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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

새해맞이 여행 계획

항공사 마일리지가 소멸된다고 해서...

by zzoos




:: 마일리지가 소멸된다네요?


아마 원래의 계획은 2023년 말에 소멸되는 것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여행들이 꽉! 묶여 있는 상황이라서 그랬는지 그 계획을 1년 유예해서 2024년 말부터 소멸시키게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아, 무슨 얘기냐면 항공사 마일리지 얘깁니다. 그전에는 마일리지 '소멸'이라는 개념이 없었죠? 쌓기만 하면 평생, 언제든 써도 되는 것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가 30만 포인트 이상 쌓여 있었고, 올해 말 그러니까 2024년 12월이 지나면 몇 만 마일리지가 소멸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지난 3월에도 가고시마를 다녀왔고, 지난 7월에도 도쿄와 교토를 다녀왔죠. 하지만 아직도 소멸될 마일리지가 남아 있어서 '또' 여행 계획을 짜고 있는 중입니다.


보통은 여행을 다녀와서 정리하는데, 이번에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정리를 해보네요.





:: 핑계가 필요하다...


지금의 '나'는 백수입니다. 지난 11월부터 쉬면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중인데, 가고 싶던 회사 한 군데의 면접에서 떨어진 다음 자신감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상태예요. '연말 그리고 추운 겨울에 무슨 구직이야. 그냥 뒹굴면서 좀 쉬자'라는 핑계를 대고 그냥 방에서 뒹굴거리는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혼자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 좀 필요했습니다. 아버지의 집에 얹혀사는 입장이다 보니 집에서 뒹구는 것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고요. 거기에 마일리지가 소멸된다는 좋은 핑계도 있는 거죠.


백수라서 시간도 있고, 마일리지가 소멸되기 전에 써야 한다는 핑계도 있고, 머리를 비우고 싶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러니 떠나야겠습니다. 여행 계획을 짜자!!





:: 목적지는 어디로 할까?


번잡한 곳에 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머리를 비우고 싶은 것이었으니까. 분명히 밤에 술을 마시면서 돌아다닐 테니 밤의 거리가 안전한 곳이어야겠습니다. 3주 이상 여건만 된다면 길게 있고 싶으니 숙소가 저렴했으면 좋겠습니다. 몇 가지의 조건들을 정리해 보니, 결국 또 일본이 됐네요.


밤의 거리가 안전한 곳 → 역시 일본 (한국 제외하면 일본 밖에 없죠?)

너무 춥지 않았으면 → (오키나와는 싫으니) 큐슈나 시코쿠?

번잡하지 않은 곳 → 지방의 작은 도시


뭐 이런 식으로 사고가 흘러간 거죠. 큐슈의 작은 도시라... 일단 후쿠오카를 제외하고 나면 어딜 가더라도 조건을 만족할 것 같네요. 그래서 3주 이상 숙박하기에 숙소가 저렴한 곳을 찾아봤습니다. 장기 숙박이니 집에서 가벼운 조리는 가능해야 할 것이고, 세탁이 가능하면 더 좋겠습니다. 뭐 코인 런더리를 쓸 수도 있으니 필수 조건은 아니겠지만.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에 묵으면 사람들이랑 부딪힐 테니 그냥 혼자서 방을 다 쓰는 게 좋겠네요.


일정은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새해를 맞이하고 나서 1월 중순 정도까지? 오랜만에 해외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어요. 두 번 정도 일본에서 새해를 맞이한 적이 있네요. 한 번은 모지코, 한 번은 나가사키. 이번이 세 번째가 되겠어요.


에어비앤비에서 위의 조건들을 넣고 지도를 이리저리 스크롤해 봅니다. 큐슈에서 시코쿠까지. 가고시마, 나가사키, 구마모토, 미야자키, 고치, 마쓰야마, .... 흠, 의외로 조건에 맞는 방이 별로 없어요. 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장기 숙박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죠.


마음속의 1순위는 고치와 가고시마였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고치를 이번 기회에 가보고 싶기도 했고, 지난 3월에 가보고 음식과 술, 특히 쇼츄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가고시마를 다시 가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건에 맞는 숙소가 없어요.





:: 결국 목적지는 구마모토(熊本)


결론적으로 크리스마스 즈음부터 1월 중순까지 1박에 10만 원 이하의 숙소를 잡을 수 있는 곳은 나가사키와 구마모토뿐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두 도시는 모두 두 번 이상 가본 적이 있는 곳이고 좋아하는 도시이긴 해요. 며칠 동안 고민을 해봤어요. 나가사키에 가서 짬뽕을 먹느냐 구마모토에 가서 복원된 성을 보느냐. 아주 미세한 차이로 결국 구마모토가 승리했습니다. 혹시 가능하다면 아소산 드라이브를 할 수도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고 나가사키는 바닷가라서 바람이 차가울 것 같았거든요. (고민하는 동안 나가사키의 숙소는 예약이 차버렸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기도 했네요.)



< 2013년의 구마모토 성. 지진으로 무너지기 전의 천수각이다. >



예약을 하려고 가격을 체크해 보는데 의외로 장기 숙박 할인이 별로 안 되더라고요. 3주면 짧지 않은 기간인데. 그래서 호스트에게 3주 정도 숙박을 하려고 하는데 할인을 해줄 수는 없느냐는 메시지를 보내봤습니다. 해주면 땡큐고 안 해주면 그냥 지불하면 되니까. 약 두 시간 뒤에 답장이 왔는데, 장기 숙박 할인은 28박부터라는 거예요. 그래서 대충 계산을 해보니 3주 숙박을 하는 것과 28일 숙박하고 할인받는 것의 가격이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28박 숙박으로 예약을 했습니다. 28일! 4주입니다 4주!




< 2017년 구마모토에서 찍은 사진을 2020년에 스케치 >






:: 가고시마도 잠깐 들를까? 후쿠오카도?


3주 일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28일, 그러니까 4주 일정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주일 정도 공짜로 숙박하는 기분. 그러면 중간에 3-4일 정도 가고시마를 다녀오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어차피 신칸센타면 한 시간 남짓한 거리니까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호텔의 1월 가격을 검색해 봤더니 역시나 1월의 평일은 아직 싱글룸이 남아 있고 가격도 저렴하더라고요. 그래서 3박 4일의 일정으로 가고시마의 호텔을 하나 예약해 두었습니다.



<2024년 3월 가고시마의 쇼츄바 사사쿠라 酒々蔵 >



여기에 더해 크리스마스 즈음에 후쿠오카로 혼자 여행을 간다는 친구가 있길래 좀 재워 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주어서 이번 여행은 후쿠오카 → 구마모토 → (잠깐) 가고시마 → 구마모토 뭐 이런 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28박의 구마모토(그 사이에 3박의 가고시마)를 계획했더니 2박의 후쿠오카가 덤으로 붙어서 정말 한 달짜리 여행이 되어 버렸네요.









※ 에어비앤비에서 구마모토에 숙소가 많은 이유가 있더군요. 제가 연락했던 호스트가 구마모토에만 약 7-80개의 숙소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른 도시에 비해서 구마모토에 1-2인용 숙소가 많은 이유는 오로지 이 사람 때문인 듯?


※ 에어비앤비 말고 다른 곳에서 검색을 해보면 다를까? 싶어서 부킹닷컴, 트립닷컴, 쟈란넷, 라쿠텐트래블, 호텔스컴바인, 아고다, ... 기억나는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검색해 봤지만 일본의 '호텔'이 아닌 그냥 아파트 같은 숙소를 검색할 수 있는 곳은 결국 에어비앤비가 제일 나았습니다. (에어비앤비밖에 없다고 봐도 될 정도)


※ 에어비앤비에서 '선호하는 통화'를 '원화'로 해두면 검색할 때 가격이 원화로 보여서 편하긴 한데요. 문제는 '결제'할 때 해외에서 원화 결제를 시도하게 됩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많은 분들이 카드에 '해외 원화 결제 차단' 서비스를 해두거든요. 에어비앤비에서 결제하기 전에 선호하는 통화를 현지 통화로 바꾸던가, 카드 어플에서 해외 원화 결제를 잠깐 풀어두어야 합니다.


※ 에어비앤비에서 협찬 받은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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