있자니 '밖에 나가셔도 돼요. 뒤쪽으로 나가 보세요.' 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아마도 내가 한 바퀴를 돌아오겠다고 말씀을 드렸으니 혼자 여행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해 주신 말씀일 듯.



뒤쪽으로 나갔더니 저 멀리 장자도와 대장도가 보인다. 사진 가운데 있는 시커먼 연기는 배의 엔진에서 나오는 연기.


처음 선유도를 방문했을 때는 군산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었다. 당시 배에서 바라보던 고군산열도가 너무 아름답고, 바다의 색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서 꼭 배를 타보고 싶었다.



멀리 섬과 하늘이 보이면 이런 거 한 번씩 해보고 싶다. 보정을 꽤 열심히 한 사진.



처음으로 도착했던 섬. 당시에는 관리도인지 방축도인지 모르겠었는데, 위치 확인해보니 방축도인 듯. 사실 뭐 섬 이름이 중요한가, 어쨌든 고군산군도의 서쪽 끝 부분, 몇 개의 섬이 모여있는 곳이다.



저런 고깃배를 타고 나가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특이한 지형이 보여서 급하게 핸드폰을 들이댔다. 굴업도에서 보던 것 같은 멋진 지형. 그러고 보면 선유도 해수욕장도 굴업도의 해변과 닮은 점이 있는데...



아마도 마지막 항구였던 관리도항을 떠나오면서 찍은 사진인 듯. 당연하게도 승객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배에서 뒤쪽은 '흡연'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장자도항에 도착~


오른쪽에 보이는 파란 지붕의 건물은 오늘 저녁을 먹게 될 건물이기도 하다.



여기서 지도 한 장을 다시 투척. 맨 처음 올린 지도는 스케일이 좀 작아서 큰 스케일로 다시 하나 그렸다. 오늘의 코스는 숙소가 있는 대장도와 오래 전의 추억이 있는 장자도를 쭉 돌아보는 코스.



이 종탑을 보고 2001년의 기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종탑 뒤의 건물은 완전히 새로 지은 것 같지만 저 종탑은 그대로.


당시에는 여행하면서 수첩에 일기 같은 걸 썼는데, 강하게 기억에 남았는지 스케치를 그려놨다.


사실 이번에 꼭 고군산군도 그러니까 선유도 여행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이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16년 전 선유도 여행에서 가장 강한 기억을 남겼던 장면 - 심지어 그동안 다닌 모든 국내 여행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 - 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고, 그 장면은 바로 이 종탑에서 시작됐다.


내 기억에 따르면 이 종탑을 바라보고 오른쪽에 언덕을 올라갈 수 있는 비포장 길이 있었다.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만한 좁은 길. 걸어 올라가다 보면 수풀이 우거져서 정말 길이 맞나? 싶은, 그런 길을 헤치면서 좁은 시야를 뚫고 나가면 갑자기 시야가 확 넓어지면서 엄청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을 만났었다. 당시에 로모(LOMO)를 들고 있었는데, 도저히 카메라에 담길 것 같지 않은 엄청난 장면이라 머릿속에만 담아두기로 하고 한참을 앉아있었던 곳.


바로 그 장면을 다시 보고 싶었다.



종탑을 돌아 언덕길에 들어섰다. 길은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었다. 나의 기억이 정확하다는 걸 한발 한발 확인하면서 가슴이 뛰었다. 너무나 보고 싶었던 그 장면을 다시 확인하러 가는 길.



옆을 내려보니 슬슬, 점점 좋은 경치가 나오려는 준비를 하는 듯 시야가 좋아지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장자도가 보이고 저 멀리 숙소가 있는 대장도도 보인다. 우뚝 솟은 대장봉.



예전엔 비포장이라 수풀을 헤치며 나가야 했던, 이제는 포장이 된 길. 하지만 여전히 인적은 드문 길.



아, 드디어. 다시 만났다 이 풍경. 파노라마로 찍어도 다 담을 수 없는 풍경. 기억 속의 풍경과 완전히 일치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웠던 풍경.



이쪽으로 봐도 아름답고, 저쪽으로 봐도 아름다운 곳.



반대편을 보니 공사가 한창인 다리가 보인다. 더 멀리 보이는 다리는 예전에도 있었던,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다리다.



파노라마로 다시 한 컷. 사진을 보고 있자니 다시 가고 싶어 지는 곳.



물이 좀 빠진 상태이기도 했고, 날씨도 아주 좋지 않았던 터라 내일 날씨가 좋다면 물때를 맞춰서 다시 한번 찾고 싶었다.



길을 따라 올라갔던 방향과 반대쪽으로 내려왔더니 공사가 한창이다. 사실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곳곳에 공사 현장이 많았다. 공사가 끝나면 다시 한번 찾고 싶다. (그래서 지금쯤이 다시 한번 찾아볼 시기가 아닌가...)



장자도를 꼼꼼히 둘러보고는 대장도로 넘어오다가 아직 시간이 일러서 대장봉 쪽도 올라가 보기로 했다. 이쪽은 완전 등산이다.



신발도 그리 편한 게 아니었고 대장봉을 정복해야겠다! 는 욕심은 전혀 없었기에 체력이 허락하는 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까지만 올라갔다가 뒤돌아 내려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뭐 꼭 가봐야 하는 곳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대장봉까지 올라간다면 경치가 아주 좋았을 것 같긴 하지만.



조금 멀리서 본 펜션의 전경. 왼쪽에 있는 건물이 쥔장님 내외분이 계시는 곳이다. 펜션 주소로 구글 좌표()도 하나 남겨둔다.


돌아다니느라 땀을 한껏 흘렸으니 샤워도 하고, 발과 무릎을 좀 쉬게 한 다음, 쥔장 아저씨한테 저녁을 먹을만한 식당을 여쭤봤다. 고민을 한참 하시는 걸로 봐서 근처에 식당 자체가 별로 없는 듯. 3개 정도의 식당을 추천해 주셨는데 '회'와 소주를 먹고 싶어서 적당해 보이는 식당을 찾아갔지만,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식당 자체가 휴무. 그래서 두 번째로 찾은 집이 바로 어촌계 식당이었다.



장자도항에서 내려 종탑 뒤로 걸어 올라갔던, 바로 그곳에 있는 식당. 역시나 손님은 나 혼자. 회정식으로 1인분이 되겠냐고 여쭤보니 1인분은 안 된다고 하신다. 그럼 뭘 먹으면 좋겠냐고 여쭤보니 칼국수를 말씀하시는데... 아, 회에다가 소주를 먹고 싶었는데 ㅠㅜ


혼자서 잠깐 고민을 하고 있자니 주인 아주머니가 '아유, 그래 알았어요. 1인분 해줄게~!'라면서 차려주신 상.


TV 앞에 앉아서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다 보니 아주머니가 보시고 계시던 TV에 자연스럽게 눈이 간다. 일일 드라마. 처음 보는 드라마였는데, 잠깐 보고 있다 보니 대충 내용이 짐작된다. '어? 쟤 친딸 아닐 것 같은데요?' '그렇죠? 그래도 아직은 모르지~' 이런 맛에 일일 드라마를 보는 것인가...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석양이 지는 시간. 아, 그렇다. 여기는 서해구나. 여행을 출발하고 제대로 된 석양을 찍지 못했는데...



아, 여기서는 좋은 석양을 찍을 수 있었다. 위의 지도에서 '일몰 포인트'라고 표시해둔 곳에서 찍은 사진. 장자도에서 대장도로 건너가는 길목 어딘가.



숙소로 돌아가서 혼자 엄청 술을 마셨다. 16년 만에 다시 찾아온 곳에서 당시 기억에 콱 박혔던 장면까지 바로 찾았으니 그럴만했다. 그동안 나에게 선유도는 '꼭 다시 방문해보고 싶은 여행지 1위'였던 곳이다. 아침부터 설렜던 마음이 드디어 밤에 폭발해버린 것일지도.


혼자 술을 마시다가 여기저기 메시지를 보냈다. 같이 이곳에 여행을 왔던 친구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고 보니 3명이 같이 왔었는데 한 친구의 연락처는 모르겠다. 여전히 영국에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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