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3일 점심
머릿속이 영 복잡하고,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도대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차피 백수에게는 큰 의미 없지만, 그래도 기분만은 달라지는 주말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대로는 멘탈이 무너져 내릴 것 같다. 주말을 평일처럼 생각하고 작업을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며칠 동안 메뉴 걱정하지 않도록 카레를 한 냄비 가득 끓였다.
냉장고 안에 숨어 있던 감자 두 알, 물러진 부분을 잘라내고 벗겨내니 귀엽게 작아진 양파. 고기가 들어가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고, 다른 야채는 더 넣을 것이 없었다. 맛이 좀 부족할 것 같아서 마법의 재료인 치킨 스톡을 하나 풀었다.
오히려 콩나물국에는 신경을 좀 많이 썼다. 해물 육수 팩으로 육수를 만들면서 대파를 잔뜩 넣어 같이 우려냈다. 국간장, 멸치액젓을 기본 간으로 해서 새우젓을 듬뿍 사용해 시원한 느낌으로 간을 맞추고 마지막은 소금으로 마무리. 푹~ 끓여내니 엄청 깊은 맛의 콩나물국이 됐다.
냉장고 안에서 잠자고 있던 오이 두 개는 모두 잘라서 별다른 양념 없이 고춧가루와 새우젓, 설탕, 식초에 무쳤다.
이걸로 며칠 동안의 식사는 고민 없이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메뉴 고민을 막은 이유는 그 시간에 다른 고민을 하고, 작업에 활용하기 위함인데, 과연 나의 몸과 의지가 나의 계획에 따라 움직여 줄지는 모르겠다. 계획은 언제나 수정하고 보정하라고 세우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