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9일 저녁
장 보러 가서 자주 사 오는 것은 뻔하다. 약 1,000원이면 살 수 있는 식재료들. 시금치 한 단, 두부 한 모, 무 한 개, 오이 두 개, 사각 오뎅 여섯 장. 뭐 이런 것들. 감자 두세 알과 양파 서너 알도 꼭 필요한 재료이면서 저렴한 재료다. 거기에 약 2,000원이면 살 수 있는 콩나물 한 봉 정도를 더하면 냉장고가 풍성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재료가 있다면 역시 두부다. 그대로 잘 삶아서 양념간장을 뿌려 먹어도 좋고, 참기름을 살짝 뿌려 구워 먹어도 좋다. 된장국을 끓이거나 고추장찌개를 끓일 때 주사위만 하게 잘라서 넣어도 좋고, 샐러드나 무침을 만들 때 잘 으깨서 함께 비벼도 좋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칼칼한 양념을 만들어서 한참을 조렸다. 마침 무를 함께 사 온 무를 나박나박 썰어서 냄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두부를 두툼하게 썰어 올린다. 미리 우려둔 해물 육수를 자작하게 부은 다음 일단 센 불에 끓이기 시작하면서 양념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간장, 대파, 간 마늘, 맛술, 멸치액젓, 새우젓 등등 갖은양념을 적당히 넣고 잘 섞어서 만든 양념장을 두부와 무가 들어 있는 냄비 안에 올리고 자작하게 부어둔 육수가 팔팔 끓기 시작할 때 불을 중불로 줄였다. 이제 기다림의 시간. 냄비 뚜껑을 닫고 육수가 충분히 졸아들 때까지 기다리면서 두부에 양념이 배어들기를 기다린다.
미리 만들어 두었던 밑반찬들을 꺼내 상을 차리고 드디어 두부를 한 입 먹어보는데,
아... 입맛이 확 돌아오는 맛이다. 두툼하게 썰어서 입안 가득하게 느껴지는 포만감도 좋다. 칼칼하면서 매콤한 양념이 두부 깊숙이 잘 배어 들었다. 밥을 더 먹고 싶었지만, 배가 불러서 더 먹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역시 두부는 매력적인 재료다. 버섯을 좀 사다가 두부 전골을 끓여볼까? 싶은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